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를 위한 배려
‘월화수목금토일일일이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하며 일요일 아침 눈을 떴다.
고3 수험생인 둘째를 포함해 모든 가족이 아침늦잠을 잘 수 있는 유일한 날이다. 그리고 학원픽업이 없는 날이기도 하다.
우리 집에는 고3 특혜가 3가지 존재한다. 작년에는 첫째가 누렸고, 현재 둘째가 누리는 중이다.
첫번째 특혜는 '주말 아점메뉴 선택권'이다. 배려심이 지나치게 많은 둘째는 처음에 메뉴선택에 어려움이 있었다. 사실 그 부분도 개선되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혼자 고르게 한다.
처음에는 “음………어………. 엄마는 뭐 먹고 싶어요?, 아빠는???”이라는 질문을 반복하며 메뉴선택에 자신 없어하더니, 지금은 미리 메뉴를 선포하기도 한다.
“내일은 찜닭을 먹을 예정이에요!, 넓적 당면도 추가하고, 이번에는 00 찜닭에서 시켜봐야지~! “
“그래 이번주 일요일은 찜닭이다! 사실 나도 먹고 싶었어. 좋은 선택이야!”
별것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나는 내심 둘째가 저렇게 신나게 메뉴를 외치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특별할 것 없는 수험생활에 소소한 즐거움을 주고 싶었고, 바쁜 일상이지만 일주일에 하루정도는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어서 만든 특혜이기도 하다. 내가 음식을 안해도 되니 1석 3조이다.
두 번째 특별한 혜택은 '명절 및 친인척모임 불참권'이다. 남편은 외동이고 친척형제가 별로 없기 때문에 우리 가족은 모든 명절과 어르신들 생신에 참석하는 편이다. 그러나 고3을 맞이한 둘째는 수능이 끝나기 전까지 예외다. 경험상 어르신들의 무심코 건네는 안부는 공부와 관련된 안부가 많을 수밖에 없고, 그것이 아이들에게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압박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공부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녀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에서 생긴 불참권이다. 유난을 떠는 것처럼 보인다는 분도 계시고, 아이가 힘든 시기인 것을 더 깊이 헤아려주는 분도 계신다. 남들의 시선은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고3을 맞이하는 ‘설날’이 첫 불참권을 누릴 수 있는 날이다.
“둘째야 우리 할머니댁 다녀올게~”
“엄마 나 정말 안 가는 거야?, 괜찮은 거 맞지?
“당연하지 너 이제 고3이잖아, 네가 계획한 거 하던지 쉬던지 마음대로 해도 돼~다녀올게!!!”
“감사합니다~,조심히 다녀오세요~”
‘철컥!!‘ 문이 닫히고 아마도 씩~웃지 않았을까 싶다. 가벼운 마음으로 자유의 시간을 누리며 재충전도 하고, 배려받는 마음도 느꼈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내가 제일 부러운 특권이기도 하다.
마지막 특혜는 '방청소 면제' 이다. 정말 파격적인 특권이 아닐 수 없다. 이건 남편 몰래 슬쩍슬쩍 내가 해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많은 고민 끝에 둘째에게 특혜라고 공표하지 않고 내가 해주기로 마음먹은 부분이다. 고3씩이나 되었는데 방청소를 해준다고 버릇 잘못들인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매일같이 밤 11시에 들어오는 둘째에게 방청소하라는 말이 차마 나오지 않았다. 첫째도 마찬가지였다. 대학생이 된 지금 첫째는 알아서 잘 정리한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며칠 지난 후였다. 들어오면 방 좀 정리하라고 이야기 할 참이었다.
“둘째! 잘 다녀왔어? 고생했다”
“엄마 안 씻고 싶다”
“야~~~ 안돼~ 하루종일 밖에있었는데..., 얼른 씻고 자 “
“씻을게요~” 하고 들어간 둘째가 20여 분이 지나도 나오지 않는다. 뭐 하느라 늦게 나오냐고 잔소리를 하며 욕실에 슬쩍 들어가 보니, 한 손에는 보고 싶었던 핸드폰 한 손에는 칫솔을 쥐고 졸고 있었다. 대충 씻고 나오더니 내일 있을 수행평가 자료를 찾아야 한다고 방으로 들어갔다. 자기전 밤인사를 하러 잠시 후 둘째방을 들어갔다. 알 수 없는 문자들로 가득한 모니터 위에 엎드려 자고 있었다. 졸면서 타이핑을 한 모양이다. 할 일은 많고 시간은 쫓기는 생활의 연속이다.
'그래, 올해는 엄마가 방청소 해줄께' 하고 마음먹은 날이었다.
학교에서도 고3은 급식시간을 앞으로 배정해준다던가, 자율학습 자리를 배려해주는 정도의 특권을 주고있다. 힘든 시기인 만큼 여러가지 배려를 받는다. 둘째야~감사하는 마음으로 건강하게 이 시기를 함께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