희망이란 본래 존재한다고도 존재하지 않는다고도 말할 수 없다 _ 루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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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울지도, 뒤돌아서지도 않습니다. 일단 갈림길에 앉아 잠시 쉬거나, 아니면 한숨 잠에 듭니다. 그러다 걸어갈 만한 길을 골라 다시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 길을 가다가 혹여 호랑이라도 만난다면, 나는 나무로 기어올라갑니다. 그리고 호랑이가 주린 배를 달래다 못해 자리를 떠나간 뒤 나무에서 내려옵니다. 만일 호랑이가 끝까지 그 자리를 지킨다면, 나 역시 나무 위에서 굶어죽을 때까지 기다립니다. 그 앞에서 나무에 내 몸을 끈으로 꽁꽁 묶어두고 시체가 될지언정, 절대 호랑이에게 내 몸을 주지 않겠습니다.
_루쉰이 쉬광핑(루쉰의 아내)에게 보낸 첫번째 편지 ‘갈림길’ 가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