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가 너무 슬펐던 나의 신혼.

by anotehrdreami

엄마와 나는 참으로 극과 극의 성격을 지녔다.


모든일을 빠르고 완벽하게 해내며 그것에 성취감을 느끼는 엄마. 일도, 살림도 완벽했던 엄마를 보는 모든 사람들은 아이키우는 집이 어떻게 이렇게 깔끔할 수 가 있냐고, 음식도 삼시세끼 집밥하며 어떻게 이렇게 요리를 잘 할 수 있냐고 감탄의 감탄을 했다. 반면, 나는 경쟁하는 것을 싫어했고 좋은게 좋은거라며 세상을 아름답게만 보았었다. 설령 내 지갑이 없어져도 '아마, 정말 필요한 누군가에게 내 지갑이 갔을거야. 그렇다면 난 괜찮아.' 라며 생각했을만큼 매우 낙천적이였다.


엄마는 그런 나를 보고 '게으르고, 욕심이 없는 딸'이라며 매번 한숨을 쉬셨다. 하지만 나는 엄마를 보고 '욕심이 지나치고 예민한 엄마'라고 생각하며 나이가 들수록 잦은 부딪힘에 지쳐했었다.


엄마가 나에게 집안일을 시켜도 성에 차지 않거나 엄마기준에서는 내가 너무 느리다고 답답해하시며 나에게 왠만해선 일을 잘 시키지 않으셨다. 가끔 내가 설거지를 하는 날에는, '설거지하고나서 싱크대 주변에 물기가 왜 있니. 나이가 몇살인데 아직도 말로 해줘야되니.' 서부터 잔소리가 늘어지는 바람에 나도 집안일에는 손을 뗐었다. (사실 뗐다고 하기가 민망하다. 제대로 시작한 적도 없었으니)


그리고 28살이 되던 해에 엄마와 나는 역대 최장기간동안 불꽃이 튀게 언성을 높이며 싸웠던 적이 있었다. 엄마는 내가 안정적인 직장에서 일하시길 원하셨고 특히 은행에 다니길 원하셨다. 그리고 어느날 엄마는 친척분께서 지점장으로 계신 어느 한 지점의 은행에 내가 면접을 보러 왔으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기뻐하시며 내게 그 얘길 전해주셨다. 그렇지만 나는 그 면접에 가지 않겠노라고 말했고, 그 때부터 매일이 전쟁과 같았다. 결국 엄마 입에서 '니 맘대로 살거면 나가. 오피스텔 얻어서 나가. 넌 너무 이기적이야.' 라는 이야기까지 듣게 될 정도로 집안의 분위기는 매일이 빛이 보이지 않는 터널의 공기와도 같았었다.


그 해 겨울, 나는 결혼을 했다.

결혼을 하고나서 좋은 점중에 하나는 엄마의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너무 좋았다. 하고싶은 취미와 일을 해도 나를 한심하게 바라보는 사람이 없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소파를 얻은 것 같은 행복이었다.


그리고 처음 제대로 집안일을 하기 시작했다. 당시에 나는 된장찌개 하나에도 레서피 세개씩 찾아가며 한시간반동안 부엌을 어지럽히면서 간신히 해낼 정도의 요리 실력이었고, 하루에 청소기 한번 돌리는 것도 벅찼었다.


요리하는 것 까지는 할 만 했는데 내게는 뒷정리가 제일 버거웠다.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열심히 먹어치운 그릇들을 설거지하는 일이 땀이 뻘뻘날정도로 고됐었다. 그리고 결혼한지 고작 한달 지났을까, 설거지를 하는데 갑자기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렀다. 그리고 한번 시작된 눈물은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펑펑 쏟아졌다. 손에 낀 고무장갑을 빼지도 못한 채, 난 그저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고작 한달 이렇게 설거지를 하면서 힘들다고 징징대는데, 우리엄마는 나를 키워왔던 28년동안 도대체 얼마나 수없이 많은 설거지를 해오신 것일까.' 라는 생각 그리고 죄책감에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힘들어도 힘들다고, 아파도 아프다고 자식걱정할까봐 정말 내색 한 번 안하시는 엄마. 일하시면서도 삼시세끼 집밥으로 나와 동생을 그 누구보다 잘 먹이시려고 매일 하루 하루를 노력해오신 엄마. 이런 세상의 최고의 엄마를 바로 옆에 두고도 고맙다는 말 한마디 안하며 살아왔던 내 지난날들에 후회감이 밀려왔다.


결혼해야 철든다고 누가 말했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그렇게 결혼 후에야 엄마를 이해하고 인정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완벽하진 않지만 조금씩 철이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펑펑 운 뒤 아이가 생기기전까지 3년간 매주 주일이면 친정에 찾아갔고, 결혼전보다 엄마는 나를, 나는 엄마를 더 애틋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지금은 결혼한지 7년이나 지났기에 육아얘기, 살림얘기 모든 것을 공유하는 친구같은 모녀로 지내고있다. 물론 아직도 엄마의 잔소리는 엄청나시다. 그래도 나는 내 주변 지인들이 우리엄마에 대해 물어보면 이렇게 말한다. '우리 엄마같은 사람은 세상에 다시 태어나도 없다고. 딸이 보아도 정말 완벽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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