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감과 죄책감의 이상한 충돌
남동생은 중학교 때부터 문제를 일으키고 다녔다. 나보다 5살이나 어렸던 남동생을 신경 쓸 시간도 여유도 없이 살아왔다. 그런데 가끔 부모님을 통해 사건들을 건너 들었다. 동생이 누구를 때렸데, 여자를 때려서 문제가 되는 거 같아 대리시험을 보게 했데 등등 매번 부모님이 학교에 불려 가 빌었다고 들었다. 제발 퇴학은 안된다며 말이다. 그래도 아들아들~ 해서 오냐오냐 키우셨던 부모님은 문제의 심각성을 알지 못했다. 우리 아들 최고라며 똑똑한 우리 아들 인문계 갈 거라며 치켜세우셨고 나도 잘되기를 바라며 크게 생각 없이 내 생활에 집중하며 보냈던 거 같다. 그러다 동생이 인문계에 떨어지고 갈 고등학교가 없어 멀리멀리 떨어진 시골에 있는 고등학교를 갔고 거기서 술을 먹고 모텔을 간 걸 걸려 고3 때 자퇴 아님 퇴학 선택지 중 자퇴를 선택했다.
동생은 그 사건 말고도 오토바이 사고 합의금을 만들어야 한다며 집에 있는 모든 금이란 금은 다 모아 팔았고 그것도 본인이 한 적이 없다며 길길이 날뛰며 거짓말을 했던 적도 있었다. 남동생은 꼭 스쿼시 볼 같았다. 어디로 튈지 모르고 튀면서 모든 것을 파괴시킬 듯 빠르게 날뛰었다. 남동생이 사고 치는 속도와 그걸 뒤따르며 해결해야 하는 속도는 따라잡을 수 없었다. 그러다 남동생이 검정고시를 보게 되었고 그때가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일을 그만두고 동생을 옆에 끼고 공부시키기 시작했다.
검정고시를 평균 95점 이상을 받게 되면 지방에 있는 간호대에 수시를 볼 수 있다는 전형을 알고 있었고 동생에게 이왕 보는 거 고득점을 봐서 간호대 들어가서 간호사를 해보자고 설득시켰다. 그리고 남동생과 24시간 붙어 공부를 시켰다. 그때도 부모님은 관여하지 않았다. 무관심이 더 컸다. 그동안 간호사로 모은 돈으로 동생 과외비로 책을 사고 생활비로 사용했다. 그 당시 동생은 담배를 피워서 가끔 내가 과외 선생님 과외비를 준비하면 그 돈에 손을 대 담배를 사고 술을 마실정도로 철이 없었다. 그런 철없는 동생을 끼고 공부시켜 결국 고득점을 받고 간호대를 가게 된 것이다.
정말 내 아들 같은 마음으로 버텼다. 꼭 수험생을 공부시키듯 도시락을 싸고 내가 남동생 뒤에서 공부하며 중요한 점을 모아 족보를 만들어 동생의 공부를 도왔다. 남동생의 성공은 꼭 나의 성공같이 기뻤다. 그 후로도 남동생에게 생일 때마다 용돈을 보내주고 결혼한다고 했을 때 내 한 달 월급을 보내줬다. 그만큼 난 가족들에게 최선을 다했다.
내가 국가장학금을 받게 되어 해외에서 대학원을 다니고 있을 때 몸도 마음도 보살필 여력이 없을 때 그걸 어떻게 알고선 남동생이 나에게 400만 원을 보내왔다. 부모님이 주시는 거라며 보내왔고 나는 내가 직장을 그만둘 때 퇴직금으로 받은 500만 원을 부모님에게 주고 왔는데 아마 100만 원은 쓰시고 400만 원을 나에게 주신건 가보다라는 생각으로 고맙다며 부모님에게 연락을 했다. 400만 원 잘 받았다고 말이다.
그런데 부모님이 너 400만 원 받은 게 맞아? 500만 원 보냈어라고 말이다. 남동생은 그 순간마저도 100만 원을 중간에서 훔친 것이다. 그래서 남동생에게 물으니 본인이 급한 일이 있어 미리 쓴 거라며 그 돈 없으면 내일 당장 죽는 거냐며 내게 물어왔다. 하아..... 이걸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란 생각과 나는 이런 걸 당연히 감수하고 이해하는 사람인 줄 아나? 배신감 억울함 내 가족에게조차 나는 존중받지 못하는 구나라는 생각들로 가슴이 찢겼다. 더 이상 상처받기 싫어서 얽히고 싶지도 않은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이감정을 다루는 게 나한테는 힘든 순간이다. 그래서 느꼈다. 나 자신에게만 최선을 다하자 제일 좋은 거 제일 맛있는 거 무조건 나 먼저 주자란 생각 말이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가족들에게 생일선물도 용돈도 보내지 않는다. 나는 나에게 최선을 다한다. 먹고 싶은 것도 내가 가고 싶은 곳 그리고 내 노후가 우선이다. 나를 먼저 보살피지 않으면 그다음은 없다는 사실이다. 나는 이제 누군가의 인정을 위해 나를 갉아 넣지 않는다. 누군가의 인정은 필요 없다는 사실을 늦게나마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혹시 누군가의 사랑과 인정 때문에 본인을 내가 했던 것처럼 갉아 넣고 있다면 본인을 먼저 보듬어 주라는 말을 꼭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