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신, 「너에게 간다」
한 번씩 지나간 노래가 가슴에 확 꽂힐 때가 있다. 그 노래가 하필, 그 상황에 내 귀에 들려서 내 머리를 떠나지 않게 되는 그런 일. 그러면 내 플레이리스트에는 그 가수의 노래만 가득 차게 된다. 20대 마지막을 보내던 시절, 윤종신은 나에게 그렇게 왔다. 윤종신이라는 사람을 「너에게 간다」를 듣기 전에 아예 몰랐던 건 아니다. 박정현의 노래를 만들었고, 유희열을 음악 노예로 부렸으며, 소심하고 여린 남성이 사랑 앞에서 수줍어하고, 겁먹고, 주저하는 그 심정을 잘 표현한 사람이라고 알고 있었다. 그리고 무한도전에 나와 「영계백숙」을 만들고, 「라디오 스타」 진행을 하고, 「논스톱」 같은 시트콤에 나오는, 조금은 음악과 거리가 멀어진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랬던 윤종신의 노래로 내 플레이리스트를 가득 채우던 날이 왔다. 그것도 내 생애 이 장면이 뇌리에 박힐 줄은 상상도 못한 장소와 장면에서, 심지어 이 노래와 어울리는 듯 어울리지 않는 시와 함께.
20대의 끝을 향해 가던 시절, 나는 내 이상형에 가장 가까운 사람과 만나고 있었다. 그때는 무슨 용기였는지 모르겠는데, 평소에 낯선 사람과 말도 잘 안 섞던 내가, 어떻게 연락처를 알아내서 저녁에 잠깐 만나자는 연락을 먼저 했다. “커피 한 잔 할래요?” 당연히 거절할 줄 알았는데, 그녀가 그렇게 하자고 한다. 나는 당황했다. 내가 예상한, 그리고 경험한 시나리오에는 긍정의 대답이 없었기 때문이다. 보통 거절하면 “다음에 시간 내서 봐요.” 정도로 연락이 마무리 되는데, 그러자고? 속으로 쾌재를 부르면서 동시에 불안했다. 내 머리는 이미 만나서 너무 행복한 나와 그 행복을 잃을까 전전긍긍하는 나로 꽉 찼다. 첫만남이 어떻게 시작하고 끝이 났는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장소만은 확실히 기억한다. 큰길가에 있는 카페 2층이었다. 창가 자리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대화가 잘 통하고 위트 있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뭐라고 말도 안 되는 이상한 이야기를 막 하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먹혔다. 꽤 즐거운 대화가 되었다. 자세히 적고 싶지만, 오래된 이야기인지라 잘 기억이 안 난다. 그저 나는 꽤 즐거웠고, 그녀가 많이 웃었다는 것만 기억에 남는다.
그녀와는 그녀 집 주변 카페에서 소소하게 이야기 나눈 게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다. 좋아하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면서 그날 힘들었던 것을 씻어내는 느낌이 좋았다. 그날도 퇴근 후 잠시 얼굴을 보기 위해 그녀 집 근처 카페에서 그녀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 매장은 입구가 열리면 “딸랑” 소리가 났는데 거기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미어캣처럼 “딸랑” 소리에 입구를 바라보게 되었다. 물론 나도 그 미어캣 중 한 마리였고. 때마침 윤종신의 「너에게 간다」가 흘러나왔다. 노래 가사 내용은 제목 그대로 ‘나’가 ‘그대’에게 숨이 찰 정도로 뛰어가는 내용이다. 그것도 헤어진 이후 그리워하던 그대를 다시 만나는 이야기다. 절묘하게 가사는 만나기 직전 문을 여는 장면에서 끝난다.
이 노래를 들으며 기다리는 동안 내 머리에는 황지우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이 떠올랐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는 시구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너에게 간다」는 말 그대로 만나러 가는 이야기의 노래인데, 왜 「너를 기다리는 동안」이 떠올랐을까? 그건 아마 오지 않는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다가 마침내 너에게 간다는 시적 화자의 모습이 나오기 때문일 것이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나는 너에게 오고 있다는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화자의 마음이 꼭 내 마음 같았고, 「너에게 간다」 내용 같았다.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에게 가고 있는 나. 다시 없을 것 같았던 사랑이라는 길을 뛰어 너에게 온 나. 정말 카페에 앉아 있는 내 마음을 정확하게 표현해주는 시구이고 노래 가사였다. 이때 느꼈던 충만하면서도 벅차오르며, 두근거리면서도 초조하지만 기분 좋은, 이름 붙이기도 힘든 이 설레는 감정을 느끼면서 나는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때부터 윤종신 노래 중 좀 유명하다는 노래는 닥치는 대로 들었다. 내 플레이리스트는 윤종신으로만 가득했다. 「오르막길」, 「오래전 그날」, 「너의 결혼식」, 「이별을 앞두고」 등. 카페에서 기다리던 그녀와 헤어지고 많이 들었던 노래도 윤종신 노래였다. 「1월부터 6월까지」, 「내일 할 일」, 「야경」, 「동네 한 바퀴」 등. 그중 「너에게 간다」는 나를 그 설렘 가득한 기다림으로 물들었던 카페로 데려갔다. 지금은 그때의 내가 좋은지 그때의 그녀가 생각나는지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시간이 흘렀지만 확실한 것은 윤종신 노래는 내 플레이리스트에 빠지지 않고 꼭 한 곡씩은 들어와 있다는 것이다. 아니, 내가 빼지 않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