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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디온 Aug 20. 2023

창가에서 편지 읽는 여인

예술은 삶을 예술보다 흥미롭게 하는 것

살짝 붉게 상기된 볼의 젊은 여인이 남몰래 편지를 읽고 있다. 열린 창문 너머로 커튼은 여인의 마음처럼 일렁이고 있다. 기다리던 사람에게서 온 편지일까. 침대 위에 쓰러진 과일바구니는 다급히 편지를 읽기 위해 아무렇게나 내려놓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창가에서 편지 읽는 여인’이란 그림은 이야기를 감춘 한 편의 시처럼 다가온다. 보이는 것 속에 보이지 않는 것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보는 사람의 마음을 그림 안으로 끌어들인다. 베르메르가 남긴 작품 35점 가운데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진주 귀고리 소녀’이다. 미국 작가 트레이시 슈발리에가 《진주 귀고리 소녀》란 소설을 썼는데, 그 소설을 바탕으로 스칼렛 요한슨이 주인공 역할을 맡은 영화가 만들어지면서 그림이 유명해졌다.     


《진주 귀고리 소녀》를 쓴 트레이시 슈발리에는 그림 속 소녀의 신비로운 표정에 사로잡혀 소설을 썼다고 한다. 확실히 ‘진주 귀고리 소녀’ 그림은 묘한 매력이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창가에서 편지 읽는 여인’이 훨씬 더 강력하게 마음을 끌어당긴다. 홍상수의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가 떠오른 것은 영화에서 물씬 풍겨나오던 사랑의 감정 때문일 것이다.  

   

그림의 여인처럼 편지를 읽는 일은 이제 찾아볼 수 없는 풍경이 되었지만, 오늘은 ‘창가에서 편지 읽는 여인’의 마음을 몰래 엿본 것 같다.



요하네스 베르메르, 창가에서 편지 읽는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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