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은 제한적인 추석연휴
지난 금요일부터 본격적인 추석연휴가 시작되었다. 명절마다 방문하는 시할아버지와 시아버지 성묘는 지난주 미리 다녀와서 안 가도 되었고, 우리 집으로 명절을 보내러 오시는 시어머니도 이번에는 안 오신다고 하니 특별히 음식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되었다. 이번 추석은 신경 쓸 일이 많지 않다. 그래서 연휴가 시작되자마자 아주 짧게 우리 가족친목도모 및 기분전환을 목표로 1박 2일 캠핑을 다녀왔다. 정확히 말하면 목요일 조퇴를 내고 일찍 퇴근하여 하교한 고3둘째와 시간을 맞추어 출발했다. 10일간 출근을 안 하고 놀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기도 하고, 해외여행 가기 딱 좋은 기간인데 갈 수가 없으니 안타깝기도 했다. 막상 공부하는 둘째를 놓고 멀리 갈 엄두가 나지 않아 결국은 1박 2일 우리 가족캠핑, 부모님과 1박 2일 추억의 장소(부모님이 옛날에 살던 서울집) 방문 동행, 강릉당일치기여행 정도로 보내기로 했다. 맘 같아서는 2일 정도는 어디 혼자 가서 아무것도, 아무 생각도 없이 보내보고 싶었지만…. 접었다. 내년에는 한 번쯤 도전해보려고 한다.
오랜만에 우리 넷이 캠핑이라서 그런지 출발할 때부터 완벽하고 꽉 찬 행복감에 설레었다. 운전하여 처음 도착한 곳은 캠핑 갈 때마다 매번 들리는 장작을 판매하는 편의점이었다. 남편이 장작을 차에 싣는 동안 두 아이는 먹고 싶은 과자와 마시멜로우, 음료, 젤리를 골랐다. 아카(아빠카드)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동안 과자를 못 먹어본 것처럼 계산대를 가득 채웠다. 평소 같으면 과하다고 잔소리를 했겠지만 이번엔 넘어가주었다. 신나는 기분을 더 신나게 올려주고 싶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민망하지만 내가 많이 먹었다.
캠핑장에 도착해서 남편이 타프를 치는 동안 우리 셋은 테이블과 의자를 모두 조립하고, 텐트를 펼쳐주면 내부잠자리를 만들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오롯이 남편과 내가 하던 일을 이제 두 아이가 함께하니 30분도 채 안되어 캠핑장비가 모두 설치되었다. 어느 방향을 바라보면 풍경이 좋은지 테이블 방향을 약간씩 바꿔가며 정한 후 둘러앉았다. 따뜻한 차 한잔씩을 나누며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가을의 색을 띠기 시작하는 산을 감상했다. 계절이 바뀌면서 산의 색도 변하는 모습이 신기하고 재미있다며 함께 잠시 이야기를 나눈 것 같은데 금방 어둑어둑해졌다. 남편은 숯불을 피워 두툼한 목살을 먹기 좋게 구워주었다. 오랜만에 숯향 나는 돼지고기를 먹으니 정말 맛있다며 소란스럽게 먹는 저녁식사가 재미있었다. 급하게 출발하는 바람에 쌈장도 없이 쌈채소도 없이 덜렁 김치만으로 먹는 고기인데도 아주 맛있게 먹었다. 배불리 먹고 나서 치울 새도 없이 숯불이 꺼지기 전에 꼭 먹어야 한다는 스모어쿠키를 구웠다. 비스킷 위에 마시멜로우를 올리고 초코를 올리고 그 위에 다시 비스킷을 올려 구워 먹는 쿠키인데 캠핑 오면 종종 해 먹었던 추억의 간식이었다. 모두 배가 빵빵하게 먹은 후 이번캠핑에 꼭 해야만 한다는 또 한 가지, 보드게임(스플렌더)이 시작되었다. 승부욕이 불타올라 ‘한판만 더‘를 여러 번 외치다 보니 두 시간이나 흘렀다. 캠핑의 마지막코스는 뭐니 뭐니 해도 불멍과 함께 먹는 라면이 최고다. 차가워진 밤공기와 함께 라면을 먹으며 풍성한 한가위의 캠핑을 마무리했다.
남은 연휴기간에 부모님과의 서울여행을 제외하고는 조용한 일상으로 보낼 계획이다. 둘째가 공부하는 동안 나도 조용히 독서하고, 바쁜 워킹맘 일상에서 벗어나 조용히 게으른 일상을 만끽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