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이면 좋겠다
바람 부는 언덕에
외발로 서서
먼 그대 기다림의 키
속으로만 키우며
바람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계절은 언제 왔다 무슨 색을 남기고 떠나는지
성난 태풍 힘센 발 구르며 휘몰아 간 자취 까지도
깃발처럼
머리 풀어
표시할 수 있으리
목마른 광풍
매운 연기 앞세워
운명처럼 불수레 휘몰아 달려온대도
도망가지 않으리
평생 한 곳으로 모은 손 그대로
차라리 온몸으로 불이 되어 훨훨
뜨겁게 쓰러지는
장렬한 작별의 인사
새카만 잔해 속에 오롯이
천년의 씨앗 하나
떨구고 다시 시작하는 응시,
나무처럼 죽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