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하지 마~

여덟 살 도도의 연애, 결사반대!!!

by 세일러 문

에너지 총량의 법칙을 믿는다.


에너지 보존(총량) 법칙
외력이 작용하지 않는 어떤 고립된 물리계의 에너지는 그 형태가 달라질 수는 있으나 그 총량은 항상 보존된다는 법칙. 즉 고립된 계의 에너지는 새로이 생겨나거나 혹은 사라지지 않는다. [출저:네이버]




수군수군. 쑥덕쑥덕. 어쩌고 저쩌고.


만들기 활동 시간, 아이들의 수다가 시작된다. 아이들이 즐거운 기분으로 가벼운 대화를 적당히 나누며 즐겁게 활동하는 것에는 찬성한다만, 아이들의 수다는 왜 선생님의 브레이크 (혹은 눈치 백 단의 모범적인 친구) 없이는 그치지 않는 것인가. 수다삼매경은 그칠 줄 모르고 깊어만 간다. 이건 거의 수다에 활동을 살짝 곁들이는 정도랄까.


"얘들아~, 자꾸 말하면 선생님이 에너지가 어디로 나간다고 했을까요~?"


"입이요."


"자, 그럼 어떻게 해야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요?"


"말하지 말고 집중해야 해요."


"네, 맞아요. 입으로 나가는 에너지를 잘 모아서 작품 만드는 데 써야지 멋진 작품이 나오겠지요?"


"네~."


그렇다. 아이들이 가진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고, 이 총량은 보존되므로, 말하는 데 에너지를 쓰게 되면 작품에 쓸 에너지는 그만큼 줄어들게 되고 집중해서 작품을 만들었을 때보다는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질 확률이 높다. 에너지 총량의 법칙이다.


이 에너지 총량의 법칙에 의거, 나는 아이들의 스무 살 이전 연애에 반대한다. 결. 사. 반. 대.




"선생님, 도도 남친 생겼대요~"


"어.... 어랏?! 우리 도도가 남친?"


"유치원 때도 두 번 있었어서, 이번이 세 번째 남친이래요."


도도는 우리 반 러블리의 대명사. 뽀얀 피부에 이마를 반쯤 가린 앞머리와 긴 생머리, 조그만 체구에 "슨생님~" 강원도 사투리가 살짝 가미된 귀여운 어투. 웃을 때 반달이 되는 눈은 효리언니의 리즈시절만큼이나 매력적인 데다가 말과 행동은 어찌나 셈이 없이 순수하고 명랑한지,... 걸어 다닐 때면 긴 생머리가 촐랑촐랑, 지나는 자리마다 사랑스러움이 여기저기 떨어져 흩어지는 이 아이가, 나는 그저 무해와 사랑스러움의 결정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런 도도에게 남친이 생겼다니.


여덟 살 아이의 연애 소식에 적잖이 당황했다. 물론 이 여덟 살 연애의 가벼움이란, 1교시에 남친이 되었다가 3교시에 이별할 만큼의 가벼움이겠지만. 첫째 아이들에게 사랑과 길들인 것에 대한 책임을 가볍게, 일찍이 느끼게 해주고 싶지 않음, 둘째 에너지 총량의 법칙에 따라 아이들의 귀한 에너지가 연애로써 타인에게 흘러가는 것을 담임으로서 두고 볼 수가 없음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도도야, 연애하지 마. 남친, 여친 하지 마~ 그냥 친구 해."


"왜요?"


"스무 살 이전에 연애하면, 선생님 제자명부에서 지워지거든. 그럼 더 이상 선생님 제자가 아닌 거야. 연애는 안돼."






요즘 초등학생들의 연애 늬우스는 비일비재하게 들려온다. 그만큼 일상적인 일로 많은 아이들이 남친, 여친을 만들며 가벼운 연애들을 하고 있다는 것. 고학년 담임일 때에는 에너지 총량의 법칙이나 사춘기 호르몬의 무서움과 그로 인한 얼굴과 성격의 변화, 선생님의 실패담 등을 설명해 주며, 협박 아닌 협박을 했었다.


"스무 살 이전에 연애하는 친구들은 선생님 제자명부에서 삭제됩니다. 알겠습니까?"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 가는 것을 억지로 막을 수도, 부정할 수도 없는 법. 이제 나에게는 몇 안 되는 제자들만 남아있다. 흑흑흑


"선생님~."


"앗, 누구... 시더라?"


"아이 선생님, 잘못했어요. 얼마 안 가고 헤어졌다니까요."


"선생님, 저는 선생님과 약속 지키려고 연애 안 하고 있다니까요. 저만 살아남은 것 같아요. ㅋㅋㅋ"


부디 너만은 살아다오. 제자명부 삭제를 엄포하며, 아이들에게 조금은 연애를 미루라 하고 있다.

(하지만 친절한 세일러문은 정(情)의 이름으로 결국엔 다 용서한답니다... 고등학교 진학 후 도시락 싸가지고 다니며 연애하지 말라고_말리고 말렸지만... '여친이랑 카톡 하나 할 시간에 영어단어 하나 더 외워라,,, 했던 선생님 말씀 들을 걸...' 땅을 치고 후회하는 녀석들과 가끔 술 한 잔 한답니다. 껄껄껄)





그렇다. 나는 고등학교 시절의 연애로 인해 공든 탑을 무너뜨려 버린 산증인이다. 참 순수했고, 딱 그만큼 어리석었다. 대입을 대차게 말아먹었고, 그 연애마저도 지켜내지 못했다.. 후회해도 소용없을 일. 다 지난 일.

그렇지만 나의 아이들은 다르지 않은가. 아직 오지 않은 시간에, 나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애꿎은 제자명부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선생님이 되어서야,,,,도시락 싸가지고 다니며, 연애하지 말라고 말라고, 나를 말리고 말리셨던 선생님들과 부모님의 마음을 이제 알아가고 있다니, 인간은 정말 어리석은 동물이다.






"슨생님~ 1126611 가 뭔지 아세요?"

"글쎄~? 무슨 암호 같은데? 생일인가? 뭐지?"


도도가 스윽, 뒷장의 정답을 보여 준다. 사랑한다는 말이다.

으으, 도도 너는 너무 러블리해. 어찌 이 아이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겠느냐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애는 니되오.

사랑스런 너를, 사랑할 수밖에 없어서,

그래서 선생님은 여덟 살 도도의 연애를 반대합니다! 결. 사. 반. 대!!!


(잘 미루고 미뤄뒀다가, 스무 살 이후에 화려한 연애사를 써보렴. 예쁜아;) 그땐 선생님이 많이 많이 응원해 줄게.)



에너지 보존 법칙 출처 : 네이버

사진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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