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 study 하다가 real study

특목고 준비하는 딸과 함께 공부하다가 자격증 딴 아빠

by 모든행운이 너에게

‘공무원시험 합격은 에듀*~~공인중개사합격, 주택관리사합격~’, 서경석개그맨이 광고하고 본인이 직접 공인중개사 시험을 본 해였다. 서경석은 떨어지고 남편은 합격했다.


첫째가 중3이 되던 해였다. 영어를 특히 좋아하고 국제사회에 관심이 많은 딸에게 관련 특목고를 권유했는데 관심을 보이는 듯했다. 그래서 그 관심이 사그라지기 전에 특목고 견학을 신청했다. 마침 학교설명회를 겸한 견학프로그램을 신청받고 있어, 어렵지 않게 빠른 시간 안에 직접 방문 할 수 있었다.

견학 당일, 안내하는 재학생은 영어와 한국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학교를 멋지게 소개했다. 학교건물이 특별히 크지 않았지만 기숙사와 함께 있어서인지 대학캠퍼스 같은 분위기가 났다. 학습과정은 발표위주의 수업이 많아 쉽지 않은 학습량을 소화해야 할 것이고, 기숙사 생활도 적응해야 하니 입학하더라도 생활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기심에 더 또렷해진 눈으로 집중해서 설명을 듣는 딸이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했다. 그래서 견학과 설명회가 끝나자마자

“어때?” 하고 물었다.

“나 여기 오고 싶어 졌어”라고 대답한다.

“왜?”

“교복이 정말 예쁜데? 저 교복 입고 싶어 “

“어? 교복? 뭐 입학하면 두 벌도 사주지~”

교복 때문에 입학하고 싶다는 첫째의 대답과 함께 특목고입시준비를 시작했다.(교복 때문에 가고 싶었다는 말은 진짜인가 싶어서 졸업 후에 물어봤었는데도 진심이었다. 교복 아니었으면 안 갔을 수도 있었단다...^^;;)

빠르면 초등학교부터 준비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합격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지만, 합격여부를 떠나 일단 도전하는 것에 의미를 두었다. 학습적인 부분은 학원과 과외를 통해 최대한 선행할 수 있는 선에서 진행했다. 면접준비는 전문가의 상담과 추천받은 강사에게 지도를 받았다. 그런데 면접 부분은 수도권이 아니라서 그런지 만족스럽지 못했다. 결국 내가 자료를 찾고 모의면접을 만들어 틈틈이 준비했다. 처음 접하는 입시준비에 우리 부부는 면학분위기를 조성하고자 저녁식사 후에 독서를 하거나 하고 싶은 공부를 하기로 했다. 시간이 조금 흐르자 독서보다는 핸드폰이 더 보고 싶기도 하고 음악이 듣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 남편과 나는 쇼스터디를 하기 시작했다. 공부하는 척하면서 책사이에 핸드폰을 넣고 몰래 보기도 하고, 이어폰을 끼고 라디오를 듣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공인중개사자격증' 공부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어차피 면학분위기 조성은 해야 하고 억지로 공부하는 척 하기보다는 진짜 공부를 하겠다고 한 것이다. 나는 본보기가 되는 것이 멋져 보여서 적극응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첫째보다 남편이 더 열심히 공부에 몰두하기 시작하더니 한 달 두 달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들이 아빠공부에 방해될까 봐 조심하는... 수험생이 뒤바끼는 상황이 벌어졌다. 남편이 자격증공부에 너무 진심인 나머지 예민해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나는 아빠와 첫째가 수험생이다 보니, 퇴근 후에 나눠서 하던 살림을 도맡아 하게 되었다. 면학분위기 조성해 보자고 건의한 것도 나였고, 이것으로 인해 제일 힘든 것도 나인 것 같았다.

내가 폭발하기 직전에 다행히 신랑이 시험을 치렀다. 좋은 점수로 합격하여 아빠의 위신도 높아지고 그 기운을 받아 연이어 첫째의 1차 합격발표가 났다. 2차 면접날, 첫째를 기다리면서 그동안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순간들이 생각났다. 첫째가 끝나고 나오면 울컥할 것만 같았다. 그런데 끝날시간이 지나도 나오지 않았다. '면접을 망쳐서 어디 구석에서 울고 있나?', '나오는 길을 못 찾았나?'남편과 걱정하고 있는데 멀리서 나오는 첫째가 보였다.

"안 떨었어?, 왜 이렇게 오래 걸린 거야?"

"면접이 끝나도 전체 우리 팀이 끝날 때까지 못 나와, 대기시간이 엄청 길어. 그래서 나 중간에 화장실도 갔어. 이상하게 똥 마렵더라고 하하 그리고 대답도 할 만큼 다 하고 나온 것 같아. 뭐 떨어져도 할 만큼 했어."

걱정과는 다르게 엉뚱한 첫째의 대답에 헛웃음이 나왔다. 긴장도 안 한 것 같고, 후회 없이 대답하고 나왔으니 그걸로 만족했다. 게다가 똥 싸고 나왔으니 그 학교에 다시 또 가게 될 운명인 것 같다면서 농담을 하며 돌아왔다. 지루하고 지루한 기다림의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합격 발표의 날이었다. 학교에서 합격여부를 확인한 딸이 울면서 전화했다.

"엄마 나 합격했어어어어어억어어어어어 너무 좋아 아아아 헉 허... 어어...."

열심히 하면 얻어질 수 있는 것이 꼭 있다고 다독이며 보냈던 준비의 시간들이 헛되지 않아서 기쁘고, 첫째가 그걸 알게 되어서 감사했다. 비록 노력한만큼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노력의 가치를 마음에 새기는 기회가 되기를 바랐다.


누구보다 열렬히 공부한 남편은 서울대출신 서경석도 떨어진 공인중개사자격증을 취득했다며 뿌듯해했었다. 이후 서경석개그맨은 한번더 시험을 치른 후 취득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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