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나무 노래

기억에 핀 노래한 줄

by 홍시

꽃나무

벌판 한복판에 꽃나무 하나가 있소.
근처에는 꽃나무가 하나도 없소.
꽃나무는 제가 생각하는 꽃나무를 열심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열심으로 꽃을 피워가지고 섰소.
꽃나무는 제가 생각하는 꽃나무에게 갈 수가 없소.
나는 막 달아났소.
한 꽃나무를 위하여 그러는 것처럼 나는 참 이상스런 흉내를 내었소.
— 이상, 「꽃나무」



고작 대학 1학년 때였다.
이 산문 같은 시에 곡을 붙였고, 그 곡을 불러준 친구가 이 글을 본다면 기억해 줄까?

남자 성악가가 불러야 어울릴 곡이었지만, 여학교만 내리 다닌 탓에 성악과 남자 친구가 단 한 명도 없었다. 결국 여자 친구에게 맡겼고... 친구 입장에선 꽤 황당했을 거다…
그래도 기꺼이 불러주었고, 연습했고, 연주도 했다. 고맙다, 내 친구.

그땐 연주 한곡 맡기는 것도 큰일이었다. 연주자에게 곡을 맡기면 소정의 사례를 해야 했기에, 악기를 많이 쓰는 곡은 부담이었다.
내 친구는 밥 한 끼로 모든 걸 대신해 줬다.

그런데...?
요즘 그 곡이 자꾸 머릿속을 맴돈다.
첫 소절만 기억나고, 악보는 잃어버렸다.
심지어 뒤쪽은 가사도 전혀 다르게 기억나니, 혹시 이상의 다른 시를 덧붙였던 걸까?
지금 생각하면, 어쩌자고 그리도 이상의 시에 꽂혀 있었는지… 참 모를 일이다.

요즘은 자꾸, 자주 추억에 젖는다. 나이 먹는 일에 이런 것도 포함되는 걸까?


그 시절의 나도, 친구도, 꽃나무도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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