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한테 열등감 느낀 사연

by 현그릇

오랜만에 동네 친구를 만났다. 1년 3개월 만인가. 둘 다 집과 학교가 멀다 보니 자연스레 멀어졌다. 그래서일까. 떨어져 있던 만큼 반가움도 컸다. 고깃집에서 만나 자연스레 근황 토크를 이어갔다.


동네 친구와 나의 공통점은 사업에 대한 꿈이 있다는 것이다. 한 번뿐인 인생, 도전하며 살자는 주의다. 비슷한 시기에 온라인 사업을 시작했다. 친구는 스마트 스토어와 쇼핑몰, 나는 홈페이지 제작이 메인이었다. 각자 사업을 시작한 뒤로 한 동안 만나지 못했다. 최근에 만난 게 사업을 시작하고 거의 처음이었다.


사실 내 사업은 순탄하지 않았다. 어려움이 많았다. 솔직히 말해 제대로 된 벌이조차 하지 못했다. 그래도 학생 신분이라 삶에 큰 영향을 받진 않았지만, 실망감은 점점 깊어가고 있던 요즘이다. 그런 찰나 동네 친구를 만났다. 만나기 전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나보다 성공했으면 어떡하지?’

‘인스타 보니까 나보다 사업 잘되는 것 같던데...’

일종의 열등감이었다.


내가 먼저 도착해 식당에서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5분 정도 기다리자 창밖에 친구 모습이 보였다. 서로 손을 흔들며 반가움을 표했다.


“요즘 어떻게 지냈어?”

“전이랑 똑같지 뭐~”

“사업은 잘 되고 있어?” 친구가 먼저 물었다.

“전에 하던 거 접고, 새로운 방식으로 도전해 보려고”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친구의 성공이 걱정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거짓말하며 나를 포장하고 싶진 않았다.

“왜, 잘 안 됐어?”

“그렇지. 어렵더라. 너 온라인 스토어는 잘 돼?” 곧바로 친구 사업에 관해 물었다.


“나도 접었어 ㅋㅋㅋㅋㅋ”

“잘하고 있던 거 아니었어?”

“오래 할게 못 되는 것 같아”

“사업 힘들지”


부끄럽지만 이후 내 기분은 좋아졌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기 때문이 아니다. 친구의 실패에서 위안을 얻은 셈이다. 만약 친구가 사업에 성공했다면, 나는 텐션을 높일 수 없었을 것이다. 그토록 내가 증오하던. 친구 잘되는 꼴을 못 본 것이다.


드라마나 소설에서 친구 혹은 연인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그때마나 나는 ‘열등감 느낄 사람도 없나’ 생각했다. 실제로 주변에서 자존감 낮은 친구를 볼 때마다 환멸을 느꼈다. 그런데 이제 환멸의 대상이 내가 된 것이다.


지금은 2가지 생각이 든다. 하나는 친구에 대한 미안함. 다른 하나는 열등감을 인정해야 한다는 속삭임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내 행동을 제3의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아마 감정적이고, 메타인지가 결여된 사람은 친구의 실패에 기분 좋고 말았을 것이다.


언젠가 친구에게 사과하고자 한다. 노골적으로 기쁜 나쁜 티를 내진 않았다. 내 속마음을 친구는 모를 터이다. 그럼에도 이번 일은 사과하고 싶다. 미안하다고. 그저 내 정신력이 빈약한 걸로 바라봐달라고 말이다.


개인적으로 ‘인정’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인정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어떤 문제 상황을 인정하는 순간, 문제 해결을 위한 메커니즘이 작동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내가 학벌 콤플렉스를 인정한다면, 2가지 해결 방식이 있다. 하나는 입시를 다시 치러 학벌을 높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학벌을 상쇄할 만한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학벌 콤플렉스를 인정하지 못해 자기 대학을 올려치고 다른 대학을 내려치는 것보다 훨씬 건설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열등감과 친구에 대한 부정적 감정 그리고 부족한 경제력을 인정한다. 이를 통해 새로운 인간관계의 시작을 알리고자 한다. 열등감은 남보다 못하다는 느낌을 말한다.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전적인 의미를 반대로 하면 된다.


하나는 남과 비교 자체를 안 하는 것이다. 열등감의 전제는 나와 타인 간의 비교다. 비교를 하지 않으면 열등감을 느낄 일도 없다.


다른 하나는 남보다 잘나면 된다. 내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남보다 잘났다는 생각이 들면, 열등감을 느낄 일도 없다.


나는 2가지 방법 모두 활용할 계획이다. 가까운 지인과 나를 비교하지 않을 것이다. 비교는 인간관계가 멀어지는 지름길이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를 존중하고 다름을 인정하는 가치관을 갖추고자 한다. 그러나 지인과 내가 가진 현실 자체를 부정하진 않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잘나고 못남은 눈에 보이기 마련이다. 상대방의 잘난 점은 배우고, 내 못난 점은 장점으로 승화할 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 열등감을 경험한다. 친구, 연인, 인터넷 속의 누군가가 대상이다. 독자들은 나처럼 가깝고 소중한 사람에게 열등감을 느끼지 않기를 바란다. 열등감을 성장의 초석으로 삼을 수도 있지만, 열등감의 끝은 대부분 파멸이다. 증오와 분노로 이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열등감의 사전적 의미와 반대로 행동하기를 추천한다. 물론 혼자 하기란 어렵다. 나도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다. 그러니 함께 동행하자는 제안을 하고 싶다. 댓글에 열등감을 느꼈던 경험. 혹은 극복했던 방법들을 공유해 준다면, 해당 내용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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