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척 별일 아닌 척
뜨거운 여름 5주의 도약 'SUMMER SCHOOL'
타협 없는 생활관리
10분 단위 졸음지도
휴대폰수거&전원 끄기
오전 8시~밤 12시
주중외출 3번만 허용
이 광고를 보고 나의 자녀를 보낼 일이 있을까 싶었다. 특히 '타협 없는 생활관리와 10분 단위 졸음지도...' 너무 무시무시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첫째는 관리형 독서실과 일반 스터디카페를 이용했었는데, 둘째는 성향에 맞지 않는다며 집에서 혼자 공부했었다. 그런데 지난겨울방학기간 동안 아침잠 조절에 실패하여 원하는 공부량을 채우지 못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했다. 마냥 놀기만 한 것도 아닌데, 아침잠을 이기지 못해 순공시간(순수한 공부시간)을 망치는 기분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 노력은 했지만 결과적으로 양적인 공부시간이 부족한 채로 3학년에 진학했다. 그래서 여름방학을 앞두고 썸머스쿨을 추천했다. 아침 8시에 시작하고, 하루 공부량을 관리해 주는 부분 때문이었다. 둘째가 손사래 칠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추천해 보았는데 반전이었다. 스스로 정보도 찾아보고 며칠 생각해 보더니 해보겠다고 말했다. 막상 해본다고 하니 기특하면서도 힘들지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이 더 커졌다. 나의 갈대 같은 마음에 사로잡히기 전에 얼른 등록을 해버렸다. 남편이 이런 나를 보고 '엄마가 그러면 둘째가 더 맘 약해진다, 마음먹고 보내기로 했으니 믿고 맡겨라.'하고 말한다.
'그래, 5주간의 도약이라잖아, 안쓰러워만 하지 말고 힘 있게 응원을 해주자'
'짠한 마음이 들지만 괜찮은 척, 별일 아닌 척'
나 혼자 다짐했다. 겁이 많은 내가 엄마가 되었기 때문에 이런 다짐을 더 자주 하게 되나 보다.
아이를 키우면서 나는 긴장하는 순간들이 참 많았었다.
첫째를 낳고 첫 출근하던 날,
둘째를 낳기 위해 첫째를 맡기고 병원으로 떠나던 날,
예방접종을 처음 하던 날,
치과에 처음 갔던 날,
어린이집을 처음 보내던 날,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던 날,
1박 2일 캠프를 처음 보내던 날,
편도선 수술실을 들여보낸 날,
단기어학연수를 보내던 날,
처음 기숙사를 들여보내던 날,
대범하지 않은 나는 누구보다 너무 별일이고, 괜찮지 않았던 순간들이었다. 주변사람들은 잘 지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일들이 하나하나 겪을 때마다 벌벌 떨리고 힘겹게 지나가는 듯했다. 여러 번 겪으면 연륜이 쌓여서 좀 무던해질 줄 알았지만 아직도 나는 그렇지 못하다. 그런 나의 속마음을 알아버리면 아이들이 흔들릴까봐 그럴 때마다 ‘괜찮은 척 별일 아닌 척’ 한다.
방학하기 전 오후반으로 미리 시작한 썸머스쿨 첫날
둘째는 학원버스를 놓쳤다. 성격상 긴장하면서 미리 기다렸을 텐데 …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나는 퇴근하자마자 둘째를 얼른 학원에 태워다 주었다.
둘째가 내리자마자 ‘휴… 첫날부터 쉽지 않네…‘ 나 혼자 중얼거렸다. 다행히도 첫날 오리엔테이션 지각은 면했지만, 둘째가 오길 기다리며 ’안 한다고 하면 어쩌지… 밀어붙여? 그냥 혼자 잘해보라고 할까?’ 별별생각에 내심 불안했다.
밤 10시 1차 하원시간이다. 밤 12시까지 하는 아이들이 더 남고 나머지는 귀가하는 시간이다.
학원 앞에는 비상깜빡이를 켠 학부모차량이 줄지어있었다. 둘째가 내차를 발견하고 얼른 차에 올라탔다. 얼굴표정이 나쁘지 않다. 얌전히 반응을 기다리지 못하고 말을 건네본다.
“둘째! 어땠어? 분위기 살벌해?, 아는 친구 있어?, 선생님은 어때?, 밥은 맛있었어?”
“엄마 나는 진짜 다~괜찮은데 밥 먹는 시간이 재미없어, 공부하던 책상에서 말없이 밥만 먹어야 해 “
“수행하는 시간 같겠다…그럼 뭐라도 좀 읽을거리를 들고 가면 어때? 잡지나 만화라도? “
(‘밥먹는시간마저 편치않구나, 그땐 좀 풀어주지 너무하네…우리 둘째 밥 먹는 시간 중요한데…. 이거 안 간다고 밑밥 까는 건가….’, ’ 밀어붙여? 그냥 맘대로 하라고 할까?’)
“아니야! 소설책이나 문학책 챙겨갈 거야 그럼 될 거 같아”
“다른건 어때? 공부시간이나 분위기 이런 거? ”
“아직 처음이라 잘 모르겠어, 근데 해야 할 것이 많더라고~ 그리고 뭐든 봐주는 게 없어. 흠….”
“어………. 그래… 그렇지 좀 빡빡한 곳이잖아.…..”
“영어단어시험 보는데, 통과못하면 할때까지 한대. 그런데 한번 해보지 뭐!”
“응 그래~ 이것도 경험이다 생각하고 파이팅 하자”
“어 일단 집에 가서 정리 좀 해보고 내일부터 적응해야지”
…………
나의 우려와는 달리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둘째를 보며
‘그동안 나의 걱정으로 너무 돌돌 감싸왔구나…‘
‘걱정은 걱정대로 긴장은 긴장대로 내 안에 숨기고, 이제는 더 크게 믿어주는 것이 필요한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은 에피소드가 나에게는 또 한 번의 성장을 받아들이라는 신호같았다.
그리고 커다란 과제가 하나 생겼다. 학원 급식을 7월에만 먹고 8월은 도시락을 싸달라고 한다. 나에게 여름방학 최대 고비가 오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