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그림자와 춤추는 삶 - 더 자유로운 나

by 김경은

우리는 평생 그림자와 함께 살아간다. 그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분노, 질투, 두려움, 욕망… 우리가 아무리 억누르고 밀어내도 그림자는 우리를 따라다닌다. 중요한 것은 그림자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 춤추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춤이란 무엇인가? 억누르지도 않고, 무작정 휘둘리지도 않는 상태다. 음악이 흐르면 몸이 자연스럽게 반응하듯, 그림자가 속삭이면 우리는 그것을 의식 속에서 함께 움직이며 길을 찾는다. 이때 삶은 훨씬 더 자유로워진다.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는 화내면 안 돼."

"나는 질투하면 안 돼."

"나는 늘 착해야 해."

그러나 이런 억압은 우리를 자유롭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림자가 더 강하게 튀어나오게 만든다. 반대로 "나는 화가 날 수도 있어", "나는 질투할 수도 있어"라고 인정하는 순간, 감정은 우리를 덜 지배한다. 억눌린 감정을 인정하는 것이 곧 자유의 시작이다.


춤추는 삶의 태도는 세 가지다.

첫째, 자기 수용이다. 빛과 어둠을 함께 가진 나를 인정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둘째, 관계에서의 유연함이다. 타인의 그림자를 공격하거나 피하지 않고, "그 또한 인간의 일부"라 여긴다.

셋째, 창조적 전환이다. 그림자가 가진 에너지를 글쓰기, 예술, 일상적 창조성으로 바꾼다. 어둠은 파괴가 아니라, 새로운 표현의 원천이 된다.


영국 드라마 〈빌어먹을 세상 따위〉는 두 청소년 제임스와 알리사의 여정을 그린다. 제임스는 스스로를 '사이코패스'라 믿고, 알리사는 가정의 상처를 안고 있다. 두 사람은 도망치듯 함께 여행을 떠나지만, 결국 서로의 그림자를 직면한다.

그들은 서로의 어둠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인정하면서 새로운 자유를 경험한다. "너는 괴물일지 몰라. 하지만 나는 그 괴물과도 춤출 수 있어." 이 메시지는 우리 삶과 닮아 있다. 그림자와 춤추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두렵지 않고, 더 자유로워진다.

그림자와 춤추는 삶은 완벽한 빛의 삶이 아니다. 그것은 빛과 어둠이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리듬이다.


나는 화도 내고, 웃기도 한다. 나는 질투도 하고, 축하도 한다. 나는 두려워하면서도, 동시에 용기를 낸다.

이 모순적 리듬 속에서 우리는 진짜 인간이 된다. 진짜 자유는 그림자를 지우는 데 있지 않고, 그것을 안고 살아가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데 있다.


우리는 평생 동안 자기 그림자와 함께 살아간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간 동안 우리는 그것을 미워하고 외면하며, 때로는 부정하려 한다.

"나는 화내면 안 돼", "나는 약하면 안 돼", "나는 질투해서는 안 돼." 이런 말들은 모두 나의 그림자를 배척하는 언어다. 그렇게 그림자를 미워하는 동안, 나는 늘 반쪽짜리 나로 살아간다.


온전한 내가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그림자를 없애는 데 있지 않다. 그림자를 억압해도, 그것은 더 강하게 돌아온다. 그림자를 없애려는 태도는 곧 나의 일부를 잘라내는 것과 같다. 나의 불안, 질투, 분노, 두려움은 없어야 할 쓰레기가 아니라, 내가 인간으로 존재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각들이다.


그림자와 친구가 된다는 것은, 나의 불완전함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인정하는 일이다.

나는 때때로 질투한다. 그것은 내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를 드러내는 신호다.나는 분노한다. 그것은 내가 무시당하고 싶지 않다는 외침이다.나는 두렵다. 그것은 내가 지키고 싶은 것을 가진 증거다.

그림자를 인정하는 순간, 감정은 더 이상 나를 조종하지 않는다. 나는 그 감정을 선택하고, 다룰 수 있게 된다. 통합이란 바로 이 힘이다.


융은 "전체성(wholeness)"을 인간 존재의 목표로 보았다. 전체성은 완벽함이 아니다. 그것은 빛과 어둠이 공존하며, 모순적인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상태다.

"나는 이성과 비이성, 사랑과 증오,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가진 존재다."

이 자각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온전한 나란, 언제나 흔들리고 불완전하지만, 그 모든 나를 껴안고 살아가는 존재다.


그림자와 친구가 된다는 것은 나의 불편한 감정과 평화협정을 맺는 일이다. 그것을 내 편으로 삼을 때, 나는 더 이상 두렵지 않다. 오히려 그림자는 나를 지탱하는 힘이 된다.

우리가 온전한 내가 된다는 것은, 결국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되는 순간이다.

"나는 완벽하지 않지만, 나는 온전하다."

"나는 빛과 어둠을 함께 지닌 존재다."

"나는 내 그림자와 친구다."


이 책을 덮는 순간, 독자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어떤 그림자를 가장 미워해왔는가? 그리고 이제 그 그림자에게 말을 걸어보자.

"너는 내 적이 아니라, 내 일부구나."

이 고백이 가능해질 때, 우리는 더 이상 두려움 속에 살지 않는다. 그림자와 춤추듯 살아가며, 조금 더 자유롭고, 조금 더 온전한 내가 된다.


그림자는 사라지지 않으며, 우리 삶의 동반자다. 그림자와 춤추는 삶은 억압이 아닌 수용, 두려움이 아닌 창조로 이어진다. 진짜 자유는 그림자를 없애는 데 있지 않고, 그것과 춤추며 전체성을 향하는 데 있다.

온전한 나는 그림자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인정하고 통합할 때 완성된다. 그림자와 친구가 된다는 것은 불완전한 나를 받아들이는 용기다. 진짜 자유는 빛만 붙잡을 때가 아니라, 빛과 어둠을 동시에 안을 때 가능하다.

결국 우리는 이렇게 선언할 수 있다.


"나는 내 그림자와 함께 온전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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