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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에는 끝이 없다

아이가 어릴 때는 잠을 못자서 힘들고 몸이 고되다. 어린아이와 하루종일 씨름하다보면 계절 변화도 모르고 바깥 세상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모른 채로 지나간다. 성인과 제대로 된 대화를 하고 싶기도 하다. 혼자 적막강산에 갇힌 듯한 느낌이 들어서 외롭다가 우울증이 생기기도 한다. 


나의 아들은 순했다. 갓난아기 때부터 어느정도 클 때까지도 말 잘듣는 순한 아이였다. 그러나 문제는 잠을 자지 않았다. 보통 백일이 지나면 아이들이 푹 잔다는데 우리 아이는 두 돌이 될때까지 밤에 2~3번은 깼다. 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일주일이 괴롭고 힘들었다. 다크써클은 기본이고 어디서든 자고 싶었다. 


보통 자녀양육과 관련되어 미디어에서 다루거나 학계에서 연구할 때도 어린 자녀와 관련된 양육에 집중한다. 왜냐하면 이 시기의 양육은 절대적인 시간과 몸의 에너지가 투입되기 때문에 가시적이고 따라서 에너지와 시간의 투입량을 측정하고 분석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고 사춘기가 되고보니 또다른 양육의 고됨과 어려움이 닥쳤다. 이제부터는 시간은 생기고 몸이 힘든건 덜하다. 어떤 부모들은 아이를 학원에 보내고 데려오는 운전을 하느라 피곤하다고 하지만 아이가 어릴 때 몸이 힘들던 것을 떠올리면 할 만하다. 다만 이 때부터는 "보이지 않는 양육"이 시작된다. 매일매일 사춘기 아이와 씨름하고 감정 싸움을 하고, 학교생활 관리와 학원 스케줄을 짜느라 바쁘다. 


우니라나에서 워킹맘이 가장 일을 많이 그만 두는 때가 자녀가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자녀가 어릴 적에는 할머니나 도우미 아주머니, 아이돌보미 선생님 등 다른 분들의 도움을 빌릴 수 있다. 물론 자녀의 정서적 안정과 발달을 위해서 좋은 분을 만나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도록 모니터링 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자녀가 초등학생이 되면서부터는 할머니나 도우미 아주머니가 챙겨줄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다. 숙제와 준비물을 챙겨주고, 공부를 봐주고, 친구 관계를 파악해서 필요할 때 도와주고, 방과후 수업이나 학원들을 알아봐서 스케줄을 짜는 등의 일은 오롯이 엄마의 몫으로 남는다. 더구나 한국처럼 경쟁이 심하여 어릴 적부터 사교육이 시작되고 "엄마의 정보력"이 중요한 사회에서 워킹맘은 부단한 노력을 해야한다. 그리고 이런 노력에 대한 요구는 자녀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시작되다가 고학년이 되면서부터 심해진다. 


내 주변에는 변호사, 의사,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아서 좋은 연구원에서 일하다가 아이가 초등학교 진학 후에 직장을 그만둔 여성들이 있다. 자발적으로 쉬고 싶어서 일을 그만두었다면 개인의 선택이라고 볼 수 있지만, 아이의 교육과 양육 때문에 그만둔 것이라면 개인적으로는 불행이고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다. 


양육에는 끝이 없고 여전히 많은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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