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아람누리 갤러리 무료 전시
빛으로 피어난 정원, 나의 손끝에서 시작된 환상
《빛의 공간, 환상을 비추다》 일산 아람누리미술관에서
빛이 벽을 타고 흘렀다.
차가운 벽이 아니라, 살아 있는 무언가처럼 숨을 쉬는 듯했다.
그 속으로 걸음을 옮기자, 나도 모르게 숨이 고요해졌다.
눈앞엔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듯한 빛의 파동이 출렁였다.
손끝으로 그린 정원
그 공간은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벽면 가득 초록빛이 번지고, 물소리가 조용히 흐른다.
그저 바라보는 전시인 줄 알았다.
그런데 누군가 말한다.
“손으로 만져보세요.”
조심스레 손끝을 벽에 대니,
빛이 그 자리에서 피어났다.
초록의 잎사귀, 분홍의 꽃잎이 내 손길을 따라 그려졌다.
빛으로 이루어진 정원이, 내 안에서부터 자라나는 것 같았다.
순간,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
작은 터치 하나로 세상이 이렇게 다정해질 수도 있구나.
빛과 시간의 경계에서
다른 방에서는 홀로그램 건축물이 허공에 떠 있었다.
빛으로 지어진 성, 혹은 시간의 흔적.
그 위를 걷는 듯한 착각이 들 만큼
공간은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변주되고 있었다.
마지막 공간엔
조선시대의 장례행렬, **발인반차도(發引班次圖)**가
디지털 영상으로 재탄생해 있었다.
사라진 시간 위로 빛이 내려앉아,
과거가 현재의 언어로 말을 걸어오는 듯했다.
그 속에서 나는 오래된 삶의 무게와
오늘의 나를 잇는 한 줄기 빛을 보았다.
나에게로 돌아오는 길
전시를 다 보고 나오는데
벽면에 흘러내리는 빛이 마치 작별 인사처럼 느껴졌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세요. 하지만, 빛은 당신 안에 남을 거예요.”
그 말이 속삭이듯 들려왔다.
빛은 결국 마음의 언어였다.
누군가의 손끝에서 피어난 정원이
또 다른 이의 마음에 불을 켜듯,
이 전시는 그렇게 서로를 비추는 환상이었다.
작은 여운
아람누리미술관 앞 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셨다.
잔 속에도, 테이블 위에도, 창가에도 빛이 있었다.
삶의 어느 순간에도
우리는 늘 빛을 만나고 있었다는 걸—
오늘에야 비로소 깨달았다.
전시 정보
• 전시명 : 빛의 공간, 환상을 비추다
• 기간 : 2025.10.17(금) ~ 11.02(일)
• 장소 : 고양아람누리 갤러리누리 4·5관
• 관람료 : 무료
“빛은 단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는 언어다.”
– 여행가삐삐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