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수시 원서접수

긴장되는 결정의 시간

by 모든행운이 너에게

2026학년도 수시접수가 코앞이다. 원서접수 기간은 2025.9.8~9.12 사이, 각 대학별 3일 이내로 정한 날짜에 접수하게 된다. 합격자 발표는 12.12~13이고 등록기간은 12.15~17이다. 접수일과 발표일 사이에 대학수학능력시험(11.13)과 면접고사가 있다. 이 일정을 모두 마치면 둘째의 입시일정이 끝나게 된다.

2025학년도 첫째 때는 의대정원 증가이라는 빅이슈와 더불어 자율전공 혹은 무전공 신설이 있었다. 전형별 모집 정원에 변수가 있었고, 코로나 때 축소되었던 면접이 증가되기 시작했다. 예측하기 힘든 입시라서 어렵다고 했었고 실제로 상향지원인데 합격을 하거나 하향지원인데도 불구하고 불합격되는 사례가 있었다. 심지어 적정과 하향을 골고루 넣은 6수시가 모두 미끌린 사례도 있었다. 2026학년도 입시의 주요 변동사항은 의대정원 감소와 수능최저강화 및 면접전형 증가이다. 전형별(교과와 학종사이) 모집인원이 통째로 뒤바뀐 학교도 있고, 전형에 따른 내신산출 방식이 작년과 전혀 다른 학교가 있다. 이런 경우 작년 입결을 참고하더라도 올해 합격예측을 하기 어렵다. 게다가 황금돼지 해에 태어난 2007년생의 현역 고3학생 수 자체가 많고, 곧 바뀔 5등급제 내신과 수능체제로 인해 막판 N수생이 수만 명 몰려 함께 입시를 치르게 된다. 둘째는 올해 원하는 학과와 자율전공을 함께 지원할 생각인데 자율전공은 입결자료가 작년 한 해 것뿐이라 적정 수준의 성적이라고 해도 안심할 수가 없다. 이러한 상황이기 때문에 입시를 학생 혼자 치르기는 버겁다.



교실 뒤편 벽에는 대학 배치표가 붙어있고 사물함 맨 위에는 백과사전 혹은 전국전화번호부* 같이 생긴 책이 각 반에 비치되어 있었다. 다름 아닌 전국대학입시 책자다. (*전국전화번호부: 요즘 세대는 모를 것 같다. 동네별 혹은 시군별로 전화번호부를 제작해 배부하던 시기가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개인정보 남발이지만 말이다^^)

나의 고3 시절에는 많은 친구들이 수능 보기 전까지 전공에 대한 정보나 지식이 없었다. 부모님이 학교에 직접 와서 상담하는 경우는 드물었고, 반에서 1-2등 하는 학생이 아니면 어딜 지원하든 관심 없는 담임선생님이 대부분이었다. 수능이 끝나고 친구와 책자를 보면서 “너는 손재주가 좋으니까 보석세공과를 가는 게 어때, 나는 친구들 이야기 잘 들어주니까 상담학과 쓸게.” 정도의 생각으로 학과를 고민했고, 더러는 대학 가서 공부는 하기 싫고 영화를 좋아해서 연극영화과에 지원하거나, 산업디자인과가 미대인지 모르고 지원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성적이 고등학교 내내 하향곡선을 그렸던 나는 부모님이 골라준 학교에 반항 한번 해보지 못하고 지원했다. 부모님은 고등학교 입학성적이 좋았던 나에게 기대가 많으셨는데, 실망시켜 드린 죄책감이 컸기 때문이었다. 교육학과나 항공운항과 등을 알아보고 지원가능한 곳도 있었지만 생각만 할 뿐이었다.

그 당시에는(1999학번) 종이원서를 구입하여 직접 작성하고 대학교 체육관에 가서 접수했다. 접수 마지막날 경쟁률을 확인하며 소위말하는 '펑크 난' 학과에 원서를 넣기 위해서는 온 가족이 총동원되어 각 대학에 원서와 원서비를 들고 줄을 서있어야 했다. 삐삐나 시티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마감 직전에 접수대에 밀어 넣는 방식이었다. 시간이 임박해서 고속도로에 차를 세워두고 오토바이를 빌려 타고 가서 원서를 넣은 사람도 있다 하니, 내 경험은 아니지만 어쩌면 지금보다 더 치열한 입시였을지도 모르겠다.



작년과 변화가 많은 둘째 입시를 위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는 '참을 인'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기며 잔소리나 불필요한 의견충돌을 줄여 편안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시간을 들여 변화된 수시전형에 대해 공부하고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다.

