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10대들의 행복조건

세대의 기억이 남긴 흔적

by B 비

대학내일 20대 연구소는 2025년 6월 24일, 전국 17개 시도에 거주하는 중·고등학생 8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10대 청소년들이 생각하는 ‘행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재산이었다. 그 뒤를 부모, 친구, 휴식, 외모, 취미, 꿈 등이 이었다. 행복을 설명하는 첫 번째 조건이 관계가 아니라 돈이라는 점이 씁쓸하게 다가왔다.


이와 관련해 많은 뉴스에서는 70-80년생 부모 세대의 양육 환경이 문제였다고 지적하기도 하고, 오늘날의 경쟁 중심 사회와 자본주의의 영향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다 문득, 10년 전에도 비슷한 기사를 본 기억이 나서 찾아보았다. 실제로 2015년 KBS 국민패널 설문(성인 1,024명 대상)에서도 행복을 가로막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문제’로 나타났고, 학벌, 직장 만족도, 건강, 가족 관계가 뒤를 이었다. 행복을 위해 필요한 조건이 ‘돈’이라는 대답은 어쩌면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우리는 언제부터 행복을 돈의 유무라고 느끼게 된 걸까. 2005년에 진행된 세계 가치관 조사에 따르면, 1990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인의 행복도는 눈에 띄게 낮아졌고, 이후에도 좀처럼 회복되지 못했다고 한다.


어쩌면 그 차디찬 시간들이 우리의 몸 어딘가에 DNA로 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 부모 세대는 그 시절을 일터에서 견디며 살아남았고 그들의 기억은 말로 다 하지 않아도 우리에게 전해져, 우리는 그것을 본능처럼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물질 만능 주의는 누구의 잘못도, 누군가의 이기심도 아닌 그저 그때를 살아남은 사람들이 경험했던 겨울은 너무 길었고, 너무 추웠을 뿐이어서 다음 세대에게 느끼게 하고 싶지 않은 기억인 것 같다.


‘돈’에서 자유로운 행복을 말할 수 있는 세상이 언제 올진 모르겠지만 아마 대한민국은 몇 세대가 더 그 시절의 기억을 품고 살아갈 듯하다.


우리는 아직 돈의 무게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않지만, 서로를 비난하기보다, 서로의 지난 시간을 조금 더 이해하고 응원하는 하루를 살았으면 한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만들어간다면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만큼은 조금 더 가볍고, 조금 더 따뜻해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 하루들이 모여 세상엔 돈이 전부가 아님을 아는 세대들이 이끄는 한국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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