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고 싶지만 상처도 받는 관계
서울에서 간호사로 생활하며 영어 공부를 한참 할 때였다. 돈도 햇볕도 없는 생활이었다. 타지 생활이 무척이나 외로웠고 기댈 곳을 찾을 순 없었다.
그날도 25만 원짜리 창문도 없는 방에 들어와 멍하니 누워있었다. 나는 뭐 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내가 하는 선택이 옳은가 라는 마음을 다잡아야 하는데 이미 무너져 있었던 그때, 부모님이 속상하실까 싶어 고시원이 너무 좋다고 방이 1평도 안 돼서 청소도 안 해도 되고 화장실도 샤워실도 다 공유로 사용해서 청소도 안 해도 된다며 말도 안 되는 말을 이어갔다.
그 말후로 전화를 끊은후 멍하니 좁디 좁은 침대에 누워있었고 엄마에게 해외여행을 보내주라는 카카오톡 문자를 받았다. 그걸 읽는데 처음으로 분노, 외로움, 서운함 이 차오르고 물속에 내가 잠기는 기분이 들었다. 이걸 어떻게 답변할지도 모르겠고 다룰 수 없게 되자 엄마 문자를 복사해서 3남매 그룹창을 만들어 그 글을 올려 버렸다. 그리곤 나 혼자 감당하기 힘드니 여유가 되는 사람은 돈을 모아서 해보자고 했다. 그리고 나는 지금 고시원에서 이걸 혼자 감당하기는 어렵다는 말도 보태어 올렸다.
너무 고통스러운 시기였다. 이미 상처는 받았는데 그 상태에서 엄마가 에이 그거 가지고 되겠어 라며 소금을 뿌린 느낌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 기억은 잊고 싶은데 잊혀지지 않는다. 그 외롭고 힘든 시기의 고통 전체를 대변하는 상징이 되어버린 거 같아서 말이다. 그날의 방의 냄새, 통장에 남은 잔고, 그리고 메시지를 읽던 허무함과 공허함 나는 그때의 나를 그 감옥에서 해방시켜 주고 싶다. 이 감정에서 내가 조금 더 자유로워지고 싶다.
나는 가끔 그날의 나에게 돌아간다 그리고 다정히 껴안아준다. 누구든 당장 용서하지 않아도 괜찮다 안 잊어도 괜찮다 안 괜찮은 나도 괜찮다. 부모 역시 이기적인 사람이기에, 본인의 욕구가 우선일 수 있다. 금방 이 갑갑한 기분 또한 곧 지나가리라 되새기며 곱씹었다. 나의 행복도 이기적으로 찾아 나가야 한다는 사실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