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와 동시에 양파에게 인사를 건네는 귀여운 아이들이 주말 새 싹을 틔워 올린 화가나양파의 성장에 감동했던 월요일 아침이었다.
양파의 작은 싹을 귀여워하는 양파보다 귀여운 우래기(울애기)들의 초상권을 보호해 봅니다.
볕 좋은 가을, 우리 반 교실에 두 손님을 모셔왔더랬다.
"선생님~ 그게 뭐예요?"
종이컵에 다른 표정의 얼굴을 달고 등장한 두 양파의 등장에 아이들이 술렁인다.
(양손에 둘을 들고 하나씩 올려 보이며)
"짠, 양파예요. 이 친구는 사랑해양파이구요, 이 친구는 화가나양파에요. 오늘부터 선생님이 우리 달님반 친구들에게 미션을 줄 거예요. 여기 하트 뿅뿅 눈의 양파에게는 사랑의 말들을 해주는 거예요. 사랑한다, 고맙다, 네가 있어 행복하다,라는 긍정의 말들을요. 여기 화가 난 표정의 양파에게는 화가 나거나 속상할 때 이 화가나 양파에게 가서 화가 난다, 짜증 난다. 속상하다는 말들을 얘기해 주는 거예요. 여기서 주의할 점은 속상한 마음을 속삭이지 말고 거침없이 표현해 보기로! 이 양파들에게 어떤 일이 날지 한 번 살펴보기로 해요~~."
"네~~~."
짹짹 참새같이 대답하는 아이들의 두 눈에 새로운 친구를 맞이한 신남과 미지의 세계에 대한 궁금함이 가득하다.
여러 해, 아이들과 했던 양파 실험. 할 때마다 화가나양파가 반란을 일으킬까, 선생님도 가슴이 쫄리는 건 모두에게 비밀이다. 등교해서, 쉬는 시간, 점심시간, 시간이 날 때마다 사랑해양파에게 가서 세레나데를 불러주고 다정하게 사랑의 언어를 전달하고 있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엄마미소가 자동 발사된다. (오구오구 내새끼들)
속상할 때 화가나양파를 찾는 아이들의 모습도 엄청 귀여운데,
"화~가~난~다!" 노려보며 큰 소리로 화를 표현하는 아이도,
"삐짐!." 딴에는 되게 단호하게 서운한 감정을 두 글자에 조심스럽게 담는 아이도,
"아이씨!", "선생님~~ 얘가 양파한테 욕했어요~" 틈새 이르기 신공을 보이는 아이 뒤로 난색을 표하는 아이씨의 발화자 아이도, 모두모두 나름의 귀여운 구석들이 있다.
"아이구, 그렇게 심한 말을?! 화나는 감정을 잘 표현하는 것도 중요해요." 얘기하고는 뒤돌아
후훗, 귀여운 녀석들, 부디 이 아이들이 조카십색크레파스중그레이색이 제일 좋다는 마의 십 대를 잘 넘겼으면,,, 이 아이다움을 오래도록 볼 수 있었으면,,,,바랐다.
기다림이 길어져 누구보다 간절히 사랑해양파의 초록싹을 기다리는 선생님이 악몽에시달릴 때쯤, 기가 막히게 사랑해양파의 싹이 빼꼼 고개를 내민다. 가령 화가나양파가 혼자 폭풍성장을 한다거나 사랑해양파가 시름시름 앓는 그런 류의 악몽들.
'휴, 다행. 지저스. 역시 긍정 언어의 마법이란.'
5학년 아이들과함께였던 2011년, 우리는 화가나양파가 새카맣게 썩어 흙으로 돌아가시는 부정언어의 처참한 최후를 목도했다. 아마도 조카십색크레파스중그레이색이 제일 좋을 나이였던지라, 그 시절의 화가나양파가 제대로 욕받이가 되어 직격탄을 맞았던 이유겠지.
만약 그때와 같은 결과를 맞이할 시, 여덟 살 우리 반 아이들에겐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 분명하기에 담임의 고민이 깊어진다. 가져다 맛있게 요리를 해 먹어야 하나(잔인하다는 반응 예상, 삐! 탈락), 이 추운 날 흙에 심어야 하나(얼어 죽일 셈이신가요, 잔인해 반응222 예상, 탈락), 어떻게 실험을 훈훈하게 마무리 지어야 하나 고민하던 시점, 천사 같은 아이들의 입에서 화가나양파의 동정론이 나오기 시작한다.
"그래그래, 화가나양파가 너무 불쌍하다. 오늘부터는 두 양파에게 모두 사랑을 담뿍 줍시다. 이제 두 양파 모두에게 긍정의 말들을 하기로 해요~."
"화가나양파야 우리가 미안했어. 앞으로 더 많이 사랑해 줄게~."
"사랑해. 고마워. 행복해. 니가 짱 좋아."
사랑의 고백들이, 긍정의 언어들이 난무하는 교실. 이 공간에서 그 언어들이 아이들을 성장시키고 나를 치유하고 있다. 무심코 쏟아내는 말들이 우주의 기운들을 끌어당겨 하나의 생명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수많은 말들 속에 노출되어 잊고 살곤 하지만, 말의 힘은 진실로 위대하다. 아이들이 거칠고 부정적인 언어를 사용할 때 한 번쯤 시도해 봄직한 사랑해양파와 화가나양파 실험, 말의 힘을 눈으로 확인하는 신비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조금은 마음을 졸이며 십여 년에 걸쳐 수집한 긍정언어의 마법 양파실험은 올해로써 백 프로 성공률로 집계되니 훈훈하기 그지없다.
"친구들한테 말할 땐??" 선생님이 선창하고 "친절하고 다정하게!!" 아이들이 후창 한다. 여덟 글자로 각인되었을 이 친절하고 다정한 말들이 이 아이들을 따뜻하게 지켜주길 바란다. 말의 힘을 확인하며, 긍정적인 언어사용을 다짐한 가을의 끝자락 & 따뜻한 겨울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