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널 때

오늘도 조심, 내일도 조심조심

by 모든행운이 너에게

아침 일찍 잠이 깼지만 밤새 잠을 설친 탓에 일어나지 않았다. 한참을 뒤척이다 둘째 일어날 시간이 되어서야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밖을 내다보니 보슬비가 내리고 있고, 실내 공기는 습하고 무겁다. 내 몸이 무거우니 더 그렇게 느껴졌다. 둘째에게 학교 잘 다녀오라고 인사한 후 출근준비를 하고 있었다. 휴대폰이 울려서 보니 둘째였다. 가끔 그냥 통화하면서 등교하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받았는데....

"엄마.... 나..... 넘어졌어...."

"어디서?"

"학교 가다가... 아파트입구야, 발목이 너무 아파 1층으로 와줄 수 있어?"

....

안 좋은 상황이라는 느낌이 왔다.



둘째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일이다.

외식하자는 말에 둘째가 신나서 나오다가 문지방에 발가락을 부딪혔었다. 밥 먹는 내내 발가락이 이상하다고 아픈 것 같다고 말했지만 우리 부부는 좀 지나면 괜찮을 거라고 말했었다. 육안으로 보기에 별 이상이 없어 보여서 심각하다는 생각을 못했었다. 밥을 다 먹고 집에 올 때 돼서야 서서 걷지를 못한다는 아이의 말을 듣고 병원을 급하게 갔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결과는 골절이었다. 그 후로 둘째가 아프다고 하면 긴장한다.



머리를 말리다 말고 재빠르게 옷을 갈아입고 1층으로 내려갔다. 우산을 지팡이 삼아 짚고, 울고 있는 둘째가 보였다. 빗물에 미끄러져서 넘어졌다고 하는데 계단을 거이다 내려간 후 넘어져서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고 했다. 불행 중 다행이다. 아파서 걷지 못하는 아이를 간신히 부축해 차에 태워 병원으로 바로 출발했다. 시동을 걸며 담임선생님과 통화하고 나의 직장에도 복무를 부탁했다. 초진하고 엑스레이검사 후 다시 진료받고, 반깁스착용까지 두 시간쯤 걸렸다. 발목뼈는 이상이 없지만 인대손상이 심해서 3주 정도 깁스를 착용해야 한다고 했다. 수납까지 모두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차를 타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그러고 나서 둘째와 나의 모습을 보니, 나는 산말한 머리에 한쪽 눈만 메이크업이 된 상태이고 둘째는 비를 쫄딱 맞아 긴 머리가 엉망이었다. 둘 다 꼴이 말이 아니었다.

집에 와서 자세히 보니 아까는 보지 못한 것들이 보인다. 양쪽무릎에도 시퍼렇게 멍이 들고, 손바닥도 생채기가 나 있는 상태였다. 얼마나 아팠을까 싶어 재빨리 소독하고 연고를 바르고 냉찜질팩을 올려주었다. 긴장이 풀려서 허기진 둘째를 위해 뜨끈한 감잣국을 얼른 끓여 아침 겸 점심을 차려주고 출근준비를 다시 시작했다.

"둘째야 밥 먹고 자고 일어나면 냉찜질을 꼭 해야 해, 그리고 엄마 올 때까지 푹 쉬고 있어,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고~그리고 물이랑 간식은 옆에다 두고 갈 테니 그거 먹고... 또 머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

"엄마 내가 알아서 할게 엄마도 조금 쉬다가 가~~ 이제 좀 괜찮아지는 거 같아"

출근준비 하다 말고 잔소리를 반복하니 둘째가 한마디 했다. 배가 고팠는지 맛있게 감잣국을 먹은 둘째는 얼마 안돼 침대에 누워 곯아떨어졌다. 아침에 놀라고 아팠을 둘째를 생각하니 마음이 또 짠해온다. 아직도 볼이 통통한 둘째는 자는 모습이 아기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다친 발을 위로 올리고, 이불을 다시 덮어준 후에 늦은 출근을 했다. 고3은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라',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널 때다.'라고 했건만, 둘째에게 조심하자고 자주 말할걸... 후회된다. 아이가 다치면 엄마는 후회하고 반성의 시간을 갖는가 보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었으니 지치기 쉬운 시기이다. 나도 둘째도 잠시 쉬어가며 회복하고, 재충전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건강이 최고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하루였다.



keyword
화요일 연재
이전 13화고3 1학기 기말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