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일본책》
서울대 동양사학과 박훈 교수의《위험한 일본책》은 가깝고도 먼 나라, 비슷한 것 같지만 너무도 다른 일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주는 책,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아야 할 지점을 말해주는 책이다. 일본과 관련된 일련에 일들에 대해서는 유독 감정적인 대처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 사람들에게 이 책은 가장 잘 알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가장 모르고 있고, 가장 모르면서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한일 두 나라의 장점과 단점, 근대사에 있어서의 성패 등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들려준다.
“세계에서 일본을 무시하는 것은 한국 사람들뿐이라는 얘기가 있다. 실제로 유럽인들은 일본 사회를 약간 이상하게는 봐도 무시하지는 않으며, 중국인들은 아주 미워하면서도 깔보지는 않는다.”
오래전 일본 교토에 갔을 때 놀랐던 기억이 난다. 깔끔한 거리, 깨끗하고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질서 있게 물건들이 놓여있는 가게. 버스를 탔을 때도 놀랐다. 우리나라 기준으로는 한참을 더 태워도 될 것 같은데 버스기사가 이제 그만 타야 한다고 말하자 버스에 오르려던 손님들은 바로 내렸다. 사람들이 가득한 버스 안에서도 누구 하나 큰 소리로 떠드는 사람이 없었다. 그땐 그 풍경들이 놀랍고 부러웠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일본의 모습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알게 되었다.
일본은 1867년 막부가 무너지고 메이지유신으로 근대국가로 변모하기 전까지 칼을 찬 사무라이가 지배층으로 사회를 이끌어왔다. 천왕에게서 권력을 위임받은 사무라이의 무신정권은 700여 년 자신들의 체제를 유지했다. 계급의 구분이 엄격한 사회 분위기에서 자기 의견을 말하는 것이 금기시된 사회, 명령을 어기는 것은 곧 목숨을 잃는 사회였다. “지하철이 운행을 멈춰도, 세습의원들이 국회의 30퍼센트 이상을 차지해도 그저 조용하기만”한 일본 사람들의 태도는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일본에 대한 이러한 이해는 뜻밖에도 그와 대조되는 우리나라의 모습에 대해 다른 방향에서 생각하도록 하는 기회를 주었다. 바로 한국사회의 역동성이다. 나는 이제껏 우리나라의 정치적 상황, 문화적인 역동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 책을 읽고서 조금 다르게 생각하기로 했다. 영국 런던에 1년 반 체류한 적이 있었는데 우리와는 너무도 다른 영국 사회의 여러 모습에 대해 부러움을 가지면서 동시에 자격지심 같은 것이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다른 시각을 가지게 되었음을 고백한다.
책의 부록으로 실린 시바 료타로의 책에 대한 리뷰와 소설《하얼빈》에 대한 리뷰도 흥미로웠다. 특히 소설 《하얼빈》에 대해 ‘철도’라는 키워드로 읽어낸 부분은 나는 몰라서 흘려보냈던 부분인데 그렇게 짚어주어서 소설을 보는 또다른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보물로 등록된 안중근의 유묵에서 ‘증贈○○○~ 대한인 안중근 근배’가 들어간 부분을 빼버린 부분에 대한 이야기도 귀담아 들어야 할 부분이었다.
일본은 언제까지 가깝고도 먼 나라일까. 요즘 젊은이들은 내가 자라던 시절과는 다르게 일본에 대한 콤플렉스가 없고 더 쿨하게 바라본다고 한다. 일본의 젊은이 또한 우리나라에 대해 기존과는 다른 시각을 가지고 바라본다고 한다. 무조건적인 비하나 분노가 얼마나 어리석고 위험한 일인가. 개개인의 관계에서도 그렇지만 그것이 국가 간의 일이라면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근대 일본의 역사는 일본의 역사이면서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모습과 모순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할 부분이다. 근대 일본사는 근현대 한국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것임을 이 책은 일깨워주고 있다.
우리는 이제껏 일본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나 막연한 분노에만 에너지를 쏟지는 않았던가. 극복하기 위해서는 극복할 대상을 제대로 아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 면에서《위험한 일본책》은 전혀 위험하지 않은 책, 우리가 더 알아야 할 이웃나라 일본에 대한 안내서 역할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