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디디온 Jul 05. 2023

나를 견디게 해주는 말 3

월광(月光), 월광(月狂)



불을 끄고 누워

월광을 듣는 밤

낡고 먼지 낀 테이프는

헐거워진 소리로 담담한 듯, 그러나

아직 삭이지 못한 상처도 있다는 듯

이따금 톡톡 튀어오르는 소리   

  

소리를 이탈하는 저 소리

불행한 음악가가 남긴 광기와도 같이

까마득한 상처를 일깨워주네     


어느 생엔가 문득 세상에 홀로 던져져

월광을 듣는 밤은

미칠 수 있어서

미칠 수 있어서 아름답네

오랜만에 상처가 나를 깨우니

나는 다시 세상 속에서 살고 싶어라 

    

테이프가 늘어지듯 상처도

그렇게 헐거워졌으면 좋겠네

소리가 톡톡 튀어오르듯 때론

추억도 그렇게 나를 일깨웠으면 좋겠네     


불을 끄고 누워 월광을 듣는 밤

저 창밖의 환한 빛은

달빛인가 눈빛인가   

  

_김태정(1963∼2011)

작가의 이전글 힘이 길을 만들고 길은 힘을 만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