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여름바람맞으며
‘ 2017년 11월 카카오스토리
다이나믹, 낭만, 행복 가득했던 사이판
언제고 아름다운 무늬의 물고기들과 황홀했던 별빛을 보러 다시 가겠어
어딜 가든 흠뻑 느끼고 즐기는 우리 가족 최고, 그리고 영원한 나의 가이드 남편 고생 많았어.‘
그 당시 카카오스토리에 짧게 메모했던 내용이다.
여름이 되면, 가족모두 좋아하는 몇 가지가 있다. 별과 밤과 드라이브가 그것이다. 별을 보기 위해 일년 중 며칠은 천문대에 가고, 서로 의견이 맞으면 아무 날 밤에 산책을 가거나 목적 없는 드라이브를 한다. 좋아하는 음악과 함께.
‘Best of best’로 꼽히는 우리 가족의 드라이브에 관한 추억은 사이판에서의 밤드라이브다.
‘country road’ 노래를 들으며 자동차의 창문을 모두 열고 여름의 밤바람을 맞으며 신나게 달리는 드라이브. 모두 노래를 따라 부르며 창문밖으로 손을 내밀었다. 손가락사이로 빠져나가는 부드러운 바람을 느꼈다. 우리 가족은 일명‘별빛투어‘의 장소로 향하고 있었다. 시골스러운 작은 가게들을 지나고, 낮은 산 중턱을 넘으며 여름낭만에 심취했다. 도착예정 시간이 20여분 정도 남았을 때였다. 흥이 넘치던 우리 가족의 목소리가 순간 멈칫했다. 주변에 가로등하나 없는 해안도로(옆이 바다인 것도 내비게이션위치를 보고 알았다)를 달리는 중이었다.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끄면 모든 것이 사라질듯한 암흑 속이었다. 그런 어둠 속에 우리 가족이 탄 자동차 단 한대만 달리고 있었다. 겁이 많은 나는 아이들에게 다시 음악에 심취하자 해놓고 온신경은 내비게이션의 줄어드는 시간에만 집중할 뿐이었다. 목적지 주변이라는 안내멘트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남편과 나는 서로 의심하는 눈빛을 보냈다. 헤드라이트를 끄기 전 차 앞에 두 세 사람이 앞에 있는 것이 보였다.
“여보, 사람이 있네 정말 다행이다. 근데 별이 왜 안 보여?”
“일단 내리자”
신랑의 대답과 함께 시동을 끄고 차문을 열고 내리자마자 나도 모르게 가느다란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어머 세상에……….‘
슬로모션을 보는 것처럼 반짝이는 별들이 내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눈을 어디에 두어도 찰랑찰랑 빛이 보이는 황홀한 곳에서 잠시 우리 넷은 넋을 놓고 서있었다. 준비성이 철저한 남편은 돗자리를 챙겨 왔다며 모두 누워서 보자고 제안했다. 바닷바람에 펄럭이는 돗자리를 우리의 몸으로 눌러 누운 뒤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위에도 옆에도 별이 많이 보여서 내가 누운 곳이 땅인지 공중인지 분별이 가지 않았다. TV에서만 보았던 별똥별을 발견한 남편은 소리를 지르며 알려주었고, 나와 아이들은 알려주는 방향으로 눈을 재빠르게 돌려가며 감상했다. 실컷 별구경을 하고 난 뒤 주변을 보니 관광버스도 있고, 봉고차도 있고, 자가용도 있었다. 그 차들이 시동을 걸지 않는 한 빛이 하나도 없는 곳이었다. 오직 별빛만이 있었다.
배탈이 나서 썸머스쿨 조퇴를 하고 온 둘째와 함께 저녁을 죽으로 먹고 가족모두 산책을 나갔다. 평소에는 밤 10시가 넘어야 집에 오는 둘째가 오늘은 일찍 왔으니 오랜만에 함께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낮동안의 뜨거운 열기가 저녁 8시가 넘도록 식지 않고 남아있었다. 아파트 정문에 도착하기도 전에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산책은 무리겠다 싶어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가 드라이브하자는 첫째의 요청에 차키를 들고 지하주차장으로 다시 향했다. 목적지 없는 드라이브가 시작되었다. 차가 달리기 시작하자 창문을 내리고 바람을 느꼈다. 시원하지는 않지만 부드러운 미지근한 바람이었다. 절대 빠질 수 없는 주크박스 담당은 항상 아이들이다. 시작은 최신 팝송이었다. 나는 알지도 못하는 팝송이지만 리듬에 맞춰 박수를 열렬히 쳐 주었다. 아이들도 손뼉 치고 둠칫둠칫 흥을 올렸다. 이어서 우리 가족이 즐겨 듣던 노래를 하나하나 찾아가며 틀었고, 남편은 점점 더 멀리 외곽도로를 향해 달렸다. 원래는 동네 두세 바퀴를 돌고 들어가는데, 오늘은 오랜만에 아이들도 신나 하니 남편도 드라이브시간을 늘렸다. 음악은 추억을 소환해 내고, 그 추억 속에서 우리 가족은 더욱 돈독해져 갔다. 마지막 주크박스담당은 나였다. 8090 여름노래를 골랐다. 쿨, 코요테, 뿌요뿌요, 디제이덕^^;; 말도 안 되는 디스코를 남발하며 흥얼거리다 보니 어느새 우리 아파트가 보였다. 아이들도 아쉬운지 ‘아빠, 한 바퀴 더요!‘ 를 외쳤다. 마지막 엔딩은 ‘country road’였다. 말하지 않아도 떠올리는 우리의 추억을 회상하며 한 마디씩 했다. 얼마 전 몽골여행을 떠날 때 사막에서 쏟아지는 별을 기대하며 갔던 첫째는 ‘그때만큼 황홀한 별이 있는 하늘은 본 적이 없어, 몽골도 그 정도는 아니었어.‘라고 말했다. 우리 가족은 자연스럽게 오늘의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화려하지 않지만 반짝이는 별을 하나둘 세어가며 예쁘게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