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긴 여운을 남겨줘요

잔나비,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by 전지적 아아

요즘 잔나비가 내 플레이리스트에 자주 출연한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잔나비 노래는 내 취향이 아니다. 너무 오르내림이 없이 잔잔하다고 할까? 내가 듣는 노래를 대부분 기승전결이 확실해서 취향을 별로 타지 않는 노래이다. 그에 비해 잔나비는 몇몇 곡을 제외하고는 살짝 나른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런 잔나비 노래를 듣게 된 이유는 내가 애정하는 모임 때문이다. 2019년 봄, 모임에서 춘천에 간 적이 있는데 그곳에서 2박 3일간 잔나비 노래를 원없이 들었다. 사실 처음 들을 때는 이게 왜 좋은지 잘 몰랐다. 내 취향도 아니었다. 그런데 2박 3일 모임이 끝나고 오는 길에 생각을 고쳐 먹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듣는 노래라면 무언가 좋은 게 있지 않을까? 집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부리나케 잔나비 노래를 다운받아서 재생했다. 그러면서 내가 좋아하는 몇 곡이 플레이리스트에 들어왔다.


내 플레이리스트는 내가 만난 사람들에 대한 흔적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노래,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불렀던 노래,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추억이 담긴 노래. 이외에도 내가 즐겨 듣는 노래는 다 사람들과의 추억이 한 자락씩 있는 노래였다. 내 플레이리스트가 혼란한 이유는 많은 사람들과 스쳐 지나간 인연을 담아서일지도 모르겠다. 사림의 인생과 인연은 직선일 수 없다. 구불구불하고, 때로는 돌아오기도 하며, 꼬여있기도 하다. 내 플레이리스트가 바로 그런 것 같다. 오늘도 나는 이어폰을 끼고 나의 인연들을 만나러 간다. 누군가 나에게 과거회귀자라고 한 적이 있다. 이제 보니 찰떡같은 말이었다. 내 플레이리스트는 과거회귀자인 나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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