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다듬어 가기
나는 가끔 화를 주체하지 못할 때가 있다. 특히 부당한 일을 겪을 때면, 머릿속에서 무엇인가 ‘뚝’ 하고 선이 끊기는 듯한 순간이 찾아온다. 그 순간의 내 얼굴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가장 가까운 사람들 앞에서 그 선이 끊긴 모습을 보인 적이 있다.
참고 또 참았던 분노를 결국 쏟아냈지만, 끝은 늘 후회로 마무리됐다. 시원함보다는 텁텁함이 남았고, 기분은 더 가라앉았으며, 머리도 아팠다. ‘사람들은 이런 분노와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며 살아갈까?’ 정말 알고 싶었다. 방법이 있다면, 나도 배우고 싶다는 간절함으로 여러 곳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우연히 한 문장을 마주했다.
“네가 틀렸다면 화낼 자격이 없고, 네가 맞다면 화낼 이유가 없다.”
나는 그동안, 내가 틀렸을 때도 화를 냈고, 내가 맞았을 땐 더 화를 냈다. 화를 내는 것이 나의 억울함과 속상한 감정을 남에게 풀어내는 방법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분노는 결국 나를 가장 먼저 해치고 있었다. 내 마음을, 내 하루를, 그리고 나의 관계들을.
요즘 내가 가장 닮고 싶은 사람은, 좋은 직장을 다니거나 무언가를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조용히 들여다보고 지혜롭게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다. 분노가 차오를 때도 그것에 휘둘리지 않고, 부드럽게 흘려보낼 줄 아는 사람. 그런 사람이야말로 진짜 단단하고, 나에겐 제일 행복한 사람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 요즘은 마음에 분노와 불안이 찰 때마다 천천히 호흡을 해본다. 3초 동안 들이마시고, 3초 멈췄다가, 다시 3초 동안 내쉬는 식으로 열 번. 예전에 읽었던 글에서, 몸에 산소가 부족하면 뇌가 그걸 불안이나 스트레스로 인식할 수 있다는 문장을 본 적이 있다. 그 말이 마음에 남아, 그 이후로 종종 시도하고 있다.
물론 이 호흡만으로 감정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럴 땐 욕실로 들어가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거나, 무작정 밖으로 나가 노래를 들으며 천천히 걷는다. 그렇게라도 몸을 움직이며 내 마음을 다시 가라앉히려고 한다.
직장에 다닐 때는 특히나 상사의 짧은 이메일 한 줄에도 마음이 크게 흔들리곤 했다. 예전에는 즉시 반응했지만, 지금은 잠시 시간을 두고 커피를 마시러 나가거나, 화장실에 가서 조용히 숨을 고른다. 혹은 일기장에 지금 내 감정을 조심스레 적어본다. 말로 풀 수 없는 감정을 글로 흘려보내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괜찮아지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이 모든 방법이 잘 작동하지 않을 때도 많다. 아무리 노력해도 감정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그런 나 자신에게 실망하고, 왜 나는 안 되는 걸까, 왜 이렇게 부족하지 하는 생각에 더 깊이 가라앉는 날도 있다. 그런 날은 나를 위로하기보다 오히려 더 몰아붙이게 되곤 했다.
어찌 보면 운동도, 공부도, 취미도 결국 편안하게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듯, 내 마음의 근육도 천천히 단련되는 거라는 걸 이제야 조금씩 느낀다. 때로는 아무 소용없는 것처럼 느껴질지라도, 오래 걸리더라도, 무너지지 않고 계속 나아가려 한다. 그 모든 시간이 나를 살아가게 해주는 과정이라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