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마음은, 귀한 이만 알아보는 법

하이톡은 사랑을 싣고

by 세일러 문
[하이톡 : 수의 할아버지]
선생님! 안녕하세요 ^^
오전에 쉬는 시간 맞춰 갔어도 방해드린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크네요 ㅠ
실내화 못 신고 있을까 봐 맘에 걸렸는데
예비 실내화 주셨다는 말씀을 듣고 감동받았습니다.
맛점하세요~ 감사합니다. ~ ^^ [12:04]
[답장]
안녕하세요~ :)
마침 쉬는 시간이 시작하던 찰나였답니다.
아이들이 더러 실내화 세탁 후 챙겨 오지 않을 때가 있어서
교실에 둔 실내화가 있답니다. ㅎ

날씨가 무척 덥네요.
건강 유의하시며 즐거운 여름 보내셔요. 감사합니다. (^^ ) (__ ) ( ^^) [13:28]



* 하이톡 : 대부분의 초등학교에서 이용하는 온라인 플랫폼인 하이클래스의 문자 의사소통 기능 (카카o톡 과 비슷)


월요일이었다. 아이들과 '구슬비' 노래를 부르며 1교시를 마치려던 찰나, 성인의 그림자가 앞문에서 멈춘다. 수의 할아버지이시다. 주말에 세탁해 둔 실내화를 깜빡하여 집에 두고 등교를 한 수에게 실내화를 가져 주시러 방문하신 것,


"안녕하세요, 수업 중 죄송합니다. 여기 수... 실내화."


"안녕하세요. 수 예비 실내화를 신겨두었거든요, 내일 등교할 때 챙겨주셨어도 되는데.. 두 번 걸음 하시느라 번거로우셨겠어요. 감사합니다~안녕히 가세요."


아이들이 실내화를 가져오지 않은 날, 신을 수 있는 여분의 실내화 두 켤레가 구비되어 있다. 월요일 등교 시 깜박하고 실내화를 챙겨 오지 못할 경우를 대비한 것으로 작년 친구들이 버리고 간 실내화를 정리하며 비교적 넉넉한 사이즈와 작은 사이즈를 하나씩 골라 보관해 두었다. 쓰임이 많지는 않지만 종종 유용하게 쓰이니, 버려주고 간 작년 아이들에게 참 고마울 따름이다. 오늘 실내화를 가지고 오지 않은 수의 발이 아기발 같이 작아, 작은 실내화를 주었는데 맞춤같이 꼭 맞아 수와 함께 웃음으로 시작한 하루였다.


점심시간, 수의 할아버지 하이톡을 확인하자 마음 한 구석에 따스함이 번졌다. 분명 이 아이는 조부모님의 보살핌 속에서 행복과 감사를 느낄 수 있는 건강한 아이로 성장할 수 있을 것.




늦은 오후부터의 비가 예보되어 있었던 터, 아이들이 하교할 참인데 장대비가 내린다.


"어, 나 오늘 우산 안 가져왔는데?"

"어, 나도 나도."

"나는 가져왔는데."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아우성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뭐다? '비 맞지 않고 집에 안전하게 돌아가기' 계획에 돌입한다. 우산을 가져온 친구와 하교 시 누군가와 하교 약속이 되어 친구들을 파악하고, 우산 꽂이의 양심우산 수를 살핀다. 아뿔싸, 우리에겐 단 하나의 양심우산만이 남아있다. 아이들의 동선을 파악하며 학원을 같이 가는 친구들은 우산을 같이 쓰며 우정을 싹 틔울 절호의 찬스가 될 것이라며 얘기해 주니,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다들 같이 쓰겠단다. 우산을 가져온 친구들까지도. ㅋ그럴 것까진 없는데 말이다. 얼추 정리를 마치니, 동선이 겹치지 않고 혼자 집에 돌아가는 서에게 양심우산이 돌아갈 수 있게 되어 참 다행.


*요즘 학교에는 양심우산이 마련되어 있다. 우산을 가져오지 않은 친구들이 자유롭게 쓰고 갔다가 양심적으로 다시 가져다 두며, 또 누군가가 비를 맞지 않고 안전하게 귀가하고 또다시 양심으로 가져다 두는 귀한 우산.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야 하는데 아무도 마중을 나오지 않아 비를 쫄딱 맞고 집에 간 유년의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이 양심우산의 등장이 충격적일 만큼 감동적이었다.


"제군들, 돌격하시오~~"

빗 속으로 돌진하는 귀요미들은 영화 클래식의 조인성과 손예진들이 되어 '꺄르르' 웃으며 (그렇지만 남친, 여친은 결사반대!!) 건물을 나섰고, 우산을 들고 하교마중을 나오신 가족들과 애틋한 재회를 하는 친구들 그 가운데, 서는 씩씩하게 우산을 쓰고 집으로 향한다.


[하이톡: 서의 어머님]
선생님~ 안녕하세요^^
오늘 서 우산 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저녁 되시길 바랍니다. [19:08]
[답장]
안녕하세요, 어머님
아유 별말씀을요,
*서네 가족 모두 좋은 밤 보내시기 바랍니다. :) [20:00]


나는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정성스레 문자를 주심에 마음이 살짝 부끄럽기도 하고 뭉클하기도 한 저녁이었다.




학교는 아이와 부모, 교사가 함께 성장하는 곳이다. 교사는 아이들을 위해, 아이들을 통해 성장하기도 하지만, 아이들의 부모들로부터 따뜻한 지지와 신뢰를 바탕으로 성장하기도 한다. 별 일 아니라고 생각했던 작은 배려들이 귀한 분들의 좋은 마음 덕에 귀한 마음이 되었고, 그 마음 덕에 한층 더 성장한 날이었다. 부디 마음으로 귀한 아이들 앞에 설 수 있도록 오래도록 귀한 분들이 곁에 있어주시길 바라본다.


사진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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