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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디베어 Jul 20. 2023

엄마가 살아계시는데 왜 엄마가 그리울까요?

존 볼비의 애착이론

 금쪽 같은 내새끼, 금쪽 상담소, 결혼 지옥 등 인간의 정서와 관련된 프로그램이 매체를 통해 방영되고 있다. 그만큼 사람들의 정서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는 증거다. 현 시대는 딩크족, 비혼증가, 은둔형 외톨이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단순히, 경제성장으로 인해 나타난 현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우리는 그 속에 있는 애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0대인 H는 다른 사람의 지갑에 손을 대었다. 왜 그가 다른 사람의 지갑에 손을 대었을까?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다른 사람의 지갑에 손을 대었을까? 아니다. H의 부모는 경제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의 여러가지 행동들로 인해 부모는 골머리가 썩을정도로 정신적으로 지쳐있었다. 그의 부모뿐만 아니라 친척들도 그가 유별난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다.


 가족들은 그에게 한마디씩 던졌다. “공부 좀 해라. 너 그렇게 해서 나중에 뭐가 될래? 니 형 좀 봐라. 쟤가 문제야 문제.” 그를 회유시키기 위해 친척들까지도 동참했다. 그런데 그들의 회유적인 말은 H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심지어, 어떤 친척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얼마나 힘들게 학교다닌줄아니? 지금 너가 살고 있는 환경은 너무 좋은거야. 공부 열심히 해라 등. 공감 안되는 말로 인해 그는 힘들어했다.


여기서 질문을 하나 던져보고자 한다. 당신의 자녀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아닌데 절도를 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1. 체벌한다
2. 화를 낸다
3. 피해만 보상해주고 모른척 지나간다.


이런 특이한 상황을 경험했다면 이해가 되지 않을것이다. 저자도 애착을 알기전에는 이해되지 않은 부분들이 있었다. 하지만 애착을 알게되면서 이해되지 않는 사람들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unsplash


 세계 2차 대전으로 인해 많은 전쟁고아들이 생겼다. 영국은 전쟁고아들을 보육원에서 먹여주고 입혀주었다. 잠자리, 음식, 옷까지 주었지만 얼마 못가서 죽는 아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원인이 무엇인지 알지 못해서 혼란스러운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한 공간에 있는 아이들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었다. 자세히 관찰해보니 그곳에서 일하는 청소부가 아이들에게 말로 사랑을 표현해주고 노래를 불러주는 등 보살펴주었다. 의식주만 해결되면 건강하게 성장할거라는 당국의 예상은 빗나갔다. 갓난아이에게는 정성어린 사랑이 필요했다. 이것을 영국의 정신과 의사인 존 볼비가 발견했다.

그리고 그의 동료였던 에인스워스와 그녀의 제자인 메리 메인을 통해 4가지 유형으로 나누어졌다.


1) 안정형 애착유형

안정형 애착 유형의 가장 큰 특징은 대인 관계에서의 안정적인 유대감 형성이다. 안정형의 사람은 자신이 애착하고 신뢰하는 사람이 자신을 언제까지나 사랑해줄 것이라는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확신한다. 상대가 자신을 싫어하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사로잡히지 않는다. 안정형은 솔직하고 적극적이며 자신을 부정하거나 무지하지 않을까 오해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반응할까에 대해 그다지 신경을 안쓴다. 자신의 마음을 속여가면서 상대방에게 맞추려 하기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는 편이 상대에게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서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서로 의견을 나눌 떄도 무작정 이기려고 하기보다는 감정적으로 대립하지 않고 상대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는다. 일과 대인관계의 균형이 잘 맞는 것도 중요한 특징이며 함께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열중할 수 있다. 따라서 스트레스에서도 자유로운 편이다.


2) 회피형 애착유형

회피형 애착유형은 거리를 둔 대인관계를 좋아한다. 가까운 관계나 정서적인 공유를 편하게 느끼지 않고 오히려 중압감을 느끼는 편이다. 따라서 친밀한 감정을 회피하려 하며 심리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거리를 두려고 한다. 회피형은 얽매이는 것을 싫어한다.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으면 상대방도 자신에게 의존하지 않을 것이라 여기며 자립자존의 상태를 최선으로 생각한다. 어떤 일에 적극적이기보다는 쓸데 없는 책임이 돌아오지 않도록 거리를 둔다. 상대의 아픔에 무관심한 성향도 있어서 자신이 상대에게 상처입히고 있다는 것을 모르기도 한다. 회피유형의 사람들은 귀찮은 일은 딱 질색이다. 꼭 해야되는 일인줄을 알면서도 발등에 불 떨어질 때까지 내버려두는 일이 많다.


3) 불안형 애착유형

항상 주위에 신경쓰는 사람들이 있다. 개인적인 관계뿐만 아니라 직장에서도 상대의 안색을 살피면서 눈치를 보거나 지나치게 예의를 갖춘다. 이때 조금이라도 상대의 반응이 좋지않으면 자신을 싫어하는 건 아닐까 불안해져서 해야 할 일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 지나친 걱정이야말로 애착불안의 대표적인 현상이다. 걱정만 하면서 제자리에 맴도는 현상은 불안형 애착 유형인 사람의 특징이다. 불안형은 상대의 표정에 민감하고 속마음을 알아채는게 빠르긴 하지만 부정확한 경우가 많다. 특히, 분노의 표정이라고 오해를 자주 한다. 이러한 현상이 생기는 것은 불안형의 사람에게 가장 큰 관심사가 ‘다른 사람에게 받아들여 질지 아닌지’ ‘다른 사람이 나를 싫어하는지 아닌지’에 있기 때문이다. 불안형의 사람은 ‘사랑받고 싶다’ ‘이해받고 싶다’ ‘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이 매우 강하다. 거절당하거나 버림받는 일에 상당히 민감하다.


