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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디온 Jan 07. 2024

나만의 방식으로 존재하기

새로운 감각의 젊은 두 시인

이제 나는 하고 싶은 걸 하려고 한다. 별거 없음이나 솔직함이나 담담함 마구잡이 나는 그런 게 좋다. 교훈 없음이 좋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책도 많이 읽고 독후감도 멋지게 쓰는 학생이었지만 사실 내가 독후감에 쓰고 싶었던 내용은 ‘이것에서 무엇을 알 수 있고 무엇을 얻어낼 수 있다’ 이런 게 아니었다. 그러니 나는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겠다._《일기에도 거짓말을 쓰는 사람》    

      

새로운 감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젊은 두 시인의 글을 읽는 시간은 즐거웠다. 두 시인은 분명하게 세상에 발을 딛고 서서 자신의 중심을 잡으며 고민하고 분투하고 있었다. 그들이 고민하면서 또 사랑하면서 세상에 내놓은 말들이 오늘 하루 마음을 덥혀주었다.      

    

***     


《일기에도 거짓말을 쓰는 사람》     


스무 살에 신춘문예로 등단하고 몇 년 후 세상을 떠난 차도하의 에세이《일기에도 거짓말을 쓰는 사람》‘죽은 사람’이란 글에 이런 구절이 있다.      


“죽은 사람의 글은 더 꼼꼼하게 읽힌다. 특히 그의 일생과 관련하여. 내가 죽어도, 내가 살아 있는 것처럼 사람들이 내 글을 대충 읽어주면 좋겠다. 다음 작업을 기대해주면 좋겠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참으로 차도하란 사람이 야속하였다. 지금 한 사람의 독자가 죽은 차도하의 글을 읽으면서, 그의 재능을 생각하면서 안타까워하는데, 이런 구절을 써놓다니, 그는 참으로 무책임한 시인, 무책임한 사람이 아닌가.     


더 이상 세상에 없는 사람이기에 그가 남긴 유일한 에세이 책을 읽으면 다시 투덜거린다. 책 표지에 있는 ‘99년생 시인의 자의식 과잉 에세이’란 문구는 참으로 핀트가 엇나갔다고. 엉뚱한 모습이 있지만 그는 자신의 문제와 고통을 명징하게 보고 있는 사람이었기에, ‘자의식 과잉 에세이’란 말은 잘못되었다. 그의 글은 맑고 투명하게 부서지는, 그래서 가끔 자신을 찌르기도 하는 햇살 같았다.

 

“나는 주변인들에게서, 친구에게서, 가족에게서 벗어나 나 자신과 싸우고 싶다. 나와 엎치락뒤치락하며, 나와 함께 달리고 싶다.”     


책의 맨 마지막에 실린 이 말을, 이 약속을 지키지 못한 그가 야속하기만 한 시간이었다.     


***     


《출발선 뒤의 초조함》     


“일이라는 건, 계속되는 실험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하나의 완성된 경험이 아니고, 조건과 상황이 계속해서 바뀌는 상황인 거죠. 그래서 내가 어떻게 할지는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고 생각해요.”_ 정지혜  

       

박참새 시인의 인터뷰집. 작가 소개에 이렇게 나와 있다. “독립자. 책을 매개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가상실재서점 ‘모이’의 북 큐레이터. 팟캐스트 ‘참새책책’의 진행자” 인터뷰이는 시인 김겨울, 마케터 이승희, ‘사적인 서점’ 운영자 정지혜, 작가 이슬아.     


젊은 작가의 글을 읽는 일은 새로운 시대, 새로운 감각을 만나게 해준다. 그 만남은 이전에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맛을 선물해주는 음식을 만날 때와 비슷하다. 신선하고 발랄한 시선 속에서 내가 미처 만나지 못했던 세상의 모습을 만난다.      


글을 읽으며 새삼 내 나이를 생각해보고, 잃어가는 것이 있는 대신 채워지는 것이 있는 모습으로 나이 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다. 자기 중심을 잡고 살아가는 젊은 작가들이 있는 한 세상은 그래도 숨을 쉴 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꿈꾸는 일이나 시작하는 일, 그리고 시도하는 일은 중요하다.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은 견디고 기다리는 일이다. 그런데 사람은 자신이 견딜 수 있는 일을 할 때 견딜 수 있다. 아무 일이나 견디기만 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니다. 그러니 견딜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 다시 말해 견딜 수 있는 꿈을 꾸는 것, 그 꿈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소중하게 간직하고 지켜나가는 것, 그것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_〈나를 움직이는 사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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