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이 하나의 우주를 만나는 일인 것처럼 무엇을 새로 배운다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그와 만나면서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인지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이다. 알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더 많이 알게 된다. 그렇게 알아가는 과정이 즐겁지 않다면 그 사람과는 빨리 헤어지는 것이 좋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과정도 그와 비슷하다. 이제껏 내가 모르고 살았던 하나의 우주에 발을 들여놓는 일이다.
5월 중순, 상암동에 자리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디지털북센터에서 진행하는 ‘전자책 제작 실습 기초’ 과정을 수강하였다. 하루 5시간씩 3일간 진행된 강좌에서는 전자책에 대한 기본 개념에 대한 이해부터 전자책의 특수성 그리고 실제 전자책 제작 실습까지 다루는 방대한 프로그램이었다. 우리나라 출판시장에서 전자책이 차지하는 존재감은 아직 미미하지만 디지털 시대 점점 더 그 존재감이 커지지 않을까. 전자책의 기능은 더 발전하고 더 다양한 전자책들이 개발될 것이다.
‘전자책 제작 실습 기초’ 과정을 통해 EPUB 전자책 제작에 아주 유용한 시길(sigil)이란 프로그램을 처음 접했다. 종이책 편집디자인을 할 때 ‘인디자인’이란 프로그램이 편집을 도와주는 유용한 도구이듯이, ‘시길’ 또한 컴퓨터 프로그래머나 코딩 전문가가 아니더라고 전자책 제작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아주 유용한 도구이다. 이런 유용한 도구를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다니 그저 감사할 뿐이다. 시길 홈페이지에 가면 최신 버전의 시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와 있고 누구나 쉽게 다운로드하여 쓸 수 있다.
전자책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을 듣고 난 뒤 전자책 제작을 위한 실습이 시작되었다. 시길 프로그램을 다운받고 스타일 시트(CSS)와 무료 글꼴인 kopub을 설치하였다. 스타일 시트의 역할과 스타일을 주는 방법, 태그의 종류와 쓰임새, 이미지를 넣는 방법을 배우고, 주요하게 사용하는 프로그램 메뉴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15시간 만에 번개처럼 끝난 전자책 제작 강의는 꿈만 같았다. 15시간 강의를 듣는 것만으로 전자책 제작에 능숙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나에게 매우 중요하고 의미있는 첫 걸음이었음을 안다. 강의가 끝난 후 집에서 혼자 시길 프로그램을 열어 수업 시간 배운 것을 떠올리며 직접 해보니 안 되는 것들이 많았고, 의문도 많이 생겼다. 그것을 해결해줄 책을 찾은 끝에 《Sigil Using Bible_제대로 된 전자책 한 권 잘 만들기》를 만났다.
‘제대로 된 전자책 한 권 잘 만들기’란 부제가 붙어있는 이 책은 초보자가 전자책 제작을 시작할 때 하나씩 따라하며 익힐 수 있도록 친절하고 유용한 설명이 강점이다. 컴퓨터 실무 내용을 담은 실용서들이 너무나 부담스러운 판형으로 부담을 주는 데 반해, 일반 도서(단행본)처럼 아담한 사이즈의 이 책은 친근감을 주어 좋았다. 내용 하나하나가 알차고 꼭 필요한 정보만 담겨 있고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써 있다. 이 책을 따라하며 현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전자책 완성의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나만의 전자책을, 나의 첫 전자책이 탄생하는 것이다.
“누구나 전자책을 만들 수 있지만 제대로 만들기는 쉽지 않다”. 전자책 역시 ‘책’이기에 거기에 담는 ‘콘텐츠’의 퀄리티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그리고 콘텐츠를 잘 전달하기 위해 전자책에 대한 여러 지식과 스킬이 필요할 것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전자책을 만들기 위해 전자책의 ‘언어’를 새로 익히고 익숙해져야 하는 것이다.
7월에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디지털북센터 전자책 심화강좌에 참석하여 전자책에 대해 좀 더 깊고 디테일하게 들여다보며 전자책을 만들어볼 생각이다. 우리나라 학교 교육은 ‘공부’에 대한 흥미를 박멸해버리고 마는 시스템이지만, 자신이 알고 싶은 것을 공부하는 것,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것을 알아가는 공부는 늘 재미있다. 그런 ‘공부’는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생활에 생기를 불어넣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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