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귀에 맴도는 노래
당구 게임이 끝날 무렵,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르르 몰려 있던 친구들은 하나둘 집으로 돌아갔다.
남은 건 일본인 친구 다섯 명과, 비를 피해 건물 앞에서 나누는 시답잖은 이야기뿐이었다.
그날은 내가 기숙사에서 다른 아파트로 이사하는 날이었다.
멀리 사는 고등학교 친구 ‘콴’이 짐을 옮겨주러 오기로 했고,
일본인 친구들이 “그럼 우리도 같이 기다려줄게”라며 함께 서 있었다.
잠시 후, 콴이 도착했다.
“짐 많아?”
“응… 좀 많아.”
콴이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혹시 도와줄 사람 있어?”
모두가 홈스테이 가족들이 기다린다며 발걸음을 돌리는 사이,
사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나는 룸메이트랑 살아서… 괜찮아.”
콴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같이 옮기고, 저녁도 먹자.”
사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우리 셋은 비를 맞으며 이사를 마쳤다.
저녁은 근처 한국 음식점에서 먹기로 했다.
“한국 음식 좋아해?” 콴이 물었다.
사키는 젓가락을 들며 대답했다.
“많이 먹어본 적은 없지만… 아마 좋아할 것 같아.”
콴이 웃으며 먹는 법을 알려주자, 사키가 나를 향해 물었다.
“미라도 이 음식 좋아해?”
“응, 한국에서 자주 먹었어.”
사키는 크게 한입 베어 물고는 눈을 반짝였다.
“와, 맛있다!”
그 순간, 이유 모를 뿌듯함과 귀여움이 마음속에 번졌다.
식사를 마친 후 콴이 제안했다.
“우리 자주 노래방 가는데, 같이 갈래? 일본 노래도 듣고 싶어.”
사키는 잠시 망설이다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 가자!”
일본어로 듣는 일본 노래는 그날이 처음이었다.
그땐 몰랐다.
그날 들었던 그 노래를, 이렇게 오랫동안 듣게 될 줄은
그리고 내가 외워 버릴줄은