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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오지라퍼들이 많다

아이를 키우면서 참 많은 경험을 했다. 생면부지의 어른들이 나의 아이에게 "엄마에게 동생을 낳아달라고 해"라고 하는 경우도 많았다. 당신들은 좋은 의도라고 얘기하는 것일 수 있겠지만, 도와주지 못하면서 하는 말만큼 무책임한 말은 없다. 키워주지도 못 할 거면서...


아이를 동네에서 유명한 수녀님들이 운영하시는 유치원에 보내려고 했을 때였다. 이미 10년 전 이야기라 요즘은 이런 일이 없을지 모르겠지만, 당시 그 유치원에 들어가려면 줄서서 지원서를 받아야 함은 물론 주민등록등본과 가족관계증명서를 제출해야 했고, 추첨으로 입학이 결정됨에도 불구하고 지원한 모든 부모들은 사전에 수녀님과 면담을 해야 했다. 


주민등록등본과 가족관계증명서를 제출하는 것이 의아하긴 했지만 아이를 좋은 유치원에 보내겠다는 생각에 군말없이 제출했다. 직장 시간을 조정해 가면서 면담도 갔다. 그랬더니 수녀님께서 하시는 말씀은 "왜 아이를 하나만 낳았느냐?"와 "왜 아이 아빠와 따로 사느냐?"였다. 갑자기 나는 죄인이 된 듯이 직장 때문에 주말부부로 살고 있고, 일하다 보니 아이는 하나만 낳았다고 얘기했고 그 때부터 수녀님으로부터 일장 연설을 들었다. 


수녀님은 결혼도 안 하셨으면서 왜 나한테 아이를 하나만 낳았다고 뭐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내색할 수 없었다. 게다가 난생 처음 본 수녀님이 개인적인 생활까지 캐물어 가면서 야단치듯 얘기하는데 어이가 없었다. 그래도 혹시나 아이한테 뭔가 피해가 갈까 싶어서 가만히 앉아있다 나왔지만, '이 곳은 절대 보내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아무리 종교단체에서 하는 유치원이고 좋은 의도라 해도 이건 아니다 싶었다. 


불필요한 오지랖은 없는 것이 좋다. 상대방이 원하고 나도 도와줄 수 있으면 조언과 충고, 약간의 간섭도 괜찮지만 도와주지도 않을 것이고 상대방은 원하지 않는데 좋은 의도랍시고 나서는 것은 No Thank you이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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