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받지 못한 채 자란 어른

그늘에서 자란 마음

by B 비

나는 부모님에게 인정을 받고 자란 기억이 없다.

부모님께서 바빠서 여유가 없었을 수도 있고, 어쩌면 따뜻한 말들이 있었지만 내가 우울에 잠겨 듣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다행히, 가끔 좋은 어른들을 만났다.
그들이 건넨 말들은 내게 햇살 같았고, 물처럼 스며들어 나를 자라게 했다.

중학교 2학년 때였다. 다니던 학원에서 주말 청소를 도와줄 학생을 찾았고, 나는 자연스럽게 그 일을 맡았다. 집은 늘 차갑고 조용했기에, 주말이면 밖에 있을 수 있는 무엇이든 좋았다. 오히려 학원에 있는 것이 마음이 편했다. 청소를 마치고, 선생님이 사주신 점심을 먹고 있을 때였다.

선생님이 조용히 말했다.


“많은 학생들을 봐왔지만, 너처럼 맡은 일을 끝까지 마무리하는 아이는 드물어. 그건 참 좋은 습관이고, 대단한 일이야.”


그 말은 20년이 넘은 지금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무언가를 포기하고 싶을 때, 더는 할 수 없을 것 같을 때, 나는 그 말을 떠올린다.
그리고 다시 한번, 시작할 용기를 낸다. 나는 그렇게 나를 키워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반면, 가족과의 기억은 다르다. 서로를 북돋아주기보다는 헐뜯고 비교하는 말들이 익숙했다.

역시 같은 중학생 시기, 가족과 함께 노래방에 간 일이 있었다.

아버지는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셔서, 생일 같은 날이면 종종 가족이 함께 노래방에 가곤 했다. 하지만 노래방을 나설 때면 아버지나 언니는 내가 노래를 못한다고 꼭 한 마디씩 했다. 그 평가들은 이상하리만큼 세세하고 날카로웠다. 목소리가 떨린다, 고음이 부족하다… 그런 말들 속에서 나는 노래할 때마다 심하게 긴장했고, 단순한 즐거움조차 누릴 수 없었다.


그럴 때면 속으로 이렇게 되뇌었다.
‘심사위원들 나셨네. 누가 가수 하겠다고 했나. 그냥 오늘 재밌었다 하면 되지…’

즐겁고 가벼워야 할 자리에서조차 나는 늘 평가받고, 언니와 비교당했다.

그런 날들이 쌓이며 우리는 점점 서로에게 조심하지 않게 되었고, 상처 주지 않는 방법조차 잊은 채 어른이 되어버렸다.


최근 신문에서 초등학생들의 불안과 우울이 중고등학생들 보다 더 높아졌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 기사를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우리는 점점 가족 안에서 어떻게 따뜻하게 말하고, 서로를 편하게 대해야 하는지를 점점 잃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가족은 함께 있어서 따뜻한 존재여야 하는데, 우리는 언제부턴가 서로를 몰아세우고, 채근하고, 비교하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과거를 자꾸 돌아보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부모님을 보면 나는 여전히 그 시절로 돌아간다.
인정에 목말라 있고, 사랑을 갈구하던 그때의 아이로 말이다.


가끔 이유 모를 불안과 우울이 다가올 때면 나는 스스로에게 말한다.


“괜찮아. 잘하고 있어. 너는 존재만으로도 충분해. 정말 잘해나가고 있어.”


어린 시절 받고 싶었던 인정과 사랑을, 이제 어른이 된 나에게 누군가가 대신 채워줄 수는 없지만,
이제는 내가 나 자신에게 줄 수 있다는 마음으로 살아간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 역시 누군가에게 따뜻한 햇살을 나눠준 어른이 되고 싶다. 중학교 2학년 때 내게 그런 어른이 되어주었던 그 선생님처럼. 그게 어쩌면, 내가 진짜 어른이 되어가는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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