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어딘가에서 다시만나12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by Mimi

여행 날이 다가왔다.

학교가 끝난 뒤, 그는 함께 내 집으로 향했다.


“여기서 잠깐 기다려 줄 수 있어?”

“그럼, 편히 다녀와.”


내가 머물던 곳은 호텔 레지던스였다.

1층 로비에는 조용히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었고,

그는 그곳 소파에 앉아 창밖을 바라봤다.


“이 공간 참 좋다. 편하게 있을 수 있어.”

“쉬고 있어, 금방 올게.”


여행 짐을 챙기는 나를 기다려주는 그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연인 같았다.

짐을 챙겨 나오자 그는 말없이 가방을 들어줬다.


콴과 로미를 기다리던 중, 일본인 친구 두 명이 다가왔다.

“너희 뭐야? 어디 가?”

“친구 중 한 명이 일본으로 돌아가서, 마지막 여행을 가.”

“근데 너희 둘은 항상 붙어 다니네. 뭐야?”


“그런 거 아니야, 그냥 친한 친구야.”

“정말? 친구 아닌 것 같은데?”


그때, 그가 말했다.


“장난 그만해. 진짜 우린 친구야.”


친구라고 단정짓는 그의 말에

왠지 모를 서운함이 스쳤다.


콴의 차에 올라타고, 창밖 풍경이 흐르는 동안

그는 내게 물었다.


“배 안 고파?”

“전혀.”


창문을 살짝 열자 시원한 바람이 스쳤다.

낯선 곳에서 친구들과 떠나는 여행,

차 안을 채운 음악, 그리고 자유.

이게 내가 원하던 청춘의 한 장면이었다.


영화를 보던 중, 그는 물었다.


“무슨 영화야?”

“내가 요즘 재밌게 보는 일본 영화야. 주인공이 나랑 같은 직업이거든.”

“그럼 남자 주인공 직업은 나랑 같은 거네?”


오묘하게 심장이 울렸다.

그는 핸드폰을 들어주며 말했다.


“같이 보자.”


나는 조용히 그의 어깨에 기대어 영화를 봤다.


콴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너희 뭐야, 분위기 좋은데?”

“응, 좋아. 우리 지금.”


내 말에 모두가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라디오에서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흥얼거리던 나에게 그가 물었다.


“무슨 뜻이야? 멜로디가 좋아.”

“언젠가 다시 스치겠지만, 모른 척 지나갈 거라는 뜻이야.

그때까지 잘 지내자고, 이별을 견디는 노래.”

“오… 멜로디는 좋은데, 슬픈 노래네.”


그도 함께 그 노래를 흥얼거렸다.


도착한 곳은 바닷가 마을이었다.

비가 내리고, 콴과 로미는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러 사라졌다.

우리는 같은 방에 남겨졌다.


어색함을 감추듯 이런저런 말을 나누다

그가 내 눈을 보며 말했다.


“이제 우리 둘뿐이니까…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

만약 오늘 우리가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이렇게 둘만 남겨지지 않았다면,

나는… 너와 좋은 친구로만 남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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