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에 풍덩~
흐린 날씨 속에 온도는 30도, 체감온도는 32도에서 35도를 오가며 습한 여름날씨가 지속되고 있었다. 습도가 너무 높아서 건조기 없이는 빨래를 말리기 어렵고, 에어컨 없이는 숨이 막혔다. 퇴근하면 온몸이 무겁게 느껴져 무기력한 저녁시간을 보내는 날이 많았다.
둘째는 여름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오후에만 가던 입시학원을 아침 8시에 등원하고 있다. 주 1회 일요일 단 하루만 쉬는 날이다. 일요일 단 하루의 휴일이지만 어디 가고 싶은 곳은 없는지 딸에게 의견을 물어보니 짧은 시간이라도 바닷가에 가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일요일 늦게까지 자고 바닷가에 가서 발만 담그고 저녁을 먹고 집에 오는 걸로 결정했다. 그런데 다음날부터 그렇게 다녀오면 '휴가 같은 느낌'이 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고민을 하게 되었다. 물 좋아하는 둘째가 제대로 놀지 못한 채 아쉬움만 남는 외출이 될 것 같았다. 여러 가지 방법을 고민한 끝에 하루짜리 휴가지만 알차게 놀고 오자는 방향으로 계획을 다시 짰다. 당일치기이지만 숙소도 구하고, 물놀이도 하고, 저녁도 맛집에 가서 먹는 것으로 변경했다. 대신 일요일 늦잠은 포기해야 했다. 목적지는 양양으로 정했다. 내가 짠 일정을 가족에게 물어보니 모두 좋다고 했다.
드디어 일요일 아침 9시 모두기상!
역시 놀러 가는 날은 깨울 필요가 없었다. 모두 제시간에 일어나서 10시까지 모든 준비를 마쳤다. 수영복을 입고 겉옷을 위에 하나씩 걸친 채로 양양으로 출발했다. 최근에 계속 습하고 흐린 날씨가 계속됐었는데, 이날은 맑고 뜨거웠다. 12시쯤 둘째가 좋아하는 초밥집에 도착해 배불리 먹고, 넷이서 선크림을 돌려가며 열심히 발랐다. 오랜만에 물놀이할 생각에 설렘 가득 안고 바닷가로 향했다. 오후 1시 반 드디어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집에서 준비해 온 스노클링 장비와 구명조끼를 양손에 들고 해변가로 갔는데, 관리하시는 분이 우리를 향해 호객행위를 했다. 바닷가 근처는 모두 파라솔구역이며 가격은 4만 원, 무료돗자리는 파라솔뒤쪽으로 100미터 떨어져 있는 곳만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바닷가 근처에 숙소를 잡아둔 우리는 바닷가에서 놀기만 한다면서 거절을 했더니, 더워서 고생할 거라며 비아냥거렸다. 살짝 기분 나빴지만 우리의 휴가를 망칠 수 없으니 그러려니 해버리고, 돗자리를 멀리 두고 바닷가로 걸어갔다. 거리가 있어서 땀이 흐르기 시작했었는데, 차가운 바닷물에 발을 담그는 순간 땀이 쏙 들어가고 잔잔한 바람도 시원하게 느껴졌다. 모래사장을 어슬렁 거리면서 스트레칭을 하고 대충 준비운동을 마친 우리 가족은 동시에 파도 속으로 몸을 던졌다.
"와! 정말 시원하다~~~~! 정말 시원해!!!"
"오! 추워 추워", "조금만 버티면 적응할 수 있어 버텨 버텨!!"
우리 넷은 기분 좋은 비명을 질러가며 물놀이를 시작했다. 둥둥 떠서 파도에 몸을 맡기고 하늘 위의 구름을 보니 모든 것이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나는 이때 기분이 가장 좋았다.
"어? 발에 자꾸 뭐가 밟혀!"
둘째가 말했다. 첫째가 스노클링장비를 하고 아래를 보더니,
"조개야! 우와~~ 조개가 많아! 물고기도 있어!"
물고기가 없어도 물속을 보는 것을 즐기는 첫째는 조개와 물고기를 보고 환호성을 질렀다. 이때부터 조개잡이가 시작되었다. 첫째는 몇 분 흐르지도 않았는데 조개를 한 움큼 잡았고, 둘째는 발가락사이로 조개를 잡는 달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조개 잡는 사람들이 꽤 많이 보였다. 실컷 물놀이를 한 후 숙소에서 씻고 잠시 눈을 붙였다. 게슴츠레 눈을 뜨고 시계를 보니 벌써 오후 7시 반을 지나고 있었다. 배고픈 우리 가족은 재빨리 체크아웃을 하고, 양념갈비를 정말 맛있게 먹었다. 하루 더 놀고 싶은 아쉬움을 아이스크림으로 달래며 차에 올라탔다. 이것으로 올해 '하루짜리 여름휴가'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짧고 아쉬운 휴가였지만, 오랜만에 여유 있고 재미있는 하루였다. 내일부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오늘 하루의 추억을 에너지 삼아 더운 여름을 잘 보내봐야겠다.
파란 하늘 위에 하~얀 구름 그리고 청량한 파도소리를 기억하며...^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