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저녁, 어르신과 119

누군가는 보고 있었다.

by 홍시

친구와 저녁을 먹었다.
바로 옆 테이블엔 고령으로 보이는 할아버지 한 분이 식사 중.
단골이신지, 사장님이 오가며 말을 걸고 살뜰히 챙겨드리는 모습이었다.
“그런가 보다…” 하고 말았는데—

식사를 마친 어르신이 사장님 테이블로 옮겨 앉아
차도 한 잔 드시며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내 등 뒤에서 벌어지는 장면)

마주 앉은 친구가 그쪽을 유심히 바라보더니,
혼잣말처럼 말한다.
"아무래도 병원에 가보셔야겠는데..."

‘치매끼라도 있어 보이나?’
난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계속 식사에 집중하며 TV 뉴스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친구가 또 혼잣말로 같은 말을 반복했다.
"병원에 가셔야 하는데..."

나는 먼저 식사를 마치고 자판기 커피를 뽑고 있었고,
친구는… 결국 입을 열었다.

조금 큰 소리로

"어르신, 병원에 가보셔야 해요!"

식당 안 시선이 일제히 어르신에게 향하고,
나는 어리둥절.
왜? 무슨 일이야?

그제야 어르신을 살펴보니
뒤통수에 피가 흐르고 있었다.
사장님이 닦아주신 듯한 흔적도 있었지만
여전히 흐르고 있었다.

나는 커피를 들고 순간 얼어붙었다.


---

사장님 말씀이,
그 어르신은 92세.
혼자 지내시며, 아들은 서울 근교에 살고 있다고 한다.
연락했지만 못 온다고 했다나...그랬다나...ㅠㅠ

집 안 욕실
미끄러운 바닥에서 넘어지셨단다.
한 시간 전에.

그리고 그 상태로 식사하러 나오신 거였다.


---

"병원에 가셔야 한다니까요!"
친구는 다시 말했지만
당사자는 귀도 잘 안 들리시는지
그냥 웃고만 계셨다.

그 와중에
내 친구는 전화를 꺼내 119를 부른다.

아하!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근데 왜 나는 그 생각을 못했지?

다들 아하~ 하며 웅성이는 사이
119 대원들이 도착했고,
후다닥 소독하고, 말을 걸고, 살피고...


---

우리는 식당을 나섰다.
하지만 친구는 발이 안 떨어지는지
가다 서서 다시 바라본다.

그리고
들것에 실려 구급차에 오르는 모습을 보고선—
안경을 벗고, 훌쩍훌쩍 울기 시작한다.

“92세 어르신이 욕실에서 넘어져서
저렇게 피를 흘렸다면 그게 보통 일이냐고.
상처도 더디 아물고,
이 상태로 집에 돌아가셨다면
진짜 천국 가실 수도 있었던 거라고...”


---

친구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병원으로 가셨으니 괜찮을 거야.”
(아니, 내가 왜...ㅎㅎ)


---

그리고 생각했다.
나도 119 생각은 못했다.
거기 있던 누구도,
그 생각까지는 닿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래. 하나 배웠다.

마음이 착잡해진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인데

나는 또 우리 엄마는 이런일이 생기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걸까..해서


뜻하지 않게 이런걸 만들게 되는거다.



[1] 휴대폰은 늘 몸 가까이에

복도, 화장실, 부엌 어디든 목걸이형 폰 케이스나 스마트워치 착용을 고려해볼것.

긴급 SOS 기능 설정도 꼭 해두자.

예: 안드로이드 → "설정 > 안전 및 비상 > 긴급 구조 요청"

아이폰 → 전원 버튼 5번 클릭 시 자동 구조 요청 가능.



[2] 비상 연락망 만들어 두기

자녀, 친구, 이웃, 복지사 등 2~3명 정도의 연락처를 비상 연락망에 등록해둘것.

실수로라도 누를 수 있게 단축번호나 홈화면 바로가기 설정.


[3] 눈에 띄는 곳에 "비상카드"

혈액형, 기저질환, 복용약, 가족 연락처 등을 종이에 써서 현관문, 냉장고, 침대 머리맡 등에 붙여놓기.


[4] AI 스피커나 응급호출기 설치

“○○야, 응급상황이야!”라고 말하면 자동으로 가족에게 연락 가게 설정 가능.



모두들 안녕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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