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1학기 기말고사

현역 고3 내신의 마지막 시험을 앞두고

by 모든행운이 너에게

축 처진 어깨

초점 없는 눈동자

어색한 웃음

잦은 한숨

...

6월 모의고사 이후 요즘 둘째의 모습이다. 6월 모의고사를 치르고, 1학기 기말고사를 준비하는 기간이다.

6월 모의고사는 재수생이 함께 치르는 첫 모의고사라서 현역 고3학생들의 등급이 거이 떨어지거나 유지하는 수준에 머물게 된다. 정시를 치를 때 6모 성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그걸 학생들도 알기 때문에 실망하거나 속상해한다. 둘째도 이번에 충격을 좀 먹은 듯하다.

이 시기에는 자녀와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는 경우를 자주 본다. 성적을 확인한 뒤 초조해진 부모와 예민해진 자녀 사이에서는 어떤 대화를 나눠도 좋게 이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성적이나 공부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첫째 때도 그랬던 것 같다. 이 시기는 자신감이 크게 떨어지고, 대입에 대한 불안감이 가장 심한 시기다.

부모 입장에서 원하는 학과나 학교를 이야기하고 싶다면, 어쩌면 지금이 그 '기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9월로 잠시 미뤄두고, 그 대신 희망 회로를 돌리며 긍정적인 분위기를 최대한 유지하려 한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아도, 그저 꾹 참는다.


대부분 평일 밤 11시

“엄마 나왔어요”

“그래 간식 먹고 쉬어”

“네~”

(조용해서 몰래 들여다보니 핸드폰을 하는 중…. 10분….. 20분………30분………..)

“둘째야~뭐 해? “

“응 쉬는 중”

(핸드폰 보지 말고, 자면서 쉬면 안 되겠니? 말하고 싶지만…..)” 그래그래 알겠어 언제 잘 꺼니? “

“좀 이따가요~“

(몇시에잘껀데?라고 묻고 싶지만)“그래 잘 자 ~엄마 잔다~~~ 엄마 잔다고~!!” (너도자라 제발)

—————

아침등교시간

“늦겠다 얼른 준비하고 학교 가세요~”

“네~”

(욕실에서 외모단장에 초집중하고 있다… 나의 답답함과 조급증이 밀려오는 시간..‘그 시간에 영어단어라도 하나 외우면 안 되겠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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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전 10시

“이제 일어나야지~?”(그래 피곤하겠다)

일요일 오전 12시

“이제 진짜 일어나야지?”(좀 심하지 않니?)

일요일 오후 1시

“ 둘째야 과외 갈 시간이야”(진짜…. 내 맘 같지 않다. 일어나서 밥도 먹고 가면 얼마나 좋니? 엉?)

“아… 벌써……. 네…..”

과외장소에 데려다주며 폭풍잔소리를 퍼붓고 싶었지만…. 옆에 앉아서 졸고 있는 둘째에게 또 마음 약해져서 아무 말하지 못했다. “그래… 이번 주도 참을 인 세 번 잘했다. 나 자신”


갱년기 올 때가 되어서 그런 건지 둘째의 고등학교 3학년 생활이 짠해서 그런 건지 요즘 나도 기분이 들쭉날쭉하다. 그래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싶을 때 가끔 명상을 한다. 그러다가 나의 고등시절을 회상해보기도 한다.


‘월요일은 국어 2단원, 화요일은 국사 4단원, 수요일은 수학복습, 목요일은… 금요일… 토.. 일… 월..’

학창 시절, 시험 날짜가 예고되면 어김없이 다이어리에 공부 계획표를 만들었다. 하지만 다음 주가 되면, 또다시 계획을 다시 세우기 일쑤였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계획한 대로 공부를 다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 내내 이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정작 나는 계획만 짜고 지키지 못했는데, 내 계획표가 너무 체계적이라며 카피본을 만들어 시험을 본 친구가 성적이 올랐다며 고맙다고 한 적도 있다. 그때 나는 생각했다. ‘죽 쒀서 개 줬다’는 말, 딱 이럴 때 쓰는 거구나. 야자 감독 선생님이 허술할 땐, 친구와 몰래 화장실 가는 척하며 뒷건물 그늘 아래 숨어 신세한탄을 종종 했다. 주말이면 독서실에 가서 실컷 잠만 자고 오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엉망이었다. 나의 고3 시절 이야기다.

둘째는 나의 고등시절보다 훨씬 더 성실하고, 바쁘게 살고 있다. 나의 과거를 돌아보니 둘째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내신성적을 결정짓는 마지막 시험이 3주 앞으로 다가왔다. 좋은 컨디션으로 잘 지나갈 수 있게 건강한 음식과 편안한 잠자리를 챙겨줘야겠다. 마무리 잘하자 우리 집 귀요미 둘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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