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초등학생이 되었을 때

아이가 초등학교에 가면 워킹맘들은 긴장한다. 유치원보다 일찍 끝나서 집에 오는데 어쩌나. 전업주부 엄마들이 워킹맘들은 끼워주지 않는다는데 어쩌나. 아이가 학교에 잘 적응은 할까, 이제 공부를 시작하는 길로 들어섰는데 어쩌나 등.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해야 했을 때 나는 아이를 아빠와 서울에서 지내게 하면서 초등학교를 보낼까 고민했었다. 유치원 때까지는 내가 아이를 지방에서 키우면서 주말부부를 했지만, 아이가 초등학교에 가면 아이를 서울에 아빠와 두고 내가 주중에도 서울로 왔다갔다 하면서 보낼까 생각을 한 거였다. 그랬더니 주변에서 모두 말렸다. 초등학교에 가면 엄마가 학교에 가야하는 일도 많은데 안된다, 전업주부들이 워킹맘들은 잘 안 끼워준다, 아이가 잘 적응하려면 엄마가 가까이 있으면서 챙겨야 한다, 엄마들끼리 친해야 아이들도 친해진다 등등.


그래서 결국 초등학교를 지방 사립학교로 보냈다. 초등학교 입학이 무슨 대단한 관문이나 되는 것처럼 주위에서 경고와 걱정, 우려를 보였는데 막상 학교에 보내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초등학생 때는 부모(주로 엄마가)가 교실 청소와 급식 배급을 하러 간다고 했는데, 내가 아이를 입학 시킬 때는 그런 것들이 없어졌다. 또 아이 학교에서 학부모들끼리 모임을 하거나 아이들 생일파티 하는 것을 전면 금지시켰다. 김영란법이 생기던 때여서 그랬는지 학부모들의 학교 출입도 못하게 했고 당연히 커피 한잔도 학교에 사 갈수 없었다. 그래서 학부모총회와 입학식 등 몇 개의 행사를 제외하곤 학교에 간 적이 없고, 학부모들을 따로 만나지 않았다. 내가 이렇게 얘기하면 친구들은 지방이어서 그런 거라고 서울이면 다르다고들 했다.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이 되었을 때 서울로 학교를 옮기면서 아빠와 지내게 되었다. 나는 주중에 시간 되는대로 서울과 지방을 오가며 지냈다. 전학을 하게 되면서 나도 아이도 긴장했다. 워킹맘이라서 잘 안 끼워주면 어쩌나, 아이가 전학을 와서 친구가 없으면 어쩌나 등등. 그런데 왠걸. 다행히 생각보다 워킹맘들도 많았고 아이는 친구들과 잘 어울렸다.


물론 나름의 노력을 했다. 아이의 적응을 위해 학부모총회나 공개수업 등의 행사에는 휴가를 내서 모두 참석했다. 내가 시간이 되는 날에는 최대한 아이 친구들을 집으로 놀러오게도 했다. 아이가 친하게 지내는 친구의 엄마들 몇 명과 연락을 주고 받고 가끔 만나기도 하면서 정보를 얻었다. 내가 서울에 없을 때는 아주머니와 친정 엄마의 도움을 받았다. 학원에 많이 안 보냈기 때문에 아이가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은 없도록 만들었다.


여러 노력을 했지만, 갑자기 아이가 학교에서 무슨 일이 생기거나 친구들과 다투었을 때는 내가 서울에 없기 때문에 바로 대응하기 어려웠던 적도 있다. 이때는 친정엄마나 아빠가 나를 대신했다. 이런 경우는 초등학교 3~6학년 때까지 4년동안 1~2번에 불과하다.


지나고보니 초등학교에 그렇게 긴장하며 벌벌 떨 필요는 없었던 것 같다. 엄마들끼리 친해서 아이들끼리 친한 것도 저학년 때 잠시일 뿐, 조금 커지면 아이들이 자기와 맞는 친구들을 찾는다. 워킹맘이랑 전업주부를 굳이 갈라놓을 필요도 없다. 워킹맘이어도 얼마든지 전업주부들과 친할 수 있다. 엄마들 모임에 끼지 못하고 자주 못 만난다고 걱정할 필요도 없다. 필요한 정보는 어디서든 얻을 수 있고, 친할 사람은 어떻게든 친해진다.


그리고 사실 아이가 제일 중요하다. 아이가 사회성이 좋고 적응을 잘하면 많은 걱정이 줄어든다. 다행히 나의 아이는 수줍지만 나름 친구들을 잘 사귀는 편이었다. 엄청나게 사회성이 좋지는 않지만 운동을 좋아하니 친구들과 친해지기 쉬웠던 것 같다. 엄마 따라 여기저기 다니다 보니 적응력이 좋아서 어디든 조용히 금방 적응을 했다. 그런 면에서 아이한테 가장 감사하다.


집집마다 상황이 다르고 아이의 성향도 다르다. 상황에 따라, 아이의 성향에 따라 힘든 경우도 있다. 그러나 보통의 경우라면 초등학교 입학에 너무 전전긍긍하며 미리 걱정하고 주눅들 필요는 없다. 앞으로 가야할 길이 멀기에 마음을 다스리면서 자기 중심을 잡고 걸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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