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밀라논나로 유명한 장명숙님과 그 유튜브의 이경신 PD라는 분이 같이 쓴 책을 읽었다. 밀라논나라는 분이 일할 때는 워킹맘이 더 적을 때였으니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을지 상상할 수조차 없다. 힘들어도 힘들다고 말할 사람이 없었다는 글이 있었는데 공감이 갔다. 가족에게도 힘들다고 하면 일을 그만두라고 할까봐 얘기를 못했다고 했다.
요즘 젊은 분들은 다를지 모르겠지만 나도 그랬다. 힘들어도 도움을 청할 곳이 없었다. 힘들다고 얘기할 사람이 없었다. 주변에 일하는 여자가 많지 않았고, 특히 시댁에는 일하는 여자분이 한 명도 없었다. 그러다보니 남편도 내가 일하는 것을 이해하고 지원한다고 해도 마음 깊은 곳의 이해가 없었다. 그래서 내가 힘든 내색이라도 비추면 "누가 일하라고 했냐, 그만둬라"라는 말이 서슴치 않고 나왔다. 나에게 일을 해야 한다는 부담을 덜어주려는 표현이었을지도 모르겠으나 그런 말을 몇 번 듣다보니 힘들어도 말을 할 수 없었다.
몸이 힘들고 피곤하면 짜증도 나고 신경질도 많아진다. 안그러려고 해도 무의식적으로 짜증이 나오고 한숨이 나거나 헉헉거리는 경우가 많아진다. 이럴 때면 또 남편으로부터 "일한다고 짜증낼 거면 그만두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사람이기에 모든 것을 참고 삼키기 어려운데 참 힘들었다. 여러 상황상 아이가 어릴 때 친정과 시댁으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했고, 지방과 서울을 오가며 지내느라 몸도 마음도 힘들었는데 기댈 곳이 없었다.
내 직장 때문에 지방과 서울을 오가는 것이니 감수해야 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내뱉는 말들은 가슴에 상처를 남기고 아직도 깊이 남아있다. 아마 말한 사람은 잊어버렸을 수도 있고 큰 의미없이 한 말일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아직도 아프게 남아있다. 밀라논나 책에서도 가장 가까운 가족이 어떤 때는 가장 나의 일을 반대하고 지원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었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어떤 때는 가장 나를 이해하지 못하기도 한다.
요즘 젊은 분들은 아마 다를 것이다. 일하는 여자도 많아지고 자연스럽게 생각되면서 어느정도는 힘듦을 공유하고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일 것 같다. 이미 그 길을 걸어간 여자들이 많아졌으니 기댈 곳이 생겼을 수도 있다. 만일, 지금 힘들다면 주저하지 말고 주변에 힘들다고 말하고 도움을 요청했으면 좋겠다. 그게 가족이면 더 좋겠지만 아니면 친구나 주변 비슷한 워킹맘들, 혹은 그 길을 먼저 걸어간 여자선배들에게 주저말고 힘들다고 얘기하고 도움을 요청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