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는 위로가 되지

잠깐의 해방감이 주는 행복

중간고사나 기말고사가 끝난 주의 토요일에는 친구와 함께 떡볶이를 먹으러 갔다. 내가 고등학생이던 시절에는 토요일도 등교를 했었다. 수업이 끝나고 친구와 함께 중앙시장으로 갔다. 우리만의 의식처럼 시험이 끝나면 어김없이 그곳으로 향했다. 시장의 지하에는 떡볶이점이 여러 개 붙어있었다. 청소년들의 적은 용돈으로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장소라서 인기가 많았다. 그래서 그곳에 가면 국민학교동창이나 중학교동창을 만나기도 했다. 가져온 돈이 많은 날은 돈가스집으로 향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떡볶이였다. 토실한 밀떡에 빨간 양념이 맵고 달달하고 쫀득하다. 조금 더 돈을 보태면 바삭한 튀김을 추가해서 먹을 수 있었다. 튀김 중에서는 김말이를 가장 좋아했다. 뜨겁고 바삭한 식감에 김과 당면의 조화는 끊임없이 젓가락질을 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무료로 주는 어묵국에는 무료어묵이 꼭 하나씩만 들어있었는데 수저로 동강동강 잘라놓고 아껴먹었다. 음식이 사라지는 게 아까워서 그런 것이라기보다는 너무 빨리 먹으면 배도 빨리 부르고 이 설레는 음식과의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 음식을 먹으며 학교에서 있었던 여러 가지 이야기들로 수다가 끊이지 않았다. 대부분 학교 내에서의 에피소드와 선생님흉내, 그리고 연예인 이야기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별거 아닌 이야기에 핏대 세워가며 열정적으로 수다를 떨었던 것 같다. 그러고 나서 스티커사진부스에 들어가 여러 색의 가발과 안경을 쓰고 절대 평범하지 않은 사진을 건져야만 뿌듯함을 가지고 귀가했다. 그만큼 에너지가 많았었다. 비평준화시절인 그 당시 상위고등학교에 진학했지만, 공부 좀 한다는 학생들 사이에서 자주 좌절을 겪었던 나는 시험이 끝나면 친구와 함께 떡볶이를 먹으며 위로했었다.


둘째의 기말고사가 끝났다. 고등학교의 내신고사는 모두 끝이 났다.

시험이 끝나면 집에 친구를 초대해 배달음식을 시켜 먹어도 되냐고 묻던 둘째는 계획대로 그렇게 했다. 내가 집에 돌아와 보니 평온한 얼굴로 침대에 누워있었다. 잠시나마 해방감이 느껴졌다.

둘째에게 물어보았다.

“둘째는 쉬는 시간에 뭐 하는 게 제일 좋아? “

“나는… 누워있는 거, 그리고 핸드폰으로 보고 싶은 거 보는 거”

“그럼 최애음식은 뭐야?”

“ 나는… 그냥 음식 먹는 시간이 좋아, 먹는 건 다 즐거우니까”

긴장도가 높아서 그런지 누워서 핸드폰을 하거나 음악을 듣는 정적인 시간을 즐기는 둘째이다. 그리고 나를 닮아 먹는 걸 좋아한다. 스팸계란볶음밥이나 닭가슴살 샐러드처럼 간단한 음식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둘째의 위로는 혼자만의 여유 있는 시간인 것 같다.


그로부터 며칠 후 둘째가 시험성적이 맘에 안 든다고 했다. 지난 시험 다른 과목은 예상한점수에서 벗어나지 않았는데 유독 영어점수가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했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영어였다. 어문계열을 희망하는 둘째는 영어점수에 민감하다. 영어를 좋아하는데 점수가 잘 안 나와서 속이상한 듯했다. 몇 마디 나누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눈물을 글썽였다. 심각해지지 않으려고 내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더니 서운했던 모양이다. 열심히 했는데도 뜻대로 되지 않아 속상한 둘째의 모습에 참 마음이 아프다.

딸에게 이런저런 말장난으로 기분을 조금 풀어준 뒤에 나의 고등시절 위로음식인 떡볶이를 해주었다.

“엄마 진짜 맛있네~”

”떡볶이를 하다보니 양이 많아졌어. 너무 많이 했나? “

“무슨 소리야 다 먹을 수 있을 거 같아”

“그래 우리 맛있게 먹으면서 재미있는 동영상도보자”

“엄마 진짜 너무 행복해!”

이 시간이 너에게도 위로의 시간이 되었길 바란다 둘째야, 내신시험이 모두 끝났으니 잠시 쉬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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