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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디베어 Jul 21. 2023

독서가 어지간한 상담사보다 낫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책과 멀어졌었다. 업무 관련 책은 보지만 그 외의 책들은 본 기억이 없을 정도로 독서는 나와 가깝지 않았다. 그나마 만화책은 흥미를 주지만 다른 책들은 나에게 졸음을 선물로 주었다. 그러던 내가 자발적으로 책을 구매해서 보기 시작했다. 그 책은 오카다 다카시 박사의 ‘나는 상처를 가진 채 어른이 되었다’였다. 이 책을 구매하게 된 이유는 당시에 애착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무엇보다 책 제목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기대하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책을 읽을수록 적절한 이론과 예화 속에 점점 빠져들기 시작했고 어느새 나는 혼자 울고 있었다.


 프랑스의 철학자 데카르트는 이런 명언을 남겼다.

좋은 책을 읽는 것은 과거 몇 세기의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 같다”

나는 책을 통해 애착이론의 창시자 존 볼비와 이야기를 나누었을 뿐만 아니라 예화로 다룬 유명한 사람들의 내면도 나와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안도감을 느꼈다. 내가 누구인지를 천천히 알아가게 되자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애착이론 도서를 시작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어 다른 필요한 책도 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무조건 애착이론만 주장했지만 다른 이론의 책도 접하면서 굳어진 나의 인지에도 유연성이 찾아오게 되었다. 그러면서 내 마음은 서서히 치유되고 있었다. 나름 상담도 많이 받아보고 했지만 나는 상담에만 의지하지 않았고 상담을 받으면서 항상 독서를 병행했다. 그 효과는 배가 되었다.


책은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첫 번째로 책은 우리를 비난하지 않는다. 단지, 우리에게 지식과 깨달음을 주며 다른 사람의 사례를 통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두 번째, 책은 저렴한 가격으로 자기 성찰을 하게 해주는 참된 친구이다. 좋은 책들은 이론과 함께 사례를 다루고 있다. 그러면서 ‘응? 내 모습이 있네’라는 생각이 떠오를 것이다.

 세 번째, 책은 멀리 있는 저자를 글 속에서 만나게 해 준다. 참된 자기를 만나기를 원하고 마음이 깃털처럼 가벼워지길 원한다면 독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책을 통한 내면 탐색은 우리의 인생에 있어서 잊지 못할 선물 중에 하나가 될 것이다.


 전에 독서치유 소그룹을 인도한 적이 있었다. 나를 포함해서 7명의 사람들과 한 권의 책을 가지고 3개월 동안 모임을 가졌다. 기대반, 걱정반으로 시작한 모임에서 많은 치유가 있었다. 자신의 내면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고 서로 안아주고 격려함으로써 그들은 자신의 참된 모습을 조금씩 보기 시작했다.

 

 어떤 책부터 시작해야 될까요?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이렇게 말한다. “대학전공서적 같은 어려운 책은 처음에 꼭 피하세요.” 전공서적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처음부터 어려운 책을 본다면 전문용어로 인해 흥미는 사라지고 좌절감을 맛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자신이 읽고 싶은 책부터 보세요.”라고 추천한다.


독서를 한다는 것은 배를 타고 먼 곳을 항해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한 권의 책에서 시작하여 점점 스펙트럼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읽다 보면 독서의 즐거움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현재 심리학 베스트셀러를 읽어 볼 수도 있고 만화책을 볼 수도 있다. 나는 웹툰 통해서도 마음치료를 경험한 적이 있다. 그 웹툰은 ‘나빌레라’라는 웹툰이었다. 주인공의 대사가 내 마음을 어루만져주었다. 아무튼 책은 아주 다양하다. 마라톤이라고 생각하고 처음부터 전력질주하지 않고 자기 속도와 컨디션을 인식하면서 읽다 보면 달라지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독서 치유 소그룹 모임에 있었던 한 여성의 이야기를 적어본다.

나는 독서치유모임을 시작하기 전에 감당하기 힘든 내적 갈등이 있었다. 그것은 무덤까지 가져가고 싶은 수치스러운 비밀이었다. 그런 상태에서 우연히 독서 소모임에 참석하게 되었다. 우리는 모일 때마다 한 주간의 삶을 나누고 책에 있는 질문을 함께 나누었다.


 나에게는 생각나면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특정 상황이 있었다. 겉으로는 괜찮은 척했지만 마음은 이미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다. 분노를 삭이고 누르고 별의별 짓을 했지만 잠시 뿐이었다. 다시 분노의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모임의 인도자는 나에게 적절한 방법을 코칭해 주었다. 결론적으로는 나는 인도자가 코칭해 준 방법을 잘 적용해 보았다. 내면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내가 왜 특정 상황에서 분노하는지 그 뿌리를 발견하게 되었고 그것을 다루기 시작했다. 다루다 보니 내 안에 상처가 너무 많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인도자의 지침대로 내면을 다루게 되자 예전에 나를 분노케 했던 기억에 나는 더 이상 휘둘리지 않게 되었다. 처음에 잠시 언급했던 아픔을 무덤까지 가져갈 필요가 없게 되었다. 굵직한 아픔이 치유되자 다른 자잘한 아픔들도 덩달아 치료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이번 소그룹 독서모임을 잊을 수 없다. 그것은 나에겐 큰 축복이며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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