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많하않

때를 기다리며…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을 것(할많하않)‘


‘공부하기 전에 핸드폰 보지 말자, 5분만 일찍 일어나서 여유 있게 등교하자, 집에 도착하면 책상만이라도 정리하고 일과를 시작하면 어떻겠니, 시험공부 미리미리하자,…‘ 하고 싶은 잔소리를 매일 참아가며,

‘역지사지‘, ’ 참을 인 3번은 고3엄마의 필수자세‘ ….. 를 되새기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중이다.


6월 모의고사가 끝난 직후 수행평가, 그리고 바로 기말고사 준비기간의 시간을 보냈다. 둘째는 지금 기말고사기간이다. 고등학교 내신시험은 본인이 선택한 과목만 시험을 보는데, 하루 한 과목을 볼 때도 있고 두세 과목을 볼 때도 있다. 1교시 시험만 있는 날은 10시 30분이면 집에 도착한다. 심지어 시험이 없는 날도 있는데 이런 날은 출석체크만 하고 귀가한다. 내신 시험기간 직장맘은 출근 전 아이가 귀가 후 먹을 점심과 간식을 준비해 놓고 출근해야 한다. 그래서 더 바쁘다. 때때로 아이의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학교가 멀리 있는 경우, 픽업도 마다하지 않는다. 고3엄마들 힘들다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나는 둘째의 내신성적을 참고하여 수시지원 상향 및 적정 대학교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둘째가 꼭 가고 싶어 하는 대학은 2~3개 고정해 두고 나머지 3~4개의 대학은 내가 제시하는 방향으로 계획했다. 정보를 찾다 보면 내가 생각한 것보다 지원벽이 높기도 하고, 어떤 대학은 생각보다 안정권인 경우도 있다. 지원벽이 조금 높지만 둘째가 가면 좋겠는 대학을 발견하면 희망회로를 마구 돌린다.

'묵묵히 계속 정보를 모아놓고 9월에 원서 쓸 때 비교하면서 상의하고 원서를 넣자.'

'아이에게 혼란스럽게 하지 말고 대학원서얘기는 최대한 미루자.'

이렇게 여러 번 다짐을 해놓고,

설레발을 치고 만다.


기말고사 한창 공부 중인 둘째에게...


"둘째야 이번기말고사에서 실수하지 말고 원래대로 내신유지하거나 조금 올리면 입학하는 대학교가... 바뀔 수도 있을 거 같아, 00 대학 00 과가 조금상향인데 가능할 것도 같은데 내신 제발 떨어지지만 말자!, 그럼 왠지 갈 수 있을 것 같아! “


둘째 표정이 좋지 않다...(아차 싶었지만 늦었다)

"엄마 나도 당연히 그러고 싶지... 이번 시험 난이도가 어떨지 걱정이에요... 그리고 00 대학 적정점수 높던데 나 못 갈거 같은데… 수시 6개 어딜 써야 해? 갑자기 고민스럽다... 에휴..."


이때 멈췄어야 했는데...

"00 대학 00과는 가능성 있으니까 열심히 해보자, 마지막 시험이니까 최선을 다해보자. 왜 벌써 못 간다 생각해 ~~?

알았어 엄마 대학얘기 안 할게. 오늘 말한 건 실수 같아"


다급히 마무리하고 방을 나왔다. 말꼬리가 부드럽게 마무리되지 못했다. 부정적인 생각을 먼저 하는 둘째가 답답하고, 지금 그 말을 꺼낸 나 자신이 후회돼서 또 답답하다.


심란한 마음을 버리기 위해 운동센터로 향했다. 필라테스 강사님이 강도 높게 레슨을 하는 바람에 아무 생각 없이 운동에만 집중하게 되었다. 다리는 후들후들했지만 답답한 마음이 누그러졌다. 끝나고 보니 둘째에게 문자가 와 있었다.

'엄마 아까 짜증내서 미안해 내일 특히 내가 많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윤사 시험이라서 좀 예민했나 봐. 이제 짜증 안 낼게'

문자를 보는 순간 둘째에 대한 배려가 없었던 나의 행동에 대한 미안함만 남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신상 망고빵과 빼빼로를 샀다. 빼빼로에는 요즘 유행하는 '지능과 행운이 백배로'가 적혀있는 프린트물을 뽑아서 붙여주었다. 둘째가 잠깐 화장실 간 틈에 몰래 책상 위에 올려주고 나는 씻으러 안방으로 들어갔다. 잠깐 기분 좋은 시간을 누리기를 바라며...^^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깊이 고민하고 있을 텐데 그 마음을 알아주지 못했다. 하고 싶은 말을 다해버린 나 자신을 반성했다. 할 말이 많아도 지금은 하지 않아야 함을 잊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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