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신, 「내일 할 일」 with. 성시경
윤종신의 노래 중 손에 꼽을 정도로 좋아하는 노래. 개인적으로 윤종신의 가사는 직설적이라서 좋다. 서사도, 감정도 꽤 직설적이라 듣는 사람이 이해하기 쉽다. 윤종신 특유의 창법과 함께 들으면 또박또박 담백하게 들려서 오히려 감정이 마음에 콕 박히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발라드라는 장르에 정말 잘 어울리는 작사가이자 작곡가, 보컬리스트라고 생각한다. 예능을 하면서 저평가 되었지만, 그래서 마음 아픈 부분도 있지만, 본인이 행복하다면 뭐.
갈등을 회피하는 인간이라 불꽃 같은 싸움을 한 적은 없다. 불만이 있어도 잘 이야기하지 않고 속으로 생각을 정리하는 편이다. 가족, 연인, 친구, 동료 그 어느 누구와도 그렇게 지낸다. 상대에게 내 감정을 쏟아낸다고 해서 좋았던 적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날것 그대로의 표현에 더 상처를 받았다. 그래서 갈등은 굉장히 회피하는 편이다. 필터링을 할 시간이 필요하달까. 그런데 필터링과 동시에 마음 정리가 좀 된다. 바꾸거나 설득하거나 대화를 해서 맞춰 갈 생각보다, 사람은 잘 바뀌지 않는다는 신념 하에 크게 말을 섞지 않는다. 그래, 그 사람은 원래 그런 사람이고,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니 서로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살자는 주의다. 최근에는 여기에서 멈추지만, 어릴 때는 서로 맞지 않는 사람과 오래 붙어 있으면서 갈등만 일으키고 그러는 게 너무 소모적이라는 생각에 조용히 마음속으로 관계를 정리해 버렸다. 아예 안 보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상대는 이유도 모른 채 그렇게 나를 보지 못하게 된다. 물론 그게 그 사람 인생에 엄청 마이너스거나 그렇지 않다. 오히려 내가 주변 인간관계까지 나와 손절을 하기 때문에 나에게 손해가 더 크다. 어릴 때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리석은 녀석.
20대 중후반에 만나고 있던 사람에게 헤어지자고 얼굴을 보며 말한 적이 있다. 그 말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만나기 전 날, 나는 이 가사의 마음과 비슷했던 것 같다. 태연한 표정으로 최대한 무덤덤하게 이야기하고 싶었다. 내가 먼저 헤어지자고 말하는데 울고 불고, 온갖 슬픈 표정을 지으며 힘든 척을 하는 것은 진짜 나쁘다고 생각했다. 마음이 좀 힘들더라도 최대한 덤덤하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 예의가 아닐까 생각했다. 서로에게 최대한 상처 없이 끝내는 연애. 말도 안 되는 그것을 나는 20대 후반에 꿈꾸고 있었다.
헤어지고 나서 꽤 일에 몰두했던 것 같다. 그냥 하던 직장에서의 일만 했다. 그것 말고는 할 것도 없고,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 그렇게 나는 그 사람과 헤어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헤어지고 나서도 마음에서 내 보내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이야 그때의 아름다웠지만 나쁜 놈이었던 나를 회상한다 정도의 의미지만, 그때는 돌이켜 보면 꽤 외롭고 힘들었던 것 같다. 내가 먼저 헤어지자고 했고, 나도 마음의 준비를 했는데. 무덤덤했지만 실은 무덤덤하지 않았던 것이다. 특히 헤어질 때 들었던 마지막 말이 지금도 마음을 좀 아프게 한다. 선선히 이별을 받아들이던 상대가 나에게 했던 말. 내가 들었던 어떤 그 이별 멘트보다 슬픈 대사라고 감히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수많았던 사람들과 만남들 중에서 그 날, 그 말, 그 장소는 조금 왜곡이 되었지만, 꽤 선명하게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