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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 성향 파악하기

무조건 사교육을 시키는 건 답이 아니다

나는 아이가 초등학교 때까지 사교육을 거의 시키지 않았다. 영어유치원도 보내지 않았다. 지방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놀이학교를 보냈고, 매일 30분씩 원어민 영어수업이 있는 것이 전부였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도 피아노, 미술, 축구만 시켰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아이를 서울로 올려보냈더니 주변에서 다들 학원을 여러개 다니고 있었다. 나는 초등학교 때는 예체능과 과학 실험 정도만 시키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운동을 시켜서 우리 아들은 일주일에 5일을 농구, 야구, 테니스, 탁구 등 운동을 했다. 학원을 다니지 않으니 시간이 많아서 매일 자전거를 탔고, 학원 수업들 사이에 짬이 있는 아이들과 번갈아가며 놀았다. 5학년 2학기 때부터 동네 수학학원을 보냈더니 숙제는 안해가면서 친구들과 수다떨고 간식 사먹는 재미로 다녔다. 


내가 대단한 교육철학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우리 아들은 온순한 편이지만 나름의 반항기가 있어서 억지로 학원을 보내거나 하기 싫은 것을 시키면 소심한 반항을 하거나 번아웃이 올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억지로 사교육을 시키지는 않았다. 결과적으로 나의 아들은 초등학교 내내 자유롭게 놀았다. 다만 유치원 때부터 매일 정해진 시간에 문제집을 푸는 것만 시켰다. 엉덩이 붙이고 조금이라도 앉아 있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였다. 


중학교 1학년 때도 별 생각없이 놀던 중에 과학고를 준비하는 친구를 보더니 갑자기 자기도 공부를 하고 싶다고 했다. 과학고를 준비하는 친구가 멋있어 보였던 것 같다. 본인이 공부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시험을 봐서 들어가는 수학학원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새롭게 보낸 수학학원에서는 초등학교 6학년 과정부터 다시 시작했다. 선행은 커녕 복습을 하면서 시작했고 다른 아이들보다 모든 것이 늦어서 빡빡했다. 그래도 본인이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군말없이 공부를 했다. 아직 고등학생이기 때문에 아이가 얼마나 대입에서 좋은 성과를 보일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본인이 마음을 먹으니 힘들어도 꾸준히 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매워갔다. 나는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보면, 내 아이의 성향을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내 아이의 능력도 잘 알아야 한다. 아이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거나 과소평가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 아이가 스트레스에 취약한지, 멘탈은 강한지도 잘 알아야 한다. 체력은 좋은지, 오래 버틸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군소리 없이 시키는대로 하는 아이인지 아니면 언젠가 크게 터지거나 번아웃이 올지도 알아야 한다. 잘 하는 아이들 틈에서 기죽지 않고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아이인지, 잘 하는 아이들 틈에서 기가 죽어서 손을 놓는 아이인지도 알아야 한다. 


주변에서 사교육을 한다고, 남들이 세워놓은 기준에 맞추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중학교 때 아들의 친구 중에 어릴 때부터 선행을 너무 많이 했던 아이들이 번아웃이 와서 부모와 심한 갈등이 생기거나, 학원을 다 그만두거나, 우울증이 오거나, 가출을 하는 등 문제가 생기는 경우들을 많이 봤다. 생각보다 자신의 아이들에 대해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부모가 많지 않다. 내 아이의 성향과 능력, 체력과 정신력 등을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파악해서 그것에 맞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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