맨 처음 둘째의 생활기록부 내용과 성적을 분석했다. 3학년 1학기 비공개하는 부분을 제외하고, 2학년 2학기까지의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창의적 체험활동, 교과학습발달상황 등을 꼼꼼히 확인했다.(수시접수 기간만이라도 3학년 1학기 생활기록부의 세부내용을 출력해 주면 좋겠는데, 고등학교에서는 수시원서접수 후 면접 보는 아이에 한해 3학년 1학기 부분을 공개한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규정이 그렇다고 하니 어쩔 수 없었다. 학생부종합전형지원(서류형, 면접형)을 고려할 때 가장 큰 애로사항이었다. 다만 학교 내 진학상담선생님과의 상담시간을 통해 아이는 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촬영금지라서 아이가 확인 후 메모한 것에 의지해야 했다. 학교별 서류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의 범위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꼼꼼히 확인 후 조금이라도 둘째에게 유리한 곳으로 선별했다.

그다음엔 우리가 나름 분석한 자료를 가지고 몇 개월 전부터 전국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대입박람회 및 설명회를 다니면서 대학라인을 정했다. 이 부분은 아이가 고3이 되는 시점부터 관심 있는 대학에 한해 종종 정보를 찾아보고 대면 설명회나 유튜브 설명회를 참석하고 있었다. 대학라인을 상향, 소신, 적정, 하향지원으로 광범위하게 정한 후 그 대학들을 둘러보러 틈나는 대로 다녔다. 몇 군데의 대학을 빼고는 방문을 거이다 했다. 어차피 주말에 놀러 갈 수도 없으니 드라이브 삼아 다녔다. 대학의 순위나 명성도 중요하지만 실제 답사를 통해 캠퍼스 분위기를 보고 싶었다. 결국 가려고 했다가 빼거나 생각이 없었는데 넣거나 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 부분은 내가 조금 과해보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타 지역에서 가는 것이라 꼼꼼하게 살펴보고 싶었다. 이제 이번 주 금요일까지 원서접수하는 일만 남았다. 가장 어려운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내 아이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그래도 이 정도면 좋은 생기부 아닐까?’,‘정말 열심히 한 부분이 나는 보이는데 입학사정관도 이걸 봐주지 않을까?‘, ‘커트라인점수랑 비슷한데 넣으면 합격할 수도 있지 않을까?‘ 내 눈에는 좋은 것만 보이니까 말이다.

마지막으로 지원학교와 학과를 선별했다. 이 모든 과정은 둘째의 의견을 틈틈이 물어보면서 진행했다. 초, 중 고등의 학교생활이 오로지 입시만을 위한 것은 아니지만, 결국 대입이라는 관문은 결과로써 학생들에게 인생의 중요한 의미를 갖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위해 함께한다. 그래서인지 접수기간인 요즘에는 둘째가 철든 것처럼 보인다. 입시정보를 알려줄 때마다 감사한마음을 나에게 전하기도 하고, 관심학과나 교육과정에 대해 검색해 보고 입학전형도 스스로 찾아서 나에게 알려주며 함께 고민한다. 짜증도 줄었다. 그만큼 간절함이 느껴진다. 그 마음은 나도 마찬가지다. 수험생의 모든 부모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진작 이렇게 했으면 얼마나 좋아?‘라고 말하고 싶지만 '참을 인'으로 누른다.




모든 수시접수를 마쳤다.

안정이라고 생각하는 학교는 마감전날까지 접수하고 상향지원학교는 접수 마지막날 진행했다. 직장을 일찍 조퇴하고 마지막 접수일에 마지막 경쟁률 발표를 보고 접수했다. 경쟁률이 너무 치열한 것을 대비해서 학교 하나를 더 찾아놓은 상황이었다. 2개의 학교만을 남겨둔 상황이었다. 2시 경쟁률을 보자마자 하나의 학교는 접수하고 나머지 하나의 학교를 고민하였다. 우주상향을 할 것이나 말 것이냐…. 둘 다 어차피 상향지원이었다.

나: "우리 그냥 경쟁률 낮을 것 같은 학교로 넣을까?"

둘째: "엄마 어차피 상향인데 00대 쓸래"

나: "안 쓰면 후회하겠지?, 떨어져도 후회 없지?"

둘째: "내가 목표로 하고 활동했던 거니까, 우주상향으로 해볼래"

나: “그래! 너의 희망대학이니 질러나 보자”

3시간을 고민한 끝에 경쟁률이 작년보다 치열해지지 않을 것이라 예측하고 우주상향을 하나 질렀다. 밤에 게시된 최종경쟁률을 확인해 보니 작년과 비슷했지만 둘째는 후회 없는 선택이라고 했다. 고등학교 생활 내내 꿈처럼 그려온 학교이기에 한번 도전해 보았다. 마지막 원서 접수까지 온라인상으로 끝까지 함께 고민한 둘째와 나와 남편은 하나의 팀으로 느껴졌다. 저녁식사 후 우리 셋은 기절하듯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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