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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냄새와 소주냄새의 비릿함

일상이 어려운 내면의 상처받은 나에게

by B 비

아빠는 직장동료와 외도를 했었다. 엄마도 한 직장에 같이 있었으니 엄마마저도 알 수밖에 없는 사실이었다. 죄책감을 상실해 가던 아빠는 아주 대담했고 작던 도시에서 친척들에게 모텔을 드나드는 것을 들켰다. 그래서 이미 언급되었던 엄마의 발목 부러짐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엄마는 그 분노를 참을 수 없었을 테니 말이다. 그 빙판길에 울분을 토하며 싸우다 아빠를 밀었는데 본인이 넘어지면 스스로의 마음과 몸을 부러트린 것이다. 아빠의 외도 싸인은 아주 잦았다. 내가 고열로 학교를 가지 못해 방에 누워있었고 아빠는 당시에 적십자활동을 하셨는데 그때 무슨 활동이 있었는지 노란색 적십자 조끼를 입고 있으셨다. 엄마가 딸이 아프니 오늘은 가지 말고 집에 있으라고 했다. 그러며 엄마는 한마디를 더 보탰다. "그년들 만나러 가는 거지 좀! 작작 좀 해!"라고 말이다.


아빠는 욕을 하며 나갔고 나는 혼자 남은 엄마에게 갔다. "왜 그래 무슨 일인데." 하니 아빠가 예전에 함께 차 타고 가는데 어떤 아줌마 데려다줘야 한다고 엄마보고 차에서 내리라고 했다며 엄마가 울었다. 그때 나는 결혼이 이런 상처의 연속이라면 차라리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만약 결혼을 하게 된다고 해도 절대 아빠와 정반대 사람을 만나리라 아니면 사랑이라는 허상에 끌려 고통에서 살지 않으리라고 말이다.


그런 크고 작은 사연이 많은 하루도 평온하지 못했던 나에게 큰 실현이 닥친 건 한여름 밤이었다. 부모님 일을 돕고 설거지를 하고 있던 중 엄마 아빠가 또 싸우셨고 나는 설거지를 하며 "아씨! 엔간히 좀 하지!" 하는 말을 입 밖으로 해버렸다. 그 불똥이 나에게 튀어 아빠는 나 조차도 본인을 무시한다며 집안에 모든 물건을 던지기 시작했고 유리가 내손에 박혀 피가 무수히 많이도 났었다. 순간 칼을 잡아 모두를 다 끝내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참아도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는 생각에 말이다. 그리고 아빠에게 그만하라고 나 이미 지쳤 다고 아기처럼 목놓아 울었다. 그러면서 나는 마음속으로 아빠를 놔주었다. 이제는 더 이상은 나에게 사랑과 존경 할수 있는 아빠는 죽었다고 말이다.


그리고 엄마와 차를 타고 응급실에 갔다. 나는 넌지시 엄마에게 아빠와 이혼하라고 했다. 내가 곧 대학에서 졸업하면 엄마 하나 못 건사하겠냐며 말이다. 그런데 아빠는 그때 내가 엄마에게 이혼하라고 했다고 그렇게 말하는 자식새끼가 어딨냐고 했다고 한다. 엄마도 이혼하라는 말에 서운하셨다고 했다. 나는 그 누구에게도 그날의 사과를 들은 적이 없다.


그렇게 찢어진 상처에 8 바늘 꿰매고 엄마와 나는 갈 곳이 없어 여기저기 헤매었다. 엄마 친척집을 돌며 쉴 곳을 찾다 찾다 서울에 올라가 일하고 있는 언니 원룸에 갔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너무나 끔찍이도 이를 악물며 생각했다. 나는 꼭 성공하리라 갈 곳 없어 여기저기 친척집을 떠돌며 그날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반복하며 동정을 구걸하지 않기로 말이다. 일주일 후 아빠는 엄마에게 사과하며 다시 돌아와 달라고 했고 엄마는 일상으로 돌아갔고 나도 학교로 돌아갔다. 나는 이리도 선명한데 아직도 누구도 나에게 그날의 사과를 하지 않았다. 나도 그래서 용서하지 않았다. 더 이상 사과도 용서도 바라지도 않는다. 나의 건강한 경계선이 선을 그어 나를 먼저 감싸주고 보듬어 주기 위해 그 일과 분노를 내 감정에서 구분시켜 주는 연습을 하고 있다.


사과는커녕 내 성실함은 본인 몫이 제일 크다며 생일도 말로만 축하하지 말라는 행동을 볼 때마다 마음속에 분노가 일어난다. 나의 상처받은 자존감 가족 안에서의 존재감에 무의미함을 느낀다. 대신 나는 나를 스스로 다독여 준다. 듣고 싶었지만 아무도 나에게 해주지 않은 말들을 해준다. '그때 정말 무섭고, 외로웠지 왜 너한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나는 이해할 수 없어. 그런데 그 속에서 너는 어떻게 그렇게 잘 견뎠고, 잘 이겨낸 거야?'라고 말이다. 나는 지금 나를 제일 잘 지켜주고 싶고 내 감정을 제일 잘 얼러 다독여 주고 싶다. 나는 나 스스로에게 사랑을 마구마구 듬뿍 보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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