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 잃고, 책 찾고, 주차 잊은 고단한 하루
아들이 10대 고등학생이던 때 이야기다.
미대 입시준비를 하던 시절의 어느 날.
아들... 을 떠나 아이들 은 늘 상상을 뛰어넘는다..
아이고.. 지금 생각하면 웃음만 나는 얘기지만
당시에는 몸도 마음도 너무나 피곤했다.
우선의 문제는
추측하기로는 학원이다.
디자인 우선으로 수업하는 학원에서 수학 중인 아드님은
계속적으로
나의 전공과는 무관한 수업을 받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지만
과정으로 여기고 참았다.
오늘 전국 디자인공모전에 참석하는 아드님은
늦잠.(하기 싫다 디자인 )
수험표 미지참.
학생증 분실.
그리고 모든 준비물을 학원에 두고 오는 것으로 최고 진상레벨을 찍어주셨고
어이가 없던 나는 참가냐 불참이냐 결정하라고 했다.
그간 준비한 게 아깝고
후폭풍도 무서운 아들은
이 고민을 한 시간 이상 하더라.
결국 참가로 결정.
수험표 출력을 위한 컴퓨터 부팅이 오늘따라 완전 속 터진다.
평소 말 한마디 건네지 않은 1부 수험생 여학생들에게
용품빌리 기를 위한 아쉬운 문자를 넣는다.
학생증은 여권으로 대체하고
빈속에 출동, 가까스로 수험장 도착.
세상에... 미대 지망생이 이토록 많은 건가!
기적적으로 핸드폰 꺼져있는 대답 없던 학우발견.
두 분 부모님과 함께 있는 생전 얘기도 해 본 적 없는 여학생에게
최대한 친한척하며 용품 빌리기 성공했다.
(이게 얼마나 많은지 다들 캐리어를 끌고 다닌다)
태어나 최고 창피한 시간을 겪은 아들과
창피함에 나서지 못하고
멀리서 바리만 보던 엄마는
그래도 뛰어가 죄송하다 고맙다 머리 조아리고
편의점에서 빵한쪽 물려 수험장에 들여보내는데...
엄마의 모자를 써야 그림을 잘 그릴 것 같다나.....
산발을 하고 나온 엄마의 소셜포지션 따윈 아랑곳 않는다.
기꺼이 벗어주니
가방에서 책뭉치를 꺼내기 시작한다... 책가방을 그대로 들고 오셨기에
아하학. 이 놈의 새끼...
맨날맨날 이쁘고 귀엽기만 했는데
일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물하고 시험장으로 들어갔다.
이어서 남편... 은
주차한 곳을 못 찾아... 이 더운 시간 무거운 책을 들고
모자도 벗어준 마나님을 계속 오르락내리락 걷게 하신다.
왜 이러는 겁니까!!
이렇게 다시 집으로 향하며 학원 측에 화가 나는 건
분명 소묘도 참가항목에 있던데
왜 어째서 한사코 소묘가 아닌 디자인을 준비시켜 대회에 내보냈는가 이다.
나의 추론은 입상자를 늘려보자는 학원의 꼼수로 여겨지고.
그래도 조금은 남아있었던
학원에 대한 믿음이 산산조각 나버렸다.
(이후 당연히 학원은 옮겼다)
맞다면!
어떻게 그래? 말이 되나?
그 아들은 미대 입시에 한 번 실패했고
두 번째 도전에 합격했으나 결국 그만두었다.
애초에 영화미술감독이 꿈이었던 이 아이는, 그래서 꼭 미술을 전공해야 한다고 믿던 꿈을 향해 한 길만 고집하던 아이였으나 결국 길을 잘 못 들어섰다 깨닫고 더 늦기 전에 전공을 바꾼다. 정말 큰 결심이 필요한 일이었다.
본인도 본인이지만 그간 미술 공부 시키느라 허리가 휘어버린 엄마, 아빠에게 너무도 미안했던 거다. 하지만 그렇게 결정 내리도록 말을 꺼내고 밀어준 건 나다.
넌 아무래도 영화과다, 걱정 말고 미안해하지도 말고 너를 위해 휴학계를 던져라라고 먼저 말해줬고 아들은 그렇게 했다.
딱 3개월 준비하고 원하는 학교의 영화과에 떡 하니 합격했으니 너무나 기쁘고 기특했다.
지금은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중이다.
사랑하는 아들.
꿈을 위해 쉬지 않고 노력하며 달려온 네가 너무도 자랑스럽단다.
앞으로도 꿈을 위해 열심히 달려가는 너를 위해 기도할게.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