4) 공포 회피형 애착유형

애착회피와 불안이 강하게 공존하는 유형이다. 대인관계를 피하고 집 안에만 틀어박혀 있으려 하는 회피의 면과 다른 사람의 반응에 민감하고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불안이 강한 면, 이 두 성향을 모두 갖고 있어 대인관계는 더욱 복잡하게 얽혀 있으며 불안정하다. 혼자 있으면 불안해서 다른 사람과 사이좋게 지내려 하지만 막상 가까워지면 심한 스트레스를 느끼거나 상처받는다는 모순을 안고 있다. 그런 까닭에 이 유형의 사람은 의심이 많고 피해적 인지에 빠지기 쉬운 경향이 있다. 자신을 속속들이 드러내기 힘들고 분명하게 표현할 수 없지만 한편으로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고 싶은 마음도 강하다.






 H는 형보다 관심을 받지 못했다. 냉랭하고 부모가 사이 좋지 않을 때 관심을 끌고 싶고 이런 사고를 칠 때마다 신경써주는 부모의 모습이 좋았다. 그가 사랑받고 싶을 때 선택하는 극단적 행동이다.


 애착을 보면 세월을 아낄 수 있다. 조금 더 설명해보자면 회피형 애착유형이 있는 사람에게 “당신은 왜 이렇게 적극적이지 않아?” 라고 말한다면 관계는 좋아질 수 없다. “너는 왜 이렇게 내 마음을 모르니?” 라고 말해도 마찬가지다. 무관심한 성향이 있기 때문에 이 유형의 사람들에게는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는게 더 낫다. 한마디로 알아주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인지할 수 있도록 표현을 하는 것이다.



 불안형의 사람을 상대할 때는 칭찬하고 격려해주면 도움이 많이 된다. 불안요소에 예민하기 때문에 굳이 걱정을 끼치거나 두려움을 주는 말을 할 필요는 없다. 불안형은 ‘괜찮은 나’ ‘좋은 사람인 나’가 되고 싶기에 본인이 원하는 것을 말못하고 마음 속으로만 삭히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성실한 자세로 상대방을 대한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애착불안인 H는 부모의 관심을 받기 위해 돈을 훔쳤다. 이것을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집안이 여유롭지만 그러한 행동을 하는 것은 부모로부터 사랑과 인정을 받기 위해 하는 행동 중에 하나이다. 절도는 범죄이지만 자녀의 심리를 모른다면 계속 잔소리나 체벌 등으로 자녀를 훈계하지만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다. 자극적인 행동으로 부모의 관심을 끌려고 할 것이다. 아무리 매를 들어도 잔소리를 해도 변하지 않는다면 생각해 보아야한다. '아이는 왜 문제를 일으키는 걸까?' 이번 챕터에서 애착에 대해 간단하게 다루었다.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서점에서 애착관련된 책을 구매한다면 더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T는 아르바이트나 직장에 다니면 1년을 넘겨본 적이 없었다. 길어야 3개월이었다. 주위 사람들은 꾸준히 일하지 못하는 T를 보면서 한 마디씩 던졌다. “저래서야 먹고 살겠어?” “무슨 일을 6개월도 못하냐?” “나이도 젊은데 끈기가 없네” 등 주위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우리는 여기서 질문 하나를 던져볼 수 있다. “T는 왜 오랫동안 일을 하지 못할까?” 라는 질문을 던져본다면 당신은 어떤 답을 던질 수 있는가?


T와의 대화를 통해서 그의 인생을 아픔을 알 수 있었다. T는 어렸을 때 엄마가 집을 나간적이 있었다. 엄마의 사랑이 필요한 시기인 5살부터 3-4년정도 엄마는 그의 옆에 없었다. 아버지는 바빴고 본인도 애이지만 그보단 어린 동생을 돌봐야되는 안타까운 현실에 있었다. 수년 뒤에 엄마가 돌아왔지만 돌아왔다는 사실이 그녀의 허전했던 빈자리를 채워줄 수 없었다. 과거가 해결되지 않고 묶여있자 40이 넘어서도 반복되는 갈등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직장에서 누군가 듣기 싫은 소리를 하면 더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금새 그만두고 말았다. 이성과 사귈 때도 버림받거나 상처받기 싫기에 더 깊은 관계가 되기 전에 먼저 결별하고 말았다.


그녀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먼저 손절했었다. 현재 T의 모친은 살아계시지만 유년기에 받은 상처가 해결되지않기에 엄마가 있다는 사실이 기쁘지 않다. 엄마가 살아계시지만 엄마를 그리워하는 이해될 수 없는 상황이다.

                    






인용도서 : 나는 상처를 가진 채 어른이 되었다(저자 : 오카다 다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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