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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월드탐험가 Jan 12. 2022

가진자가 되야하는 이유 (억울함에 잠못이룬 밤)

며칠간 공들였던 계약이 있었다


지난주 아이들과 밤에 출동해서 확인했던 자리인데

밤이라서 사람들이 길에 유독 없었고

정말 괜찮은 자리 인지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았다


무엇보다 요새 코로나때매 장사가 어렵다고 들었는데

왜 상가에는 다 권리금이 붙어있는거지?

초기자금에 대한 고민, 멀리까지 와야하는 불편함,

진짜 좋은 자리인지에 대한 불확실성 등등

의사결정을 미루고 싶은 요인들이 있었다

사실 좀 멀어서 의사결정을 미루고 싶은 원인을 찾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이왕이면 서울으로 알아보고 싶어서

며칠간 마음속에 넣어두고 다른 매물들을 계속 뒤졌다.

주말, 평일에는 새벽, 내내 뒤졌지만 더 나은 자리를 찾을수가 없네...:)


어쩔수 없이(?) 한번 더 가보기로 했다

주말에 또 두 아이들을 데리고 다시 봤던 장소로-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노는동안

꼼꼼히 다시한번 체크했다

유동인구는 어떤가, 경쟁상대는 어떤가,

사람들의 동선과 배후세대 등 여러 기준들을 짚어가며

하나씩 체크를 해갔고

그래, 이 물건으로 결정하자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주말부터 이 물건에 대한 조건 협상에 들어갔다.


예전에 뭣도 모르고 상가를 접할때 호되게 당한적이 있어서

모르는 사람이 죄인...ㅠㅡㅠ


권리금에 대한 협의,

철거와 폐기물에 대한 조건 협의

여러 기본 설비에 대한 체크 등 하나씩 꼼꼼히 체크했다


쉽지않은 조율이였지만 부동산 사장님께서 적극 협조해주셔서

함께 하나씩 퍼즐을 끼어맞추고 있었다


며칠간의 조율을 마치고

현재 그곳을 이용하시는 분과의 조율이 윤곽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거의 계약에 임박하는 순간이였다. 두둥-


다행이다. 잘 조율되서

한가지 부분만 확인되면 가계약금 쏠 준비완료-!


그런데, 세상일이 원래 순탄치 않은거라고-

그 많은 매물중에 뒤지고 뒤져서

아이들 데리고 몇번을 가서 확인하고 힘들게 결정한 물건이였는데

정말 다 된 상황에서 마지막에 건물주가 계약을 빠그라뜨렸다.


이유도 원인도 없이 밑도끝도 없이

계약을 안하겠댄다.


아니요, 계약을 안할거면 매물로 왜 내놓으셨나요?


그 먼곳까지 지난 주에 일 끝나고 밤에 애둘 데리고 교통체증속에

현장까지 가서 늦게 집에 온 일

주말에 또 아이들 데리고 가서 한참을 고민한 일

몇날 몇일을 할지 말지 고민한 나의 에너지와 시간에 대한 억울함


그리고 며칠간 조율을 위해 공들였던 나, 현재 사용자, 부동산 사장님의 노력


너무 화가 나고 억울하고 허탈했다


부동산 사장님도 화가나셔서 펄펄 뛰셔서

내가 더 화가날 수가 없었네;)


처음에는 화가 나더니

나중에는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할 거인가?

막막해졌고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노릇이였다


어제는 한파가 온 날,

그래도 현장으로 나가야했다 퇴근후 남편과 후보지 현장에서 만나서

또 다른 상가를 보고 고민을 나눴다


여기는 시설 설비가 또 문제네. 후..

밤에 자려고 누웠는데 잠이 안온다

새벽에 거실로 나왔더니 남편도 나와있었고

우리는 또 새벽에 지도로 임장을 떠났다

각자 물건 찾기 시작 그리고 논의


처음에 내집마련할때 시간이 없어서 남편과

새벽에 애들재우고 나와서 밤새 물건 찼던 그 시기가 떠올라서

웃음이 나왔다


그래, 더 좋은 물건 만나면 되지

그런데 가진 사람이라고 이렇게 갑질해도 되는거야????

억울하지 않으려면 가진자 측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더불어 상가를 보면서 참 이상하고 고약한 어른들을 만나게 될때가 많았는데

나는 나이들어서 정말 그릇이 큰 멋진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만 우울해하고 금방 잊고 일어나자

더 좋은 물건이 내게 와줄거야!


늦은 밤, 내 물건을 만나기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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