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정, 「헤어지자 말해요」
참 비겁하다. 상대에게 먼저 헤어지자고 말하는 건 이미 마음이 떠났다는 것 아닌가? 그리고 상대는 적어도 말하는 사람보다 이 관계에 마음이 최소한 있다는 이야기고. 그러면서 뭘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는 건지. 고맙다는 건지. 고맙고,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면 곁에 남아서 그 말을 지켜야 하는 것 아닌가? 진짜 비겁하다.
라고 과거의 나에게 외친다. 생각해 보면, 나도 참 사람과의 관계에서 비겁했던 적이 많았다. 내가 더 잘하겠다는 말과, 바뀌는 모습을 보여주면 될 텐데, 말도 안 되는 합리화로 마음을 일찍 정리한 것은 나였다. 나'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나'도' 생각하면서 '너'를 더 생각해야 하는 관계임에도 나는 늘 이기적이고 비겁한 사람이었다.
어느 책방 모임에서 지나간 연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내 이야기를 듣고 책방지기는, "연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지나간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 정말 사랑을 했는지 하는 생각이 든다."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뜨끔했다. 나는 정말 지나간 옛 연인들을 사랑한 걸까? 아니면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는 내 모습을 사랑한 걸까? 나를 떠나갔던, 내가 떠났단 그 사람들은 내가 당신들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꼈을까?
아마 그렇게 느꼈다면 이유는 하나로 압축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온다. 거의 자기합리화에 가까운 생각이지만. 그리고 그 생각을 상대에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상대에 대한 내 감정을 끊임없이 들여다 보면서, 정작 눈앞의 상대와의 관계에서는 내 속내를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아마 상대는 그 부분이 답답했으리라. 나는 걸어다니는 전광판이다. 얼굴에 어떤 기분인지, 감정인지가 잘 드러나는 사람인데, 그것을 말하지 않고 속으로만 생각한다. 당연히 연인인 입장에서는 힘든 부분이 될 것이다. 좋은 것만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함께 하는 것이 연인 관계인데... 게다가 자기 일 욕심은 많아서 연인과 보내는 시간보다 자기 일에 빠져 사는 시간이 더 많다. 시간이 지나면 덜해지겠지 하는 기대도 있었겠지만, 그것은 늘 헛되었을 것이다.
나는 좋은 사람이고 싶었다. 그리고 내 상황에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착각하며 살았다. 그러나 늘 끝난 관계를 돌아보면서는 항상 후회한다. 그때의 나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의 내가 보면 그것은 기만이자 자기 합리화니까. 그래서 이 가사가 참 싫다. 동족혐오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