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카르밀라
뮤지컬 카르밀라
공연기간
2024년 6월 11일(화) – 2024년 9월 8일(일)
출연배우
카르밀라 - 유주혜 전민지
로라 - 이서영 박새힘 이재림
닉 - 송영미 민도희 김서연
슈필스도르프 - 한상훈 반정모
제작
㈜네버엔딩플레이 / ㈜라이브러리컴퍼니
제작투자
㈜라이브러리컴퍼니
*위 글은 뮤지컬 카르밀라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지난 14일, 혜화에 위치한 링크아트센터 드림에서 뮤지컬 "카르밀라"를 관람하고 왔다. 카르밀라는 '한 소녀와 뱀파이어의 사랑 이야기'라는 익숙한 소재로 진행된다. '여성' 뱀파이어와 소녀의 사랑이라는 점으로 차별화를 주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여성 배우들의 목소리 합이 돋보이는 뮤지컬 넘버는 흥미로웠으나, '언니'라는 호칭이 잠깐 사용되었을 뿐 '여성 간의 사랑'이기에 발생하는 플롯 상의 큰 변화는 없다고 느꼈다.
필자는 해당 극이 퀴어보다는 미화된 GL(girls' love)에 가깝다고 느꼈기에, 동성애가 '금지'되었던 빅토리아 시대의 여성 뱀파이어와 소녀의 사랑 이야기가 궁금했던 관람객에게는 스토리가 아쉬울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작중 인간 소녀 로라가 아버지의 사망 이후 동네에서 고립되어 (슈필을 제외하고 말이다) 시대 규범과 동떨어져 있다는 점, 그리고 100분 안에 모든 이야기를 전개해야 한다는 제약을 고려해볼 만하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재미있었다. 우리가 아는 뱀파이어와 인간의 로맨스, 익숙한 설정이지만 그 익숙한 과정을 따라가는 게 재밌다. 작품을 감상하며 네이버 웹툰 상단을 가득 차지한 여성향 로맨스 판타지 작품을 떠올리기도 했다. 한 마디로 먹히는 스토리였다. "아는 맛이 맛있었다."
뮤지컬 넘버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다. 낯익은 스토리를 색다르게 느끼게 만들어주는, 때로는 더욱 몰입하게 만들어주는 뮤지컬 넘버가 좋았다.
배우 4인의 목소리가 어우러져 아슬하고 위험한 분위기를 극대화한 '마차'
집착하는 뱀파이어 '닉'과 상반되는 달콤살벌 귀여운 모습에 웃음이 나는 '뭐든 물어보세요'
로라와 카르밀라의 감정선이 두드러지는 '맹세해'
유튜브로 영상을 찾아보며 흥얼거리고 있을 정도로 카르밀라의 뮤지컬 넘버를 즐기고 있다.
https://youtu.be/KFSnn2JgWMQ?feature=shared
리뷰를 구상하며 떠오른 질문이 있다. 뱀파이어는 영생의 존재. 영원한 삶을 사는 존재다. 그렇다면 이들의 영원한 사랑은 무엇일까?
카르밀라는 마지막 단계에서 사랑 이야기의 클리셰를 부순다. 로라는 죽어가는 카르밀라를 살리는 대가 자신 또한 영생의 삶을 사는 뱀파이어가 된다. 로라와 카르밀라는 앞으로의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다.
영원한 존재에게 영원한 사랑이란 존재할 수 있을까?
이 질문과 동시에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생각났다.
서래(탕웨이)가 해준(박해일)의 미결이 되며, 비로소 그들의 사랑은 영원해진다.
다른 모든 동화도 마찬가지다.
모든 동화는 가장 아름다운 부분에서 'Happily Ever After',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라는 표현으로 이야기를 종결짓는다.
우리는 100분간 로라와 카르밀라의 눈물겹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지켜왔으나, 앞으로 영원한 삶을 살게 될 그들의 사랑이 영원히 지속될지는 모른다. 어쩌면 영겁의 시간 동안 그들은 무딘 심장을 뛰게 할 새로운 존재를 찾아 나설지도 모른다. 혹은 그들의 사랑은 닉의 사랑처럼 집착으로 얼룩질 수도 있다.
누구나 사랑의 영속을 꿈꾼다. 하지만 영원한 시간 속에서 사랑이 영원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카르밀라의 결말은 '영원한 존재의 영원한 사랑'이라는 아이러니를 곱씹어 보게 만든다.
그럼에도, 우리는 언제나처럼 '로라와 카르밀라 두 사람은 행복하게 잘 살기로 했답니다.'라는 결말까지 함께했다. 영원한 삶 속에서 카르밀라와 로라가 영원한 사랑으로 오랜 시간 행복하길 바라본다.
#아트인사이트 #Artinsight #문화는소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