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고양이
창포꽃을 보면 마당 고양이가 생각난다.
내 첫 마당 고양이는 그냥 "나비"였다.
마당이 있는 집이니 어딘가 돌아다니다가 우리 집 마당에도 왔겠지.
막 이사 와서 분주한 가운데 내가(아마) 고양이를 억지로 데려다가 마루 한켠에 박스를 두고 가뒀다.
가뒀다? 집어넣었다? 아무튼 고양이 집이라고 여기고 넣어주고 피아노 건반 덮개 빨간 천을 이불 삼아 덮어줬더랬다.
그런데 이 고양이가 자꾸 이불을 깔고 앉네.. 속 터지게.
그때 내 나이 고작 열 살이었지..
그렇게 매일 보게 된 고양이 " 나비"는 당연히 내 고양이고 우리 고양이라고 여겼다. 이 고양이가 얼마나 얼마나 황당하냐면--
김치를 먹었다.
부엌에서 외할머니가 김치를 가져다가 도마에 썰고는 자투리를 던져주셨는데 맛있게 먹는다. 크게 놀라진 않았으니 그때 난 고양이 식성 따위는 모르는 아이였고, 할머니는 아마 놀라셨겠지.
어느 날, 마당에 핀 창포꽃인지 카라꽃인지 붓꽃인지 를 열심히 뜯어먹고 있는 나비를 발견했다.
아.. 이 아이는 꽃도 먹고 꽃잎도 먹는구나.. 그냥 그렇게 생각했다. 난 아는 게 없는 열 살 아이니까 그래도 괜찮았다.
풀 뜯어먹는 고양이라... 아주아주 나중에야 헤어볼을 토하기 위해서 라거나 미네랄 섭취를 위해 이런 행동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무튼 난
노랗고 기다란 꽃대를 보면 자연스럽게 나의 첫 마당 고양이 "나비"를 떠올린다.
그때 참 행복했어 나비야.
난 꽃을 볼 때마다 네 생각을 한단다.
너는 비록 어디론가 가버렸지만 난 널 잊은 적이 없어.
그때는 다 좋았던 것 같아, 마당의 개미도 날아다니는 파리조차도 내방 창틀까지 타고 오르던 나팔꽃들도.
그래서 가끔은 마당이 있고 정원이 있던 옛 집들이 그립기도 하지만 잘 가꿀 용기는 없어서 포기할래.
오늘 아침 집 근처로 마실 나갔다가 유치 찬란한 봄꽃들을 보고 또 그때 내 마당고양이